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수종(46세, 남)
서울 토박이. 간신히 수도권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용신물산 인사팀에 입사하였다. 많지 않은 월급이었지만 사랑하는 김선과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세 식구 나름대로 먹고살 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근속 연수가 10년이 넘어가면서 자신이 내리는 평가 하나에 사람 인생이 좌우되는 인사팀 업무에 염증을 느꼈다. 청각장애를 가진 다래의 교육도 신경 쓰이던 터였다.
그러던 중 친구 활성의 갑작스러운 제안으로 꿈도 못 꾸던 건물주가 될 기회가 생긴다. 그 뒤 퇴직금에 대출, 사채까지 영끌해 건물주가 된 기수종. 딸 다래가 하버드 진학을 고려할 만큼 수재라는 데 엄청난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사랑하는 아내 김선과 선천적 난청인 딸 다래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걸 수 있는 ‘가족 바보’다.
대외적으로 기수종은 다소 푼수끼가 있지만 온화하고 가정적인 젠틀맨으로 알려져 있다.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하루하루 성실하게 사는 남자. 그러나 실상 그의 마음에는 남들에게 말하지 않은 아픔이 있다. 하급 공무원이었던 수종의 아버지는 휴가도 한 번 쓰지 못하고 성실하게 일했지만, 금전 문제가 있던 어머니의 빚을 책임지다 수종이 고등학생이던 시절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고생만 하다 허망하게 떠난 아버지가 불쌍했고, 그 삶을 짊어지게 만든 어머니가 원망스러웠던 수종은 이후 어머니와의 인연을 끊었다.
혈혈단신, 홀로 남겨진 수종은 살아남기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그때 그는 결심했다. 어떻게든 부자가 되겠다고. 아버지처럼 어리석게 월급을 모으는 게 아니라, 돈이 돈을 버는 방식으로 진짜 부자가 되어 가족들과 잘 먹고 잘 살겠다고.
하지만 건물주의 삶은 꿈꾸던 것과 달랐다. 세입자들과의 트러블, 보증금 문제, 공실, 시도 때도 없이 들어오는 수리 요청. 주위에서는 ‘갓물주’라고 치켜세우지만, 영끌한 대출 이자를 갚기 위해 배달에 택배에 온갖 아르바이트를 다 해야 하는 사정이다. 수종의 유일한 희망은 세윤빌딩이 재개발로 대박이 나 시세 차익을 얻는 것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글로벌 자본인 리얼캐피탈이 세윤빌딩을 빼앗으려 하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낀다.
그런 수종이 거액의 수고비를 주겠다는 활성의 꼬임에 빠져 납치극에 휘말리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은 꼬이고 꼬여 얼떨결에 진짜 범죄자가 되는 수종. 수종은 얽힌 타래를 풀고 자신이 추구하던 부자가 되기 위해 발버둥 치기 시작한다.

김선(45세, 여)
기수종의 아내. 강단이 있고 승부욕이 강하다. 위기의 순간 침착하게 돌변하며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유일하게 남은 혈육인 김균을 애틋하게 여기며 살뜰히 챙기며 자랐다.
어려웠던 가정 형편 때문에 취업에 유리한 간호학과로 진학했고,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졸업했다. 대학에 진학한 이후 수종을 알게 된 김선. 힘든 환경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살던 수종에게 언제나 호감을 느꼈다. 하지만 처음에는 남자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자신의 삶이 꼬인 후에도 변함없이 곁에 머무는 그에게 믿음이 생겼고 어느새 결혼해 다래를 낳았다.
워킹맘으로서 간호사로 밤낮없이 일하며 없는 살림에 힘을 보탰지만, 선천적 장애가 있는 다래를 뒷바라지하고 함께 대학 입시를 준비하느라 퇴직한다. 무엇보다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에서 다래가 대학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 김선의 꿈이다. 김선은 자신도 모르게 다래의 유학에 집착하게 된다.
무던한 샐러리맨 기수종과 그럭저럭 살아가던 중, 수종이 건물을 사들이면서 가족의 운명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한다. 김선과의 갈등까지 감수하고 전세 보증금까지 빼서 건물 매입을 강행하는 수종. 김선은 자신이 알던 수종과는 다른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성실함과 정직함이 최고의 장점인 줄 알았는데, 이 남자는 대체 누구일까? 김선과 수종의 사이는 그때부터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부에 대한 수종의 욕망은 점점 더 커지고, 김선과의 소통은 점차 단절된다. 이미 잘못된 길에 들어선 인생을 이대로 끝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김선. 그는 사랑하는 딸 다래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민활성(46세, 남)
기수종의 절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줄곧 붙어 다녔다. 준수한 외모와 뛰어난 두뇌로 고등학교 때부터 이름을 날리던 민활성. 인서울 법학과에 입학해 주위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으나, 승승장구는 고등학교까지였다. 졸업 후 사법고시를 준비했지만 실패했다. 부모의 재산을 끌어모아 친환경 사업에 도전했으나 역시 실패.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와 각종 투자를 했지만, 민활성이 선택한 부동산과 주식은 어찌 된 일인지 하나같이 폭락하고 만다.
민활성은 솔직하고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지만, 문제는 민활성이라는 인간 자체다. 관종에, 법과 도덕 따위는 거들떠보지 않는 사람.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쓸데없이 눈만 높은 사람. 말이 앞서는 사람.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는 사람. 일이 항상 꼬이는 사람. 꼬인 일을 수습하느라 발을 동동 구르다가 결국 포기하고 도망가는 사람. 그렇다고 뼛속 깊이 악하지는 못해 다른 사람을 해치거나 망가뜨리지는 못하는 사람.
서른이 훌쩍 넘도록 오갈 데가 없어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이경을 만났다. 준수한 외모와 현란한 화술로 부잣집 딸 이경을 꼬셔 결혼에 성공했지만, 그대로 데릴사위가 돼버렸다. 나이 차도 많고 어딘지 허술하다며 결혼을 반대한 이후 줄곧 자신을 무시해 온 장모 전양자, 장모의 사업을 돕느라 바빠 자신을 장신구 취급하는 아내 이경. 게다가 누구의 문제인지 임신도 잘되지 않아 장모에게 손주도 안겨주지 못한다. 아무리 날뛰어도 장모와 이경에게 민활성의 존재감은 제로다. 아니, 마이너스다.
민활성의 꿈은 사업이든 투자든 혼자 힘으로 성공해 장모와 이경에게 인정받는 것이다. 이경은 민활성에게 말썽만 부리지 말라고 하지만, 민활성은 포기하지 않고 돈을 끌어모으고 다닌다. 그러다 건드려서는 안 될 돈까지 손대는데, 바로 악덕 사채업자 동철의 돈이다. 살해 협박에 가까운 채무 독촉을 받던 민활성은 돈을 구하기 위해 급기야 가짜 납치극을 벌이게 된다. 혼자서는 버거우니 떠올린 사람이 바로 기수종. 이렇게 민활성은 기수종을 악의 구렁텅이로 끌어들인다.

전이경(35세, 여)
민활성의 아내이자 전양자의 외동딸. 진하고 화려한 외모에 큰 키. 어린 시절부터 부족함 없이 자라 어여쁜 ‘온실 속 화초’ 같다. 인서울 영문과를 졸업한 뒤 유학을 가려 했지만, 엄마 전양자의 반대로 한국에 남아 전양자의 부동산 사업을 돕는다. 무뚝뚝하고 까칠한 엄마와 달리 사교성이 좋다. 부족함 없이 자라 티 없이 밝지만, 홀로 자신을 키운 엄마를 보면 왠지 슬퍼진다. 돈밖에 모르는 전양자를 증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랑한다.
이경의 유일한 단점은 사람 보는 눈이 없다는 것이다. 화려한 외모와 화술에 반해 민활성을 반려자로 맞이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민활성이 입만 살아 있는 빈 수레라는 걸 알지만, 이경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이경이 안타까워하는 건 둘 사이에 자식이 없다는 사실이다. 과거 반복된 유산 이후 온갖 방법을 동원해 봤지만, 결국 아이를 갖는 데 실패한 이경.
그래서 다래를 중심으로 한 수종 가족을 부러워한다. 다래를 꼭 자기 딸처럼 여기고, 다래와 더 잘 어울리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수어를 배웠다. 하지만 평화로워 보였던 이경의 삶도 활성과 수종의 가짜 납치극으로 인해 순식간에 얼룩지고 마는데...

요나(31세, 여)
고아원을 떠나 낯선 땅 미국으로 입양된 기억이 그녀의 가장 오래된 어린 시절 기억이다. 하지만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 모를 요나의 문제적 성정은 입양 가정에서 매번 문제를 일으켰고, 그때마다 파양당했다. 요나의 유년 시절은 입양과 파양의 연속이었고, 그녀는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믿을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요나는 냉혹하고 잔인하며, 정착하거나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을 체질적으로 기피한다. 때문에 입양 이후 그녀의 행적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어느 날 갑자기 리얼캐피탈 런던 지부에 입사한 요나는 이후 뉴욕 본사를 거쳐 한국 지부로 파견되었다. 오랜만에 밟은 한국 땅이지만 고국이라는 느낌은 없다.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니 거울을 보는 것 같아 왠지 창피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