요즘 초등학생 딸 아이가 “재밌다”며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tvN 예능 ‘보검매직컬’이다.
이 프로그램엔 과장된 연출도, 갈등을 부추기는 장치도 없다. 큰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그저 낡은 이발소 의자에 앉아 서툰 가위질을 정성스레 이어가는 청년들의 모습이 전부다.
그러나 이 심심한 구성이 예상 밖의 반향을 불러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선 “이렇게 마음 편한 예능은 오랜만” “아이와 함께 보다가 울컥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프로그램 촬영지인 전북 무주군 앞섬마을엔 평일 200명, 주말에는 500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린다는 소식도 들린다.
1월 30일 첫 방송 이후 관련 영상 조회수는 2억뷰를 넘어섰고, 화제성 지수도 연속 톱10을 기록 중이다. 과연 무엇이 아이들 뿐 아니라 전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보검매직컬’은 박보검과 동료 배우 이상이, 곽동연이 시골 마을의 이발소를 운영하며 주민들의 머리를 손질하고 마음을 나누는 과정을 담는다. 박보검이 메인인 ‘헤어’를 맡고, 이상이는 ‘네일 케어와 고객 응대’, 곽동연은 ‘요리’를 담당한다.
이들 3형제는 이 문을 열기 위해 꼬박 1년을 준비했다. 이발 자격증을 따고, 네일 아트를 배우고, 요리를 연습했다. 특히 박보검은 서툰 손놀림으로 긴장하던 초반과 달리, 회를 거듭하며 어르신들의 까다로운 요구를 묵묵히 소화해내는 모습에 “얼굴이 복지인 줄 알았더니 인성이 마법이었다”는 호평의 중심에 섰다. 실수 앞에서도 “짜증난다”는 표현 대신 “짬뽕나”를 외치는 그의 무해한 화법은 ‘박보검표 힐링’의 상징이 됐다.
이 프로그램의 마법은 이발소 문턱을 넘어 마을 골목까지 번진다. 기계 소리에 겁먹은 아이를 위해 마술 쇼를 펼치고, 삶의 궤적을 털어놓는 어르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함께 눈시울을 붉히는 풍경은 팍팍한 일상에 따스한 위로를 건넨다. 여기에 능청스러운 매력으로 마을의 활력소가 된 곽동연과 섬세한 손길로 어르신들의 손끝을 돌보는 이상의의 활약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최근 방송된 초등학생 손님의 이발 장면은 이 프로그램의 매력을 단 번에 보여줬다. 생전 처음 이발소에 와서 잔뜩 긴장한 아이에게 박보검은 멋진 기술보다 ‘눈높이’를 먼저 맞췄다. 무릎을 굽히고 앉아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조곤조곤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은 지켜보던 부모들의 마음까지 무장해제시켰다.
아이가 고사리손으로 만든 팔찌를 선물하자, 이를 소중히 손목에 차고 영업 내내 빼지 않던 이상이의 모습도 뭉클했다. 어른이 아이의 마음을 진심으로 대할 때 생기는 따뜻한 온기, 우리 아이들이 이 프로그램에 푹 빠진 이유는 바로 그 ‘다정함’에 있었다.
결국 팔순 어르신부터 초등학생까지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사람’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남의 슬픔에 함께 울어주는 마음, 비뚤어진 세상 속에서도 휩쓸리지 않고 선한 에너지를 전하는 이들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만든다.
앞서 프로그램을 연출한 손수정 PD는 “자극적인 요소를 억지로 쫓는 대신 세 배우의 존재 자체에서 에너지가 나온다”며 “마을 주민들과의 우당탕탕 소동 속에서도, 셋만 모여 있을 때도 자연스럽게 재미가 살아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순하디 순한 배우들이 모여 무슨 재미가 있겠냐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며 “잔잔함 속에서 터지는 웃음과 인물 중심의 케미가 새로운 ‘도파민’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관전포인트를 밝힌 바 있다.
어쩌면 매주 금요일 밤, 우리는 이 낡은 이발소에서 잊고 지냈던 ‘착한 마음’을 다시 꺼내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화려하지 않아도 충분히 따뜻한 이야기, 그 진심이 세대를 넘어 깊은 공감으로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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