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다 보면 지쳐서 잠들기도 하죠. 저는 늦은 밤에 <경도를 기다리며>를 보다가 자꾸 눈물이 나온 적 있네요. 배우 인생에 그런 드라마를 남긴 기분은 어때요?
제게는 너무 의미 있는 작품이었어요. 덕분에 내가 살아온 시절을 다시 떠올려보기도 했고요. 늘 압박감으로 다가왔던 감정 신에 임할 때 좀 더 자유로워지는 순간을 자주 경험했어요. 연기 면으로든 정서적으로든 여러 가지를 남긴 작품이에요.
대학생 때부터 30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박서준과 원지안 배우가 보여주는 인연이 있었죠. 그 긴 청춘 시절이 절절하면서도 재미가 있었어요. 가슴 시리거나 혼란한 감정을 표현할 일이 많았는데, 배우로선 큰 훈련이 되었을 것도 같습니다.
보통 한 작품에서 중요한 감정 신을 세 번 정도 소화한 기억이거든요. 그런 촬영을 앞두면 ‘잘 버티자, 잘 뽑아내면 되지’ 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경도를 기다리며>에선 그럴 일이 너무 많으니까 접근법을 확 바꾸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감정선이 중요한 신을 찍고 나면 되게 공허해져요. 그 공허함을 금방 다시 채울 필요가 있었어요. 그래야 다음에 쓸 수 있는 감정이 생기기도 하고. 매회 그런 경험을 하다 보니, 압박감을 가질 법한 신들에서 오히려 자유로지곤 했어요. ‘그냥 상황에 맞게 잘 털어내보자’가 됐죠. 어느 순간 나 자신을 믿게 됐어요.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연인들이 있잖아요. <경도를 기다리며> 같은 이야기의 경우, 한 남자의 순애보적인 면을 강조하기보다는 ‘결국 지속될 수밖에 없는 사랑’을 나이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풀어낸 거 같아서 좋았어요. 연기한 ‘경도’라는 인물에 대해선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의 마음을 대변하는 인물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적지 않은 한국의 남자들에게 이런 정서가 있지 않을까…. 이 드라마를 나이대가 좀 있는 분들이 많이 봐주신 거 같더라고요. ‘몇 년생 누구야, 아직도 생각난다’ 이런 댓글들이 재밌었어요. 한 사람에 대한 마음을 그 세월 동안 가져간다는 게 어떻게 보면 판타지죠. 그런데 제가 어릴 적엔 적당한 순애보가 더 당연하게 통했던 거 같거든요. 요즘엔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확실히 시대의 정서라는 게 있어서 과거엔 멜로 작품이 그렇게 많았던 건가 싶기도 했어요. 대중가요만 봐도 발라드 장르는 과거에 훨씬 많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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