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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캐릭터는 더 이상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리지 않는다 (언더커버 미쓰홍, 아너)

무명의 더쿠 | 14:34 | 조회 수 111

<언더커버 미쓰홍> <아너>로 본 여성 서사의 진화


한때 여성 캐릭터는 사랑받는 방식으로 존재를 증명했다. 누군가의 연인이 되고, 누군가의 선택을 받고, 누군가의 구원 서사에 편입될 때 비로소 이야기의 중심에 설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흥행하는 여성 서사는 이 오래된 공식을 분명하게 거부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누가 사랑받는가가 아니라 누가 끝까지 누구의 편이 되어주는가다.

최근 주목받는 tvN <언더커버 미쓰홍>과 ENA <아너 : 그녀들의 법정>는 바로 그 변화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두 작품 모두 여성들이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지만, 그 연대의 결은 다르다.

<언더커버 미쓰홍>이 1997년 증권가라는 남성 중심 조직 안에서 여성들의 생활형 연대를 보여준다면, <아너>는 성폭력 피해와 증언, 법적 대응을 둘러싼 증언형 연대를 그린다. 그럼에도 두 작품이 함께 증명하는 것은 분명하다.


여성은 더 이상 사랑을 통해서만 의미를 획득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서로의 삶을 지켜내는 주체라는 점이다.

'미쓰'라 불리던 시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준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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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언더커버 미쓰홍>은 시작부터 시대의 분위기를 선명하게 환기한다. 본 방송에 앞서 공개된 티저 영상 속 "1997년, 여직원의 이름 석 자가 아닌 '미쓰'라고 퉁치던 세기말"이라는 내레이션만 들어봐도 당시 여성의 사회적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이름 대신 호명되는 호칭, 개별 인격보다 성별로 먼저 분류되던 직장 문화, 조직 안에서 쉽게 지워지던 여성의 존재감. 드라마는 이런 배경을 단순한 장식으로 소비하지 않고, 그 억압적인 환경 속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서로를 버텨냈는지를 섬세하게 복원해낸다.

극 전반에 걸쳐 홍금보(박신혜)를 중심으로 기숙사 룸메이트로 만난 여성들은 서로를 외면하지 않는다. 함께 밥을 먹고, 누군가가 위태로울 때 먼저 손을 내미는 일. <언더커버 미쓰홍>이 보여주는 연대는 바로 그런 생활의 결 위에서 힘을 얻는다.

침묵을 깨는 말, 연대를 만드는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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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너>가 보여주는 연대는 또 다른 차원에서 강렬하다. 최근 회차에서 셀럽 변호사 윤라영(이나영)은 20년 전 자신이 겪었던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백하고, 비밀 성매매 앱 '커넥트인'을 폭로하며 거대한 파동을 일으킨다. 이후 수많은 피해자들과 시민들이 윤라영의 용기에 응답하고, 윤라영은 "여러분을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다 하겠다"고 약속한다.

이 장면이 울림을 주는 이유는 단지 폭로의 통쾌함 때문만은 아니다. 오랫동안 침묵을 강요받았던 사람이 마침내 말하기 시작하고, 그 말이 혼잣말로 흩어지지 않도록 받아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아너>는 피해의 서사를 개인의 상처로만 가두지 않고, 그것이 어떻게 사회적 증언과 집단적 연대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준다.

'여적여'를 지나 동료가 된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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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는 여성 캐릭터가 단순히 더 강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변화는 여성들이 서로 관계 맺는 방식 자체에 있다. 한때 여성들의 관계는 질투와 견제, 이른바 '여적여' 프레임 안에서 소비되곤 했지만, <언더커버 미쓰홍>과 <아너>는 그 낡은 도식을 비껴간다.

여성들은 더 이상 서로를 깎아내리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서로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동료로 등장한다. 증권가 비리와 성폭력 사건 같은 거대한 범죄를 함께 파헤치는 순간부터 서로의 일상을 지키는 장면까지, 여성들의 연대는 이제 장르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으로 기능한다.

결국 <언더커버 미쓰홍>과 <아너>의 흥행은 여성 서사가 어디까지 변화했는지, 그리고 우리가 지금 어떤 관계를 더 절실하게 원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랑받는 것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시대, 혼자 강해지는 서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시대에 대중이 더 깊이 반응하는 것은 서로의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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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과거의 상처로 인해 매일 아침 눈뜰 때마다 '나쁜 꿈을 꾸는 것 같다'는 윤라영의 고백에 강신재(정은채)가 건넨 "그럼 나쁜 꿈을 계속 꾸자. 우리도 거기 있을게"라는 말은 단순한 위로 이상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고통을 개인의 몫으로 돌리지 않고 함께 감당하겠다는 약속에 가깝다.

오늘의 여성 서사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이전과 달라진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인물에서, 누군가의 곁을 지키는 인물로. 그리고 그 변화가 지금의 여성 서사를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도 절실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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