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만약에 우리’ 속 핵심 소재인 ‘집 모형’과 ‘실제 건축물’이 원작자의 허락 없이 무단 사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해당 건물을 설계한 건축사사무소 소장 A 씨는 “2차 저작권 위반이 명백하다”라며 창작자의 권리를 주장했다.
건축사 사무소를 운영 중인 A씨는 영화 ‘만약에 우리’를 관람하던 중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극 중 여주인공 정원(문가영 분)이 건축가를 꿈꾸며 직접 만든 것으로 설정된 ‘집 모형’이 과거 자신이 설계한 건물과 디자인·비례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모형뿐이 아니었다. 영화 막바지에 실물로 등장한 이 집은 실제 용인 처인구에 있는 주택으로, 2020년 5월에 준공됐다. A소장은 이 집을 직접 설계했다.

A씨는 “내가 설계한 집을 집주인이 촬영 장소로 대여해주고 영화에 나온 것은 건축사로서 뿌듯한 일이나, 영화 내에서 이 건물을 주인공이 직접 설계하고 디벨롭하는 과정의 결과물로 묘사한 것은 표준 설계 계약서상 명시된 ‘2차 저작권’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영화 개봉 전에 연락도 없었을 뿐 아니라, 영화 엔딩 크레딧을 끝까지 확인했지만 저의 이름과 사무소 명칭은 어디에도 없었다” 면서 “크레딧에는 ‘건축 모형 및 건축 패널’로 모 대학 건축학과 교수와 함께 십 수명의 이름만 기재돼있어, 마치 해당 건물이 그들의 창작물인 것처럼 오인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관련 내용을 제작사에 알리고자 인터넷상 주소 및 등기부등본 주소로 두 차례 내용 증명을 보냈으나, ‘폐문 부재’ 및 기타 사유로 모두 모두 반송됐다”라면서 “이 사실을 공론화해 창작자의 권리를 회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언론에 제보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극 중 보육원 출신 정원은 집이 없는 설움을 딛고 자신만의 공간을 꿈꾸며 건축가로 성장해간다. 정원이 만든 집 모형은 그의 사랑과 꿈을 상징하는 영화 속 핵심 오브제로 사용됐다. 하지만 정작 그 꿈의 결과물인 ‘집’은 현실 세계에서 한 창작자의 권리를 무단으로 점유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창작자의 권리에 가장 민감해야 할 영화계가, 타인의 지적 재산을 이토록 무심히 다뤘다는 사실은 뼈아픈 대목이다. 제작사 측은 스포츠경향에 “촬영 당시 건축 소유주로부터 허가를 받았고, 당시엔 건축 설계 저작권 문제까지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협의가 사전에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건축사 측이 주장하는 2차 저작권 침해와 관련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제작사 측은 “극 중 등장하는 모형은 해당 집을 연상시키긴 하지만 설정상 똑같지 않다. 극적 설정을 위한 미술 소품이었을 뿐”이라며 “이것이 명백한 불법 복제에 해당하는지 법리적인 검토 중이며,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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