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영우' 작가 "제작사는 OTT 수익금 나눠라" 패소… 현실 법정 교훈 남겼다
1·2심, 표준계약서 등 근거 제작사 손 들어줘
방송환경 변화 반영 표준계약서 필요성 제기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 김우진)는 최근 한국방송작가협회(협회)가 우영우 드라마 제작사 에이스토리를 상대로 제기한 기타금전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협회는 상고를 포기했고, 판결은 지난 2월 확정됐다.
사건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작가 A씨는 문화체육관광부 방송작가 표준계약서를 기반으로 제작사와 회당 900만 원의 집필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우영우 드라마가 만들어졌고, 2022년 ENA와 넷플릭스에 방영되면서 큰 인기를 누렸다. 자폐 스펙트럼 주인공을 입체적으로 그렸다는 호평과 함께 시청률 17.5%를 기록했다.
흥행과 별개로 A씨는 제작사가 넷플릭스에 방영권을 판매한 점을 문제 삼았다. A씨 측은 "최초 계약은 방송사 방송만을 전제로 체결됐다"며 "넷플릭스에 추가로 방영권을 판매하는 행위는 2차적 이용으로 넷플릭스 매출액 일부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제작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방송작가 신탁단체인 협회를 통해 소송을 제기했다. 제작사는 "OTT 전송이 계약 목적에 포함됐고 2차적 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1심과 2심은 제작사 손을 들어줬다. 판단 근거 중 하나로 표준계약서를 들었다. 체결된 계약서 12조는 '집필료'를 "제작한 프로그램을 방송 등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대가"로 규정하고 있다.
1·2심 재판부는 계약서의 드라마 이용 목적이 '방송'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별도 특약이 없는 한, '방송 등의 목적'에 OTT 전송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특약이 없는 경우 '방송'과 '전송'에 대한 권리를 허락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저작권법 99조 1항도 제시했다.
재판부는 OTT가 이미 대중적인 방송매체로 자리 잡았다는 점도 짚어냈다. 2020년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인들의 OTT 이용률은 52%에 달하고 OTT 이용자 중 주 1회 이상 영상물을 시청하는 경우가 95%에 달한다. 이를 토대로 "계약 체결 당시 OTT 전송도 목적으로 했다고 봄이 자연스럽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재판부는 넷플릭스 방영이 확정된 무렵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 A씨가 먼저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작 의견을 제시한 적도 있는 점, 후속작 계약 체결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이번 판결은 OTT 전송과 관련한 작가 저작권의 '2차적 이용' 범위를 처음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방송'과 '전송'을 구분하지 않은 판결이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2000년 저작권법 개정으로 '전송' 개념이 신설됐고 기존 '방송'과 별개 권리로 다뤄진 만큼, OTT 시대에서는 작가들의 '전송' 권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표준계약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7년 작가 권익 보호를 위해 도입된 표준계약서가 OTT 확산 이후 달라진 유통 구조와 수익 배분 문제를 못 담아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작권보호심의위원장 홍승기 변호사는 "OTT 확산으로 형성된 시장 수익을 대가 없이 제작사에 귀속시키는 건 약자를 보호하자는 표준계약서 도입 취지와 어긋난다"고 분석했다.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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