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스크리닝] '파반느' MZ세대 청춘들이 열광할 '인생 영화' ★★★☆
첫 장면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주인공인 문상민-고아성-변요한을 기대했으나 뜻밖에 박해준이 등장해 그야말로 혼을 쏙 빼놓았다. "이 영화 뭐지?" 당황도 잠시, 순식간에 '경록'의 삶으로 옮겨간 시선은 짧은 시간 동안 깊게도 끌고 갔다.
영화라는 매체의 장점을 이 영화는 초반에 불꽃축제처럼 터뜨려 보였다. 감각적인 영상, 재치 있는 대사, 위트 넘치는 설정, 만화 같기도 하고 뮤직비디오 같기도 한 장면들로 등장인물들의 전사를 후르륵 소개했다. 소설 속 수십 페이지는 될만한 분량의 서사를 짧고 임팩트 있는 영상으로 툭툭 던지는 이종필 감독의 감성은 대단했다.
인물들의 전신을 한눈에 보여주는 풀샷이다가도 갑자기 쑥 정면 눈빛을 보여주는 앵글은 이 인물의 외면에서 내면으로 멱살을 잡아당겨 읽게 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를 보고 있는데도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상처가 있는 '경록'이 자신의 마음이 뭔지도 모른 채 '미정'에게 빠져들고, '미정'은 이런 '경록'을 경계하면서도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되는 과정은 오래된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떠올리게 했다. 이렇게 풋풋하고 설레는 로맨스를 한국 영화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경록'과 '미정'에게 마음을 뺏겨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문득 '요한'이 신경 쓰이는데, 그래서 다시 한번 영화를 보게 되면 그때부터는 '요한'과 '미정'이 보이게 되는 신기한 영화였다.
문상민이 그려낸 청춘의 솔직하고 다채로운 얼굴도 너무 좋았지만 변요한이 보여주는 삶의 불안과 상처를 능청스러움으로 덮고 살아가는 얼굴도 너무 좋았다. 예쁨을 벗음으로써 20대의 현실 속 평범한 여성을 그려낸 고아성의 연기도 좋았지만 이상하게 남자 배우들의 연기에 더 마음이 많이 가게 되었다.
원작 소설을 읽지 못한 채 영화를 먼저 봤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원작 소설이 읽고 싶어져 책을 주문했다. 영화 속 재치 있고 여운이 남았던 좋은 대사들이 원작에도 있는 건지, 영화에만 있는 건지 몹시 궁금해졌다.
이 영화는 굉장히 많은 사람에게 인생 영화로 꼽히게 될 것 같았다. '경록'의 입장이든, '미정'의 입장이든, '요한'의 입장이든 지금을 살아가는 모든 청춘에게 '나의 모습, 나의 청춘, 내 첫사랑'을 투영하게 해줄 소중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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