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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미쓰홍이 써내려간 ‘1997 오답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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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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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기획]IMF 시대, 계층과 무관하게 차별적 상황과 싸워야 했던 여성들


티브이엔(tvN) 드라마 ‘언더커버 미쓰홍’은 1997년 외환위기 상황을 배경으로 한 오피스 코미디물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tvN)나 ‘태풍상사’(tvN)처럼 ‘아이엠에프(IMF) 시대’를 다룬 드라마는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대체로 당시의 구조적 문제보다는 그 시대를 통과한 개인들의 감정과 성장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그 시대를 소환했다. ‘언더커버 미쓰홍’은 조금 다르다. “다른 기업들 다 무너져도 우리만 잘 버티면 되는 거야.” 한민증권 회장 강필범(이덕화)의 이 말은 IMF 시대 이후 우리 사회를 지배한 시대정신을 압축한다. ‘언더커버 미쓰홍’은 이 말에 반론을 제기하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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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 무너져도 우리만 버티면 돼?

1997년 ‘여의도 마녀’라 불리는 엘리트 증권 감독관 홍금보(박신혜)는 한민증권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하고 조사하던 중 회장 아들이자 사장인 강명휘(최원영)로부터 비자금 장부를 받기로 한다. 그러나 명휘가 석연치 않은 사고로 사망하자, 금보는 사라진 비자금 장부의 행방을 아는 유일한 인물인 ‘예삐’를 찾기 위해 스무 살 여동생 홍장미(유나)의 신분을 빌려 한민증권에 위장 취업한다. 그렇게 엘리트 전문직에서 ‘고졸 여사원’이 된 금보는 ‘서울시 미혼 여성 근로자 기숙사’ 301호에서 비서실 직원 고복희(하윤경), 입사 동기 김미숙(강채영), 강노라(최지수)와 함께 살게 된다. 그러던 중 외환위기가 들이닥친다. 복잡하고 무거울 수 있는 소재지만, 드라마는 코미디 장르로 풀어내며 문턱을 낮췄다.


‘언더커버 미쓰홍’은 크게 두 축으로 전개된다. 한 축은 서울시 미혼 여성 근로자 기숙사 301호 여성들의 서사다. 301호는 생활공동체이기도 하지만, 그 시대 여성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미숙은 생활고에 아이를 보육원에 맡기고 입사한 비혼모다. 복희는 가정폭력을 피해 외국으로 떠날 돈을 모으려고 여러 금융회사에서 공금을 횡령한 이력이 있다. 회장의 딸이자 후계 구도 서열 1위인 노라는 상류층이지만, 회장에게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도구이자 비자금을 은닉하는 ‘곳간’일 뿐이다. 세 여성의 상황과 계급은 다르지만, 시스템이 그들을 대하는 방식은 닮았다.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은 계층과 무관하게 폭력적이고도 차별적인 상황에 배치되거나 도구화된다.


금보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스스로 물결을 일으키며” 실력으로 살아남은 엘리트 여성의 표본이지만, 한민증권에 발을 들이며 그 남성 중심 사회가 얼마나 부당하고 하찮은지 보여주는 전달자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금보는 이름을 잃고 ‘야, 미쓰홍, 여상, 유니폼, 너’가 된다. ‘미쓰홍’에게 한민증권은 남성 직원들의 서류를 챙기고, 커피와 점심 도시락을 배달해야 하며, 무례를 웃으며 받아넘겨야 하는 사회다. 아무리 유능해도 “어리고 똑똑한 여자애를 얻다 쓰냐”라는 말을 듣거나, 유능해서 도리어 해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회장은 “같은 값이면 사내놈이 낫지”라며 딸이 아닌 외손자에게 회사를 물려주려 한다. 여성이라고 다 같은 입장도 아니다. 오너에게 충성하며 자신의 성공을 위해 여성 직원을 이용하는 ‘명예남성’도 있고, 대졸 여성 직원이 고졸 여성 직원을 대놓고 무시하기도 한다. 드라마는 이런 불평등한 풍경을 301호 여성들과 ‘미쓰홍’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서로 다른 사정을 가진 이 여성들을 통해 불평등한 사회를 드러내고,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며 자매애를 형성하는 게 이 드라마의 첫 번째 축이다.


열심히 일한 사람들만 비참해진 현실

또 하나의 축은 IMF 시대 재현이다. 드라마는 IMF가 그저 개인에게 닥친 불행이 아닌 구조의 문제였음을 환기한다. 무능함과 무지함으로 국가적 위기를 초래하고도 각자의 살길만 도모한 지배계층의 문제를, 돈이 흐르는 여의도 증권가를 중심으로 ‘한민증권’이라는 공간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부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직후 한민증권은 위기관리본부 해체를 단행한다. “IMF 위기라면서 위기관리본부를 해체하는 게 말이 돼요?” 당시 국가를 운영하는 이들에게 위기관리의 역량과 의지가 없었다는 걸, 드라마는 금보의 말과 흔적만 남은 ‘위기관리본부’ 안내판 글자로 드러낸다.


국가적 위기는 무능한 지배권력이 초래했다. 그러나 “나라가 위기고 기업이 위기면 의사결정한 장본인들이 책임을 져야지, 왜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한 사람만 쫓겨나고 비참해야 하는데요”라는 금보의 말처럼, 책임은 오롯이 평범한 이들의 몫이 되었다. 그 무게는 가장 약한 자리에 집중됐다. 그리고 그 자리의 맨 앞줄에 여성이 있었다. 주가가 폭락하자 한민증권은 가장 먼저 부서를 통폐합하고 고졸 여사원 전원 대기발령을 통보한다. 해고되지 않은 여성 직원들은 ‘계약직 전환, 상시 해고 가능, 1여직원 3부서 담당’이 명시된 근로계약서에 서명해야 계속 일할 수 있었다.


드라마는 그런 IMF 시대의 문제를, 미숙을 통해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지점 창구 직원인 미숙은 딸과 함께 살 집의 전세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IMF 직전 한민증권이 만든 금융상품 ‘뉴코리아 펀드’를 열심히 팔아 판매 실적 1위를 달성한다. 지점장이 시키는 대로, 회사를 믿고. 그러나 IMF 직후 펀드 수익률이 -80%로 급락하자 돌아온 것은 가입자들의 원성과 폭력, 그리고 소송이었다. 책임은 펀드 판매를 종용한 이들이 아닌 성실하게 일한 미숙에게 돌아왔다. 절망한 미숙은 빚을 딸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자살을 시도한다. 드라마는 미숙뿐 아니라 정리해고를 당하는 회사원, 연쇄 부도가 나는 소상공인 등 평범한 이들의 몰락을 통해 IMF 사태가 왜 우리 사회에 집단 트라우마로 남았는지 가늠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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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호 연대’로 되살린 ‘금 모으기’의 기억

‘언더커버 미쓰홍’에 자주 언급되는 게 있다. 9년 전 사건. 1988년 한민증권 회계 부정 사건을 파헤치던 금보는 도리어 소송을 당해 쫓겨나고, 상사는 자살한다. 정치인들의 비자금을 관리하던 한민증권은 무혐의 처리된다. 그때 잘못을 바로잡지 못한 후회가 금보를 다시 한민증권으로 이끈 것이다. 9년 전과 달라야 하니까. 후회를 반복하기 싫어서. 그런 의미에서 ‘언더커버 미쓰홍'은 IMF 시대에 관한 오답노트에 가깝다. 당시 왜 망했는지 복기하며 망하지 않고 함께 사는 방법을 상상하는 오답노트. IMF 이후 우리 사회는 신자유주의 체제로 재편되며 무한 경쟁을 내면화했다. 공동체는 해체되고, 각자도생이 유일한 생존법이 됐다. 드라마는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다른 선택을 제시한다. 서로 다른 입장의 인물들이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이룬 공동체적 연대 말이다.


생각해보면, 국가와 기업이 국외 자본을 끌어들여 신자유주의 체제를 수용하고,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등을 적용하며, 외환위기를 개인의 불행으로 몰아가는 동안, 위기를 견뎌낸 건 ‘금 모으기 운동’으로 대표되는, 평범한 시민들의 연대였다. 드라마는 그 연대를 301호 여성들과 남성 사회에 포섭되지 않은 회장의 외손자 알벗 오(조한결), 개발자 이용기(장도하)가 참여한 공동체적 연대로 되살린다. 비자금 장부를 찾아 한민증권을 고발하려던 금보는 계획을 바꿔 ‘여의도 해적단’의 대표가 된다. 여의도 해적단은 비자금을 탈취해 한민증권 주식을 사들여 회사의 체계를 바꾸고자 한다. 개인이 희생한 과거와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자격 없는 이들의 몫을 빼앗고, 자신의 이름과 몫을 되찾아 모두 함께 살 수 있는 방식이다.


‘언더커버 미쓰홍’이 각별하게 느껴지는 건, 과거 이야기이지만 현재의 이야기로도 읽히는 점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코스피 6000 시대’가 열렸다며 환호하지만, 불황의 기운은 골목 곳곳에, 우리 생활 반경에 스며들었다. 이 격차는 IMF 직전의 상황과 비슷하다. 당시 한국 사회는 인터넷 보급으로 주식거래가 더 쉬워졌고, 이 변화의 흐름을 타고 뉴코리아 펀드 같은 금융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뉴코리아 펀드의 인기는 ‘대박’을 바라는 심리의 반영이기도 했지만, 불안을 이기려는 절박함 때문이기도 했다. 또한 그 안에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감도 어느 정도 있었을 것이다. 치킨가게가 연일 매출 최저를 기록하는 걸 걱정하던 금보의 아버지가 뉴코리아 펀드에 가입한 설정은, 위기와 불안과 희망이 위태롭게 공존하던 당시 사회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지금과 너무 닮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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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홍, 통쾌함 넘어 ‘나아갈 길’ 보여주네

그때나 지금이나 위기의 책임은 결정을 내린 자들이 아니라 시키는 대로 일한 사람들에게 돌아오는 것도 비슷하다. 그렇기에 개인들의 평등한 연대체인 여의도 해적단의 비자금 탈취 작전이 통쾌하게 읽힌다. 이들의 목적은 오너 일가의 몰락에만 있지 않다. 시대착오적 방식으로 이어진 운영을 바로잡고 대안을 제시하는, 즉 체제 전환에 있다.


‘언더커버 미쓰홍’의 미덕은 단지 유쾌함과 통쾌함만은 아니다. “1990년대는 과거의 시간이지만, 지금의 사회적 현상과 문제들은 1990년대로부터 기원한 것이 많으며, 그것들을 파고들다보면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야 할 일이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 1990년대는 지금으로부터 멀지 않은 시간대이자, 지금의 사회 현실을 이루는 한 가지 지층이다.” 1990년대 지성사를 담은 책 ‘모든 현재의 시작, 1990년대’(윤여일 지음, 돌베개 펴냄)에 있는 문장이다. ‘언더커버 미쓰홍’이 보여준 것도 바로 이 지층이다.


지층은 과거의 지문이기도 하지만 미래의 지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언더커버 미쓰홍’이 보여준 IMF 시대의 오답을 바로잡는 공동체적 연대가 단지 드라마 속 판타지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각자도생이 유일한 생존법처럼 여겨지는 시대일수록 그 상상력은 오히려 더 급진적이므로.


https://v.daum.net/v/20260307182926397



진짜 넘 좋아서 퍼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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