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극장에서 보길 강력 추천한다.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역사가 따뜻한 시선으로 펼쳐지는 동시에 배우들의 묵직한 열연이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정말 티켓값과 117분이라는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은 '왕과 사는 남자'다.

왕과 사는 남자'로 사극 첫 도전에 나선 장항준 감독의 선택은 영리했다. 그간 계유정난 전후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 과정에만 집중했던 것과 달리 왕위를 빼앗긴 후 이홍위의 삶에 주목한 것. 이에 실존 인물인 엄흥도가 등장하게 됐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내는 인간애, 희로애락이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장항준 감독의 따뜻한 시선 속 이홍위는 '비운의 왕'이라는 단편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왕의 기개가 넘치면서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군주로 그려질 수 있었다.
엄흥도와 단종의 환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유해진과 박지훈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큰 영화다. 강원도 산골 마을에서 매 끼니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촌장으로 변신한 유해진은 보기만 해도 웃음이 새어 나오는 인간적인 면모뿐만 아니라 이홍위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표현해내 관객의 마음을 사정없이 울린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초반 엉성한 CG와 뚝뚝 끊기는 음악 활용은 초반 몰입을 살짝 방해한다. 하지만 이것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을 만큼 '왕과 사는 남자'가 가진 미덕이 훨씬 크고 대단하다. 특히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따뜻한 메시지의 웰메이드 사극이 등장한 것만으로도 한국영화 침체기를 이겨낼 계기가 마련된 것 같아 기분 좋은 기대를 걸게 된다.
https://www.joynews24.com/view/19298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