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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인터뷰] 가족을 만들듯 이 영화를, <넘버원> 김태용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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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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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교사> 이후 근 10년 만의 장편영화다. 그간 어떻게 지냈나.


내가 <여교사>를 29살에 만들어서 30살에 개봉했다. 이제 나도 마흔이다. (웃음) 중간에 코로나19 때문에 엎어진 작품도 있었고, 한동안 고민의 시기도 있었다. 가족들이 모여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찾다 보니 차기작까지 내는 데 시간이 걸렸다.


- 첫 상업영화인데 너무나 대중적인 화법을 구사해서 놀랐다. 전작인 <거인> <여교사>와는 완전히 다르더라. 원래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나, 살면서 변한 건가, 아니면 10년간 상업영화의 도를 깨우쳤나.


전작에 10대와 20대 때 내 모습이 있듯이, 마흔이 되어 만든 이 작품엔 내 30대의 모습이 있다. 기자님도 알다시피 실제 내 말투나 성격은 재미있지 않나? (웃음) 주변 지인들은 내가 대중적 상업영화에 더 맞는다고 말해왔고, 나역시 그쪽으로 노선을 잡아 차기작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전작들 때문인지 거친 장르물 제안만 들어오더라. 대체로 아들이 아빠를 죽이거나 아빠가 아들을 죽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하지만 나는 밝고 따듯한 휴먼 코미디물을 하고 싶었다. 이를테면 강형철 감독님이나 이한 감독님 작품들 같은 영화. 그래서 내가 직접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배순옥 PD님이 원작이 된 소설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를 찾아주셔서, 이걸 충분히 내 방식대로 개발해볼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예고편만 보고 아들과 엄마 사이의 매개가 ‘집밥’이라는 점 때문에 구시대적 영화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던데, 대단히 억울할 것 같다. 이 영화는 사실 아들의 반성문이자, 지난 세대 어머니들에게 바치는 연가가 아닌가.


엄마의 삶은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언제나 중요한 화두다. 우리 세대의 어머니들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했나. 그렇게 오해한 댓글도 있지만, 많은 댓글이 “저렇게 엄마의 남은 시간이 숫자로 보인다면 나는 절대로 엄마의 밥을 먹지 않고 영원히 살게 할 텐데”라고 말하고 있더라. 내가 얘기하고 싶었던 점이 그거다. 이 영화가 관객과 함께 시작한다는 느낌이 든다.


- 감독님은 자전적 영화 <거인>을 통해 보육원에서 자랐던 과거가 알려져 있다. 엄마와 아들, 가족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나.


나는 아빠에 대한 애정은 없는데, 나이가 들수록 엄마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 딸들은 자라면서 엄마의 삶을 엿보고 공감하는 구석이 있지만 아들들은 어릴 땐 그러지 못한다. 그러다 나처럼 30대에서 40대에 접어들면 엄마의 삶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가 너무 가엾다. 영화 속 대사처럼 어떤 여성들은 국회의원도 하고 교수도 하는데 우리 엄마는 남자복도 없고, 자식 복도 없고…. 영화 <거인>에서 나왔듯 이런저런 사연 때문에 20년 간 거의 엄마를 보지 않고 살았다. <넘버원>을 준비하면서 엄마를 서울로 모셔와서 같이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는데, 영화 들어가기 바로 직전 부고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더 절실해졌다. 내가 엄마에게 남은 시간을 알았더라면 조금만 더 빨리 엄마를 만날 수 있었을 텐데. 이 영화를 보고 아들딸들이 엄마를 만나고,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으면 좋겠다.


- 어머니의 부고가 이 영화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줬을까.


나뿐 아니라 최우식 배우의 몰입에도 영향을 줬다. 최우식 배우도 늦둥이라 항상 부모님에 대한 걱정이 많다. 한편 장혜진 배우가 부산 출신이고 우리 엄마랑 같은 초등학교를 나왔고 같은 목욕탕까지 다녔더라. 부산 사투리 억양마저 정말 똑같다. 엄마가 해주던 영화 속 소고기뭇국도 장혜진 배우가 직접 요리한 거다. 따로 디렉션을 주지 않았는데도 우리 엄마 그 자체였다. 장혜진 배우의 분량을 찍을 때마다 엄마가 오버랩되어 감정을 추스르려 노력했다.


- 휴먼 코미디처럼 보이는 이 영화에도 실은 전작들처럼 아버지와 형의 죽음 같은 깊은 불행이 드리워 있다. 하지만 그런 그림자를 전작처럼 어둡기보단 따듯하게 다뤘다.


심각하고 슬픈 장면들에서도 ‘김태용’식 유머를 놓지 않았다. 인간이 어떤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더라도 멀리서 보면 희극처럼 보일 수 있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느낀 것은 내겐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서 그 상황을 재미있게 만드는 재능이 있다는 거였다.


- 슬픔을 아는 사람이 웃길 수도 있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맞다. 결핍이 있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당사자성 유머가 있지 않나. (웃음) 얼마 전 유명한 역술원에서 사주를 보니 내 팔자에 사랑은 없다더라. 그렇지만 나는 데뷔작 <거인> 이후 많은 분의 관심과 사랑 속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요즘 젊은 세대는 SNS에서 “사랑받고 자라지 못한 사람은 사랑을 줄 수 없다” 같은 자조적인 말들을 하던데, 아니다. 그렇지 않다. 결핍이 있어도 사랑을 할 수 있다. 그 이야기를 꼭 하고 싶어서 원작에 없는 보육원 출신 캐릭터 려은 (공승연)을 만들었다. 그녀가 말한 “결핍은 결점이 아니라 가능성이다”라는 대사는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원동력이기도 하다. 최우식 배우가 새로운 작품으로 주목받을 때마다 젊은 친구들이 영화 <거인>을 찾아서 꾸준히 새롭게 보는 분들이 있는데, 그중에 DM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자기 이야기 같아서 공감하며 봤다 고. 자기도 그렇게 자랐거나, 혹은 그런 환경에 처해 있다고. 그런 친구들에게 창작자로서 건강한 영화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 려은은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주인공 하민과 달리 보육원 출신으로서, 하민의 엄마에게 애정을 느끼는 캐릭터다. 단단한 성정에서 감독님의 모습이 반영됐다고 느꼈다.


왜 항상 어려운 이들을 돕는 캠페인에는 어둡고 그늘진 아이들의 모습만 보여줄까? 아이들이 해맑은 모습을 보여주면 후원이 안 들어온 다더라. 그런 편견을 깨고 싶었다. 부모 없이 자라도, 결핍이 있어도 밝고 자기 일 잘하고 사랑을 줄 수 있다. 공승연 배우가 지닌 밝은 바이브도 이 캐릭터를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


- 돌고 돌아 최우식이다. 그는 감독님에게 어떤 의미인가.


나의 프라이드이자 계속 영화를 하게 만드는 원동력. 신이 내게 가족은 주지 않았지만 우식이는 줬다. (웃음) “은실씨, 다음 생에는 꼭 내 자식으로 태어나세요”라는 대사가 원래 대본에서는 그냥 엄마였다. ‘은실’이라고 엄마의 본명을 호명해준 것은 최우식 배우의 아이디어다.


- <넘버원>은 결국 성장영화인 것 같다. 하민도 성장했고 최우식 배우도, 감독님도 성장한 것 같다.


가족영화를 만들려다 가족을 만든 느낌이다. (웃음) 이 영화의 PD님들 동생이 나와 동갑이다. 가족영화를 만들어가며 실제 서로의 가족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더라. 일하면서도, 회식 자리에서도. 그러다 보니 우리끼리 끈끈해졌다. 가족영화를 만들려다 가족 같은 사람들이 많이 생긴, 내게 있어 참 따듯한 영화다.


https://cine21.com/news/view/?mag_id=109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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