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스퀘어 [씨네21 리뷰] 영화의 힘이라기보다는 엄마의 힘, 시간의 힘, <넘버원>
172 0
2026.02.11 16:59
172 0
fpEPlJ

늘 그렇듯이, 하민(최우식)은 엄마 은실(장혜진)이 차려준 밥을 먹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숫자가 보인다. 그 숫자는 하나씩 줄어드는데,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알 도리가 없다. 그는 각고의 노력 끝에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을 때마다 숫자가 줄어든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숫자의 의미는 여전히 물음표다. 그러던 중, 아들 얼굴도 못보고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꿈에 나와 넌지시 알려준다. 그 숫자가 0이 되면 엄마는 죽는다고.


그 후 엄마가 해준 밥을 먹지 않기 위한 하민의 필사적인 노력이 시작된다.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버리고,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지원하고, 본가가 있는 부산을 떠나 독립하고…. 엄마의 오해는 점차 깊어진다. 한편 보육원에서 자란 하민의 여자 친구 려은(공승연)은 은실의 반찬을 대신 받으며 그녀와 가까워진다. 그리고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엄마의 정을 느낀다. 려은이 결혼 조건으로 하민에게 엄마를 모시고 살자고 요구하자, 하민은 이 상황이 그저 난감하기만 하다.

보육원에서 자란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독립영화 <거인>으로 데뷔하고 <여교사>를 연출했던 김태용 감독의 신작이다. 어둡고 날 선 전작 들과 완전히 다른 장르의 휴먼드라마로, ‘엄마’에 대한 짙은 애정과 눈물과 웃음이 가득 담겨 있다. 이 영화에서 엄마만큼 중요한 것은 ‘밥’. 엄마 은실을 연기한 배우 장혜진은 실제로 부산 출신으로, 야무진 손길로 무를 어슷어슷 썰어내고 매운 양념에 소고기를 들들 볶아내며 한소끔 푹 끓인다. 콩잎을 한잎 한잎 정성스레 버무린다. 그렇게 부산식 소고기뭇국과 콩잎 조림을 끝없이 만들어낸다. 동시에 그것들을 복스럽게 먹어댄다. ‘저작근’의 영화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영화는 밥을 한술 한술 꼭꼭 씹어 삼키는 장혜진의 턱과 입을 자주 클로즈업한다. 큰아들이 수능을 보러 가던 날 기어이 아침밥을 먹여 보내고, 서둘러 수험장으로 향하다 허망하게 떠난 큰아들의 죽음 앞에 절망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작은아들에게 숟가락을 꼭 쥐어준다. 먹으라고, 먹어야 산다고.

밥을 짓는 일과 먹는 일. 그리고 살아남는 일. 지난 세대 어머니들의 삶을 곡진하게 담아낸 이 작품은 이 땅의 아들들이 어머니에게 보내는 반성문이자 연가다. 보육원에서 자랐고 스무해 동안 어머니를 만나지 않았지만,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기로 결심 했다는 김태용 감독은 촬영 직전 어머니의 부고를 받았다. 그때 감독이 맞닥뜨렸을 감정은 영화 구석구석에 서려 있다. 아버지와 형을 잃고 피붙이라고는 엄마밖에 남지 않은 하민의 눈앞에 자꾸만 떠오르는 숫자도, 그 숫자가 없어지면 엄마마저 잃게 된다는 강박적인 믿음도 허무맹랑하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거인>의 소년 영재를 연기했던 최우식이 10여년의 세월이 지나 <넘버원>의 성인 하민으로 다시 한번 등장한 것은 감독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울림을 준다. 휴먼드라마의 문법에 충실한 영화로 다소 전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김태용 감독이 연출했기에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설 명절에 극장가를 찾아온 간만의 전통적인 가족영화로, 곁에 있는 이들에 대한 사랑과 소중함을 새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형도 엄마가 밥 먹고 가라고 붙잡아서 죽은 거잖아!” 토해내듯 외치는 하민의 말. 그 말을 듣는 엄마의 마음은 분명 참혹할 것이다. 스러지고 폐허가 되어 뼈가 시리도록 차디찬 바람이 들이칠 것이다. 그러나 은실은 하민의 말에 무너지지 않는다. 그저 견디고 또 견디는 표정으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듯한 밥과 국을 낸다. 하민에게 담담히 숟가락을 쥐어준다. 그녀에겐 아직 살아남은 아들이 있고, 살아나갈 인생이 있으므로


(중략)


QfXank


원문 - https://cine21.com/news/view/?mag_id=109375



목록 스크랩 (0)
댓글 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형광끼 없이 트렌디한 멀멀 컬러로 재탄생한 3세대 워터틴트!✨ 오아드 슬레인 파우더믹싱 워터틴트 178 00:04 2,769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665,524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553,284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669,63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855,966
공지 잡담 발가락으로 앓든 사소한 뭘로 앓든ㅋㅋ 앓으라고 있는 방인데 좀 놔둬 6 25.09.11 468,965
공지 잡담 카테 달고 눈치 보지말고 달려 그걸로 눈치주거나 마플 생겨도 화제성 챙겨주는구나 하고 달려 8 25.05.17 1,114,828
공지 잡담 카테 달고 나 오늘 뭐 먹었다 뭐했다 이런 글도 난 쓰는뎅... 11 25.05.17 1,172,464
공지 스퀘어 차기작 2개 이상인 배우들 정리 (2/11 ver.) 135 25.02.04 1,770,918
공지 알림/결과 ─────── ⋆⋅ 2026 드라마 라인업 ⋅⋆ ─────── 118 24.02.08 4,537,348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라마 시청 가능 플랫폼 현황 (1971~2014년 / 2023.03.25 update) 16 22.12.07 5,532,498
공지 알림/결과 ゚・* 【:.。. ⭐️ (੭ ᐕ)੭*⁾⁾ 뎡 배 카 테 진 입 문 🎟 ⭐️ .。.:】 *・゚ 170 22.03.12 6,964,887
공지 알림/결과 블루레이&디비디 Q&A 총정리 (21.04.26.) 9 21.04.26 5,691,448
공지 알림/결과 OTT 플랫폼 한드 목록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티빙) -2022.05.09 238 20.10.01 5,781,105
공지 알림/결과 만능 남여주 나이별 정리 303 19.02.22 5,915,252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영배방(국내 드라마 / 영화/ 배우 및 연예계 토크방 : 드영배) 62 15.04.06 6,084,560
모든 공지 확인하기()
15259297 잡담 내일 점심 라면먹을거다 03:34 6
15259296 잡담 배우들 오디션 03:32 39
15259295 잡담 브리저튼4 2화 보는데 팬우드? 이 사람한테 소피 들켜? 1 03:32 13
15259294 잡담 김태리 차기작 소식 진짜 안뜬다 4 03:25 79
15259293 잡담 배우판에서 30대면 어린거지? 1 03:25 58
15259292 잡담 김성철도 나름 늦게 뜬 편인데 참 연기 잘하는듯 03:19 42
15259291 잡담 서봄 제작사에서 서봄 이후 시대 영화 만든다고 하지 않았나? 03:09 22
15259290 잡담 박정민 근몇년간 1-2롤만 하지않음? 2 03:09 128
15259289 잡담 근데 덬들은 낭닥 박민국 좋아했어? 싫어했어? 아님 딱히 별 생각 없었어? 3 03:05 40
15259288 잡담 브람스는 김성철이 제일 불쌍해 5 03:04 118
15259287 잡담 중증외상 중증외상모닝🏥💉🚁🐰🍡💚 03:03 10
15259286 잡담 배우들 고생안한 사람들 없겠지 1 03:03 78
15259285 잡담 이준영도 할만큼 교복입는거 ㅈㄴ좋다 1 03:01 47
15259284 잡담 쉽지않지만 어덕행덕이 최곤거 같음 1 03:00 34
15259283 잡담 약영3 안해줄꺼면 스핀오프해죠오 1 02:59 41
15259282 잡담 김민재 대표작이 유세풍인가 5 02:59 106
15259281 잡담 이성민 골타하니까 박원국 환자에피 생각남 1 02:57 37
15259280 잡담 사람이 신뢰를 쌓고 좋아지기까진 오래 걸리는데 신뢰가 무너지는건 되게 한순간이다 3 02:55 158
15259279 잡담 난 과몰입 오지게 하는거 좋아하는데 왕사남을 봐버린거에요 02:53 41
15259278 잡담 이성민은 조연인데도 진짜 연기어마어마했음 2 02:51 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