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홍’에서 ‘홍장미 사원’으로…여성 정체성 회복 상징
[데일리안 = 전지원 기자] 여성 서사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는 종종 후반부에 로맨스 갈등으로 무게가 옮겨가며 초반 문제의식이 흐려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최근 종영한 tvN ‘언더커버 미쓰홍’은 이러한 익숙한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여성 캐릭터들의 협력과 연대를 이야기의 중심에 둔 채 마지막까지 서사를 유지하며 드물게 ‘용두용미’를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9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언더커버 미쓰홍’은 지난 8일 방송된 마지막 16회에서 전국 시청률 12.4%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1997년 여의도 증권가를 배경으로 금융감독원 엘리트 감독관 홍금보(박신혜 분)가 고졸 말단 여사원 홍장미로 위장 잠입해 금융 범죄를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 이 드라마는 여성 캐릭터들의 공조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이야기를 전개해 왔다.
특히 홍금보와 301호 미혼 여성 기숙사 룸메이트들의 공조 구조가 이야기의 중심 축을 이뤘다. 이들은 단순한 정서적 위로의 대상이 아니라 사건 해결 과정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파트너로 기능했다. 고복희(하윤경 분)가 폭력 위기에 놓였을 때 홍장미가 직접 개입해 상황을 막아서는 장면이나, 홍금보가 주가조작 사건의 책임을 떠안을 위기에 처했을 때 룸메이트들이 사내 인터넷망을 활용해 여론을 움직이며 위기를 분산시키는 전개는 여성 캐릭터들의 판단과 협력이 서사의 동력으로 작동했음을 보여준다.
극의 중심 갈등을 만드는 인물 역시 여성 캐릭터라는 점도 눈에 띈다. 한민증권 비서실장 송주란이 메인 빌런으로 등장하면서 주인공과 조력자뿐 아니라 갈등을 만들어내는 축까지 여성 캐릭터들이 차지했다. 여성 인물들이 단순한 피해자나 보조 인물이 아니라 갈등을 만들고 사건을 해결하는 주체로 기능하며 이야기 구조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동시에 남성 캐릭터를 완전히 배제하지도 않았다. 홍금보의 전 연인 신정우(고경표 분)와 알벗 오(조한결 분) 등은 이야기의 중심을 차지하기보다는 극의 긴장과 재미를 더하는 감초 역할로 활용됐다. 여성 서사를 전면에 두면서도 남성 캐릭터를 조력자로 배치해 극의 균형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완성도를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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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서사가 로맨스의 장치로 소비되는 패턴이 반복돼 온 가운데 ‘언더커버 미쓰홍’은 마지막 장면까지 여성 서사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그동안 ‘미쓰○’으로 불리던 고졸 여사원들의 이름을 본명으로 바꿔 ‘○○○ 사원’으로 호명하는 장면은 여성 인물들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상징적인 연출이다. 이어 홍금보가 부산으로 내려가 보험 사기 사건을 조사하는 장면이 등장하며 시즌2 가능성을 암시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현장을 이끄는 인물들 역시 여성으로 그려지며 여성 중심 서사가 계속될 여지를 남겼다. 여성 인물들의 협력과 판단을 이야기의 중심에 둔 채 서사를 완주했다는 점에서 ‘언더커버 미쓰홍’은 여성 중심 드라마가 어떤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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