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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검매직컬] 농촌사회학자가 쓴 칼럼인데 좋다

무명의 더쿠 | 03-20 | 조회 수 380

[세상 읽기]  ‘보검 매직컬’을 일상의 ‘매직’으로



|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2002년, <전원일기>가 22년 만에 종영을 알리자 시청자들 항의가 빗발쳤다. <전원일기>마저 없다면 농촌은 관심에서 더욱 멀어질 것이라는 자못 비장한 비판이었다. 그러나 농촌 콘텐츠는 꾸준히 제작되고 소비되어왔다. 특히 2014년 <삼시세끼>가 성공하면서 농촌예능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복닥거리는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삼시세끼 해 먹고 텃밭을 일구면서, ‘김회장’과 ‘일용엄니’를 만나며 지내는 이야기에 몰입한다. 읍내로 장을 보러 가거나 외식을 하면서 행복해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이 드러나는 평면적인 구성임에도 사람들은 환호를 보내고 위로를 얻는다. ‘너 죽고 나 살자’의 서바이벌 예능과 오디션, 연애, 결혼, 육아까지 예능이란 이름으로 독하게 몰아치는 중에 농촌예능은 힐링예능, 슬로예능이란 이명으로 기꺼이 환호를 보낸다.

근래엔 ‘무진장’(무주·진안·장수) 지역 무주군 ‘앞섬마을’에서 배우들이 이발소를 운영하며 겪는 좌충우돌을 담은 <보검 매직컬>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마을에는 주말 방문객이 500명에 달할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와 동네가 들썩거린다는 후문이다. 금강이 휘고 도는 물돌이 마을인 앞섬마을은 1976년 나룻배 전복사고로 주민 18명이 목숨을 잃은 아픈 사연이 있다. 이를 계기로 앞섬다리(내도교)가 놓인 뒤 무주읍과 가까워져 한참 전 오지마을에서 벗어났다. 80여가구가 사는 꽤 큰 마을이다. 다양한 사연이 드러나도록 편집했겠으나 아기 엄마들부터 어린이, 청년들까지 등장해 여느 농촌마을보다 활기차 보인다. 제작진이 앞섬마을을 ‘그 흔한 미용실 하나 없는 한적한 시골마을’이라 했지만 농촌마을에 이발소는 흔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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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농촌경제연구원의 ‘농촌 주민의 기초생활서비스 접근 및 이용 지원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주민들에게 필수적인 생활업종 사업체 81.2%가 도시에 몰려 있고, 농촌 내에서도 생활서비스 시설은 주로 읍에 집중되어 있다. <보검 매직컬>에 나오는 이미용실이나 <어쩌다 사장>의 소재였던 ‘상회’가 없거나 사라진 곳도 수두룩하다. 그나마 읍에는 학원, 스포츠시설, 이미용실, 목욕탕이 있지만(목욕탕은 읍에도 없는 경우가 많다), 면에는 짜장면은커녕 짜장라면 사러 갈 곳도 없다.

인구가 3000명 이하로 줄면 지역 내 병원, 약국 등이 없어져 보건 시스템이 위태롭고, 2000명 이하로 줄면 식당, 제과점, 세탁소, 이미용실이 없어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도시는 자영업 경쟁이 과열 상태고 농촌에는 서비스 공급이 막혔다면 이는 시장 실패이자 정책 실패로, 보정하는 것이 공공의 책무다.

앞섬마을은 읍내와 4㎞ 거리로 자동차로는 금방이지만 고령자, 특히 여성노인들에게 배차 간격이 하염없는 버스를 이용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한겨울에 따뜻하게 몸을 씻고, 겨우내 덮었던 이불을 빨며, 머리를 깔끔하게 정돈하는 일은 건강과 품위를 지키는 삶의 기본 요소이다.

그러나 농촌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그 기본조차도 쉽지 않다. 보일러 수리나 곰팡이 핀 장판을 교체하는 것은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시급한 일이지만 공급시장이 없어 불편과 불안을 감내하는 것이 당연해서는 안 된다. 이외에도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달리는 농촌의 기초생활서비스 사례는 ‘무진장’ 많다.

사람이 들고 지역이 활성화되면 덩달아 시장도 창출되겠지만 그런 ‘매직’을 과소화된 농촌마을에 기대할 수는 없다. <보검 매직컬> 덕분에 반짝 사람들이 북적여도 금세 다른 장소가 발굴되어 그곳으로 몰려가고 앞섬마을은 이내 한산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한겨울 마법처럼 찾아온 ‘어쩌다 매직’을 평범한 일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서비스 공급자를 발굴하고 독려하는 민관협력의 숙제가 앞섬마을에도 전국의 농촌마을에도 남았다. 두부 파는 상회와 큰 빨래를 할 수 있는 빨래방, 이미용실과 출장수리점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평범한 가게가 아니라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는 농촌마을의 기간시설이다.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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