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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특집] '프로젝트 헤일메리' 필 로드 감독X크리스토퍼 밀러 감독 인터뷰

무명의 더쿠 | 03-20 | 조회 수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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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션>으로 유명한 앤디 위어 작가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했다.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설정한 목표가 있을 텐데 원작의 어떤 점을 가장 잘 드러내고 싶었나.

크리스토퍼 밀러_오디오북이 전체 내용을 자동으로 읽어줘도 장장 16시간이 소요되는 대장정의 이야기를 2시간 조금 넘는 영화에 맞추는 건 쉽지 않았다. 그래서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순수 핵심만 남기는 과정이 가장 중요했다. 초반에는 이 논의에 정말 오랜 시간을 들였다. 그 결과 영화는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와 로키의 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합의에 도달했다. 주요 스토리 전개나 갈등 구조가 이미 명확해서 이해하기 쉽게 다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공통된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두 인물이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스며들어 세상 가장 중요한 삶의 동료가 되는 과정을 납득되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게 우리가 이 이야기에 쏟아붓고 투자한 것이다. 사람들이 로키가 살아 있는 생명체라고 믿게 해야 했고, 라이언 그레이스가 앗, 아니 라이언 고슬링이 로키에게 얼마나 진심인지 와닿게 만들어야 했다. SF영화로 빚어진 ‘가짜 믿음’이지만 이것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데 방해가 된다면 그게 무엇이든, 그 중요성이 아무리 크더라도 포기하려 했다. 우리 모두 과감했다. 진짜 중요한 게 뭔지 파악해야 했기 때문이다.



- 원작 소설을 읽지 않은 관객을 위해 영화와 소설의 차이를 설명한다면.
= 크리스토퍼 밀러_우리는 책 내용을 정확하게 재현하려고 노력했다. 구조적인 보완 정도만 있을 뿐이다. 다만 사면이 스크린으로 뒤덮여 있던 ‘미치지마 방’(Don’t go crazy room)은 영화적 비주얼을 위해 만든 디테일이다. 영화 중후반에 등장하는 노래방 장면같이 사소한 일상을 더했고 그외엔 전부 원작을 바탕으로 했다.
필 로드_우주선이 작동하는 방식처럼 소설이 상세하게 묘사하지 않는 것을 영화가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있었다. 다만 쉽게 가는 방식을 고민하진 않았다. 오히려 촬영 현장이 더 힘들어지는 것들을 택했다. (웃음) 예를 들어 그레이스가 무중력 모드여야 할 때마다 세트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하나하나 재조립했다. 정말 매번 하나하나. 영화에서도 우주선이 원심 중력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설정했는데 그게 훨씬 자연스럽고 진짜처럼 보일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화가 우주선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자연스러움이 가장 중요했다.



- 영화는 언어와 소통의 중요성을 조명하면서 과학자가 얼마나 훌륭한 인류의 소통가인지 보여준다. 심지어 이들은 글자가 아닌 숫자, 원소기호, 공학적 개념을 언어로 사용한다.
크리스토퍼 밀러_원작 소설을 각본으로 각색한 드류 고다드가 제작 과정에서 반복해 강조한 말이 있다. 소통이 공감이고, 공감이 소통이다. 이건 우리 영화의 지침이자 원칙이기도 했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온 두 존재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여러 각도로 접근한다. 언어적 차원에서, 문화적 차원에서, 환경적 차원에서, 공학적 차원까지. 그들은 자신들이 숨 쉬는 공기부터 맞춰나가야 한다. 이 교차되는 행위가 퍼즐로 맞춰질 때, 인간은 자신의 존재가 공명한다는 것을 느낀다.

= 필 로드_줄자를 들고 뜻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장면이 그렇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장면이다. (웃음) 그레이스는 로키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을 자신의 경험 위에서 추측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해가 아니라 추측이라는 거다. 상대방의 모든 걸 단번에 알기는 어렵다. 로키의 시각을 깨닫기 전까지 진짜 정답도 알 수 없다. 그런데 이 몰이해를 깨우쳐주는 게 아이러니하게도 비언어다. 신체를 이용한 언어. 우리 팀에 청각장애인 제작자 친구가 있었는데 그에게 몸을 이용해 소통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자주 물었다. 이건 한국어처럼 특정 언어를 배우는 것과는 다른 일이었다. 보편성을 도구로 활용한다는 특징을 기반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밥 먹는다’고 표현하면 어떤 언어에서든 손을 위로 올리는 모습이 동반된다. ‘운다’고 하면 손을 아래로 내리고. 이 보편성은 행성과 태양계도 넘어설 거라고 생각했다. 로키의 움직임도 그렇다. 그는 겁먹으면 뒤로 물러서고 가까워지면 오른쪽을 바라본다. 우리 모두가 지닌 공통분모를 하나의 언어로 정의하고 싶었다.



-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웃음은 복합적이다. 코미디란 어쩌면 가장 높은 단계의 슬픔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너무 웃겨서 소리내 웃으면서도 한편으론 공허함, 막막함, 희망 없음이 자꾸만 몰려든다.
= 크리스토퍼 밀러_그게 정확히 우리가 이끌어내고 싶은 지점이었다. 사람들은 가끔 복합성에 혼란스러워한다. 특히 영화가 그렇다. “이건 코미디야, 액션이야, 드라마야”라고 명확하게 분류하는 것을 마음 편히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정말 사랑한 새드 무비는 언제나 웃겼고, 내가 정말 사랑한 코미디는 언제나 날 울렸다. 우리의 삶이 그렇다. 얼마나 정의하기 어려운 감정투성이인가.
= 필 로드_맞아. <어벤져스: 엔드게임>, 얼마나 슬픈가. <토이 스토리>도 얼마나 슬프고. 우디가 버즈를 죽이려 한 장면을 생각해보자. 살인 시도 끝에 실패하고 살인자와 피해자가 절친이 되다니. 엄청난 스릴러다. (웃음) 좋은 이야기를 만나면 영화는 고맙게도 모든 걸 잘 뒤섞어준다. 그런 생명력이 있다.



- 사실상 배우 라이언 고슬링의 1인극에 다름없다. 라이언 고슬링의 힘을 체감한 장면이 있다면.
= 크리스토퍼 밀러_초 단위의 모든 장면. 너무 안쓰럽게도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전적으로 라이언 고슬링에게 의지해야 하는 영화다. 유머부터 슬픔, 호기심과 두려움까지. 동시에 앞에 놓인 로키 대역의 인형이 진짜인 것처럼 그가 설득해줘야 한다. 관객이 로키로부터 진짜 같음을 느낀다면 그건 모두 라이언 고슬링이 이뤄낸 것이다.
= 필 로드_기술적으로도 엄청난 배우다. 가능한 한 스토리 순서대로 촬영했는데 테이크마다 다른 것을 시도하는 창의성에 말 그대로 입이 떡 벌어지며 놀랐다. 몸을 정말 잘 써서 신체적 기술이 연기에 얼마나 중요한지 감독으로 새삼 다시 느꼈다. 특히 로키를 처음 만난 장면을 자세히 봐주면 좋겠다. 로키의 존재를 알고 당황하고 수줍어하면서도 그와 연결되길 바라는, 그렇지만 여전히 두려운 모습이 정말 디테일하다.



- <듄> 시리즈로 유명한 촬영감독 그레이그 프레이저와 함께했다. 그와 어떤 논의를 했나.
= 크리스토퍼 밀러_영화가 지구와 우주라는 두 시공간을 배경으로 두기 때문에 촬영 방식에 관해 정말 많은 논의를 나눴다. 먼저 우리는 두 가지 다른 화면비율을 분리했다. 우주 장면은 세로로 긴 화면비율로, 지구 장면은 와이드스크린과 2.39:1 포맷으로. 두 공간이 바뀔 때 자연스럽고 우아하게 전환점을 알려주고 싶어서였다.
= 필 로드_그레이그는 고집이 무척 센 편인데 특히 우리 영화에서 우주가 완벽해 보이기보다 어수선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기적인 카메라워크를 통해 무균상태가 아니라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생기 넘치는 장소로 묘사해야 한다고.
= 크리스토퍼 밀러_이 논의 끝에 우리는 다소 아이러니한 명제에 합의했다. 우주 SF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현실감이라는 것. 우주선 전체를 그린스크린이 아닌 실제 세트로 구축하고, 로키도 실제 인형으로 제작해 촬영한 이유이기도 하다. 어떤 사건이 벌어진 찰나를 포착하는 게 우리의 일이었다.



- 그레이그 프레이저 촬영감독이 먼저 아이디어를 제시한 장면도 있었나.
= 크리스토퍼 밀러_그레이스가 처음으로 선외로 나가 미지의 우주선이 보낸 통을 받는 장면이 있다. 위치를 맞추기 위해 조명을 다시 배치하는데 연료탱크 위로 라이언 고슬링의 그림자가 비쳤다. 그때 그레이그가 말했다. “우와, 우리 그림자만 찍는 거 어때요?” 외계인이 보낸 통을 받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을 병렬로 촬영하다가 화면 밖으로 떨어질 듯 사라지면 그 뒤로는 그림자만 찍었다. 꽤나 파격적인 시도였지만 너무나 귀엽고 독자적인 장면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때 조명을 안 옮겼으면 어쩔 뻔했을까. (웃음)



- 우주선을 그대로 복제한 프로덕션 또한 획기적이다. 세트장에서 구현하기 가장 어려웠던 것은 무엇인가.
= 필 로드_오 마이 갓! 로키의 유리 공. (두손으로 머리를 붙잡으며.)
= 크리스토퍼 밀러_로키와 그레이스 사이엔 항상 벽이 필요하다. 둘을 갈라두지만 서로를 인식할 수 있게 하는 벽. 그게 바로 유리다. 하지만 평평한 유리 벽을 두고 싶진 않았다. 시각적으로 재미없으니까. 또 로키가 올라가거나 걸어다닐 만한 것이길 바랐다. 그때 미술감독 찰스 우드가 외계적인 느낌의 기하학무늬를 바탕으로 하나의 유리 공을 만들어왔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에는 그린스크린이 없었기 때문에 유리 공도 직접 제작했다.



- 실제로 영화 중반부부터 거의 모든 것이 유리로 뒤덮여 있다. 등장인물이 안경만 써도 유리 반사 때문에 힘들어하는데, 촬영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 필 로드_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이미 무중력부터 난이도가 높았는데 거기에 유리가 추가된 것이다. 반사광, 조명까지 신경 써야 했다. 우리 둘은 지금까지 경험해본 적 없는 한계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무척 특별하다. 그것 때문에 복도 벽면은 일부러 더 올록볼록하게 만들었다. 라이언이 구석지고 파인 공간에 몸을 둔 채, 촬영 앵글을 다양하게 잡을 수 있도록 요령을 찾은 것이다. 비주얼적으로도 그게 훨씬 역동적이었다. 문제가 없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행운이다. 하지만 정말 힘든 모험이었다. (크리스토퍼 밀러를 보며) 나는 이 부분만큼은 사람들이 제대로 평가해주면 좋겠어. (웃음)



- 각본에 없지만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장면도 있나.
= 크리스토퍼 밀러_대부분이 그랬던 것 같은데. (웃음) 특히 에바 스트라트(산드라 휠러)가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은 즉흥적으로 부탁해 이뤄진 것이었다. 산드라는 평소 노래를 자주 흥얼거렸는데 그걸 들은 라이언이 우리에게 다가와 말했다. “산드라의 아름다운 노래 실력을 담을 방법이 없을까?” 그래서 바로 산드라에게 물었다. 가라오케 장면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겠냐고. 산드라는 자신이 노래를 고른다는 조건 아래 응했다. 그가 고른 해리 스타일스의 <Sign of the Times>는 정말이지 완벽한 선곡이었다. 가사도 그 자리에 있는 인물들에게 전할 메시지로 적합했고. 실제로 산드라가 노래 부를 때 모든 스태프가 깜짝 놀라며 웅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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