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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타 없는 공포, 뒷심도 아쉽다 '살목지' [시네마 프리뷰]

무명의 더쿠 | 09:28 | 조회 수 663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거긴, 절대 살아서는 못 나와."


'살목지' 로드뷰에 정체불명의 형체가 찍힌다. 지자체의 거센 항의에 로드뷰 서비스 회사 PD 수인(김혜윤 분)은 재촬영을 위한 팀을 꾸려 저수지 살목지로 향한다. 팀과 촬영을 시작하지만, 이내 기이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벌어진다. 그 가운데 행방이 묘연했던 선배 교식(김준한 분)도 등장한다. 휘몰아치는 공포 속 기태(이종원 분)도 합류하지만, 살목지를 벗어나려 할수록 그곳을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오는 4월 8일 개봉하는 '살목지'(감독 이상민)는 MBC '심야괴담회' 등에서도 소개됐던 장소에 이상민 감독의 상상력이 더해져 완성된 작품이다. 영화는 공포 장르에서 반복돼 온, 금기된 공간에 진입하는 인물들의 모습으로 포문을 연다. 살목지는 '생사를 넘나드는 길목'이라는 설정답게 방향 감각을 잃게 만드는 숲과 저수지만으로도 초반부터 시각적 불안을 자극한다.


저수지 배경 특유의 공간의 폐쇄성을 살린 연출에 장르적인 재미를 더한 연출도 돋보인다. 극이 진행될수록 관객을 물속으로 끌어들이듯 서서히 잠식하는 흐름도 몰입도를 높이고, 갑작스러운 점프 스케어들로 물속에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불안과 공포를 쌓으며 긴장감을 이어간다. 관객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들은 일정 수준 이상 장르적 묘미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익숙한 공포 장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귀신의 존재를 가볍게 여기거나 무례한 인물들, 또 이를 콘텐츠로 소비하려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구성은 전형적이다. 사전 경고가 분명 있었음에도 촬영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흐르는 전개 역시 낯설지 않다. 여기에 반복되는 이상 징후에도 발을 빼지 못하는 흐름, 팀으로 시작한 인물들이 끝내 불신과 분열로 무너지는 과정은 예측 가능한 궤도를 따른다. 결과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보다 '어디까지 익숙하게 흘러갈까'에 머물게 된다.


'물귀신'은 후반부에 이르러 정체불명의 존재들로 확장된다. 사람인지, 귀신인지 분간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제시된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며 끊임없이 의심하게 하고 긴장하게 하려는 의도이지만, 사람이 계속해서 귀신으로 전환되는 상황은 외려 흐름을 끊는다. 공포를 형상화하는 방식 또한 아쉬움을 남긴다. 귀신의 실체를 형상화한 듯 물속에 가득한 다수의 시신은 과잉에 가깝다고 느껴지는 비주얼이다.


결정적인 한 방의 부재도 아쉽다. 초반 잽은 충분하지만 후반 펀치가 없다. 공포 영화에서 기대할 법한 한 번의 강한 타격이 아쉽다. 미스터리가 풀리는 과정 역시 극 중 인물의 갑작스러운 깨달음과 함께 전개되면서 여운을 주기보다 어리둥절함으로 남는다. 정체의 모호함으로 손쉽게 이야기를 마무리한, 혼란을 해소하지 못한 연출은 초반에 쌓아 올린 공포감마저 퇴색시킨다.


배우들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김혜윤은 촬영팀을 이끄는 리더로서의 냉정함과 감정적 균열을 오가며 극을 이끈다. 이종원은 중반부 투입 이후 긴장감을 이어가며 스크린에서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게 한다. 김준한은 불길한 기운을 주는 특유의 서늘한 연기로 공포의 밀도를 끌어올린다. 장다아 역시 스크린 데뷔작임에도 그간 작품과는 다른 통통 튀는 매력으로 존재감을 남긴다.


'살목지'는 저수지라는 공포스러운 공간과 설정, 배우의 힘으로 초반 몰입을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를 끝까지 밀어붙일 서사의 힘과 결정타가 아쉬운 작품이다. 초반에서 만들어낸 기대치에 비해 관객이 체감할 결정적 한 방이 빠진 점은 분명한 한계로 남는다. 인물들이 저수지에서 길을 잃듯, 이야기도 방향을 잃은 채 마무리된다. 결국 뒷심 부족으로 남는 것은 공포의 잔상보다 풀리지 않은 의문에 가깝다. 상영 시간 95분.


https://naver.me/FEgwIx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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