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와 관련된 용어 중에 ‘점프 스케어(Jump Scare)’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뭔가가 ‘튀어나와서(Jump) 겁을 준다(Scare)’는 뜻인데, 공포영화 중간중간 갑자기 무언가가 등장하거나 튀어나오는 장면으로 관객을 놀라게 하는 기법이다. 과거 ‘여고괴담’ 첫 시리즈 최강희의 복도 점프장면, 각종 연쇄살인마 영화에서 범인이 갑자기 등장하는 장면 등을 연상하면 쉽다.
이러한 ‘점프 스케어’는 공포영화가 관객들을 무섭게 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가장 쉽고 빠른 길이다. 관객은 당연히 영화에서 뭔가가 자신을 놀라게 할 것이란 걸 알고 분위기가 고조되면 손에 땀을 쥐며 타이밍을 잰다. 결국 영리한 연출자는 관객이 예상하는 타이밍에 깜짝 놀라게 하는 연출을 하지 않고 반 박자 빠르게 또는 느리게 이를 ‘밀고 당기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다.
주인공 수인(김혜윤)은 갑자기 사라진 선배 교식(김준한)의 자취를 찾기 위해 살목지를 찾고, 나머지 네 명의 인물도 자신만의 목적이 있다. 갑자기 부푼 괴담, 이 장소를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주인공, 그리고 다 각자의 꿍꿍이가 있는 인물들. 그리고 무시무시한 장소. ‘살목지’는 최근 한국 공포영화가 주로 그리는 전개를 충실하게 따라간다.
결국 공포영화인 탓에 얼마나 무섭냐가 관건이다. 요약해 말하자면 초중반부터 영화는 현란한 ‘점프 스케어’의 연속이다. 보통 한 템포 긴장을 풀고 다음 타이밍에 놀라게 하는 게 정석이지만, 영화는 두 템포, 심지어 시간차 공격도 한다. 무언가가 튀어나오는 위치는 아래에도 있고 뒤도 있고, 위에도 있다. 해가 지면서 살목지는 본격적으로 주인공들에게 이빨을 드러낸다. 이 한 시간 반을 견디는 것은 오롯이 관객의 몫이다.
결국 가성비가 관건이다. 실제 괴담이 있는 ‘살목지’라는 제목, 물에서 사람을 지속적으로 홀리는 ‘물귀신’이라는 세계관, 무속과 테크(최신장비)가 혼합된 소재 그리고 무엇보다 ‘점프 스케어’의 융단폭격은 어느 정도 서사를 버리더라도 공포영화가 줄 수 있는 재미가 어떤 것인지 체험할 수 있게 한다. 가격 대 성능비뿐 아니라, 시간 대 성능비도 높은 영민한 기획의 공포물이라는 뜻이다.
딱히 여운은 남지 않는다. 영화는 중반 이후부터, 실제로도 없을 것 같지만, 내일이 안 올 것처럼 달린다. 결국 이 안에서 비명이든 긴장이든 모두 쏟아내면 된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야?’하는 궁금증은 곧바로 달려올 정체불명의 무언가에, 당신의 머릿속에서 금방 사라지고 말 것이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https://naver.me/GUTklWm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