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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씨네21/특집] 안성기 배우를 말하다 - 배창호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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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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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 배우는 영정 사진마저 포근했다. 눈을 따뜻하게 맞춰오며 입꼬리를 부드럽게 올려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이 사진은 안성기 배우가 배창호감독과 함께한 9번째 영화 <기쁜 우리 젊은 날>(1987)의 스틸로, 포스터 제작을 위해 찍은 것이다. “아내인 오소영 여사가 그 사진을 떠올렸던 모양이에요. 구본창 작가에게 부탁해서 영정 사진으로 썼죠.” <기쁜 우리 젊은 날>을 연출한 배창호 감독이 말했다. 그는 1982년 데뷔작 <꼬방동네 사람들>부터 10년이 조금 안되는 동안 12편의 영화를 고인과 함께했다. 90년대 들어서면서 잠시 협업은 멈췄지만 2000년대 들어 <흑수선>으로 재회하면서 총 13편의 영화를 함께했다. 장례식이 끝난 뒤 배창호 감독을 만나 고인과 함께 만든 영화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창밖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 2025년 12월31일, 안성기 배우가 위중하다는 속보를 전 국민이 보았습니다. 그때부터 마음이 편치 않으셨을 것 같아요.
= 내가 병원에 간 게 2026년 1월1일이었어요. 중환자실에 있어 면회가 불가능해 차분히 집에서 기다렸어요. 회복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다 1월5일 (별세했다고) 연락을 받았죠. 부인 오소영 여사가 공동 장례위원장을 부탁했어요. 운명은 이 세상을 떠난 것이고 잘 보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앞섰죠.



- 안성기 배우와 데뷔작부터 내리 12편의 작품을 함께했고, 최종적으로는 <흑수선>까지 13편을 완성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작품을 함께하셨나요.
= 80년대에 안형도 성인배우로서 새로 시작한 거나 마찬가지였고, 나도 감독으로 데뷔했으니까 동료의식이 강했어요. 돌이켜보면 내가 즐겨 표현하려고 하는 어떤 인간의 모습이 안형에게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나는 어떤 역이라도 인간애가 스며 나오는 배우를 좋아했거든요. 그리고 안형에겐 무채색의 모습이 있었어요. 눈빛에서 나오는 우수, 고독, 서민적이면서 또 지성적인 모습이.



- 성인이 된 안성기 배우를 처음 만났을 때는 어떠셨어요.
= 이장호 감독님의 조감독을 하던 시절, <바람 불어 좋은 날> 캐스팅이 잘 안됐을 때 안형을 광화문 다방에서 우연히 만났어요. 안형은 아마 친구를 만나러 왔던 것 같아요. 당시 내가 안형이 성인배우로 데뷔했을 때 <야시>(1979)라는 영화를 봤거든요. 성인배우가 된 그가 궁금했어요.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주연배우로서 아우라를 갖췄다는 걸 느꼈거든요. 특별히 개성적이지 않았고 미남이지만 조각 미남은 아니었죠. 그리고 TV 출연을 하지 않았어요.



- 당시엔 TV에 출연하지 않는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나요.
= 크죠. 당시에는 관객이 영화만 하는 배우를 선호했어요. 영화에서만 볼 수 있으니까요. 그땐 젊은 남자배우들 중에 영화만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여러 가지로 잠재력이 있겠다 생각하던 차에 안형을 우연히 만나서 <바람 불어 좋은 날>에 캐스팅하게 됐어요.



- 두분이 감독과 배우로 처음 함께한 작품이 <꼬방동네 사람들>입니다.
= 데뷔작인 <꼬방동네 사람들> 주석 역에 자연스럽게 안형을 떠올렸던 것 같아요. 원작은 빈민촌 사람들을 다룬 실화인데, 영화에서 다루는 부분은 조그마한 챕터라 캐릭터의 성격을 내가 거의 다 부여했어요. 그게 안형하고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안형의 특성을 살려 도시를 배회하는 고독한 전과자, 상처를 안고 살아가면서 잃어버린 가족을 그리워하는 젊은 가장의 모습을 투영했죠.



- 주석이 출소 후 택시 기사가 되어 대사 한줄 없이 밤거리를 운전하는 모습만으로도 정말 멋있더라고요.
= 그런 모습이 안형의 장점이에요. 클로즈업 중에서도 특히 대사가 없는 클로즈업. 배우가 몰입하고 있으면 나머지는 관객들이 느낄 수 있는 클로즈업이죠. 나는 그런 클로즈업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좋은 영화배우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두운 거리, 택시 안을 스치는 도시의 불빛 등에 인물이 조화롭게 녹아들어야 해요. 안형은 그런 클로즈업이 무척 좋았어요. 말없이 있을 때 참 좋았어요.



- 소매치기 주석을 보여주는 몽타주에서 그의 대담함을 보여주기 위해 안성기 배우에게 기차에 매달리게 했습니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기차에 매달린 채 휘날리는 긴 머리카락에서 강한 집념이 느껴졌어요.
= <꼬방동네 사람들>에선 기차에 매달린 컷만 썼는데, <고래사냥>은 더 어려웠죠. 달리는 화물기차에 뛰어올랐다가 지붕에 올라가는 것까지 다 소화했으니까. 주연배우 김수철씨하고 안형이 스턴트 없이 직접 소화했고, 이미숙씨의 경우 스태프가 의상을 입고 대신했어요. 물론 기관사한테 그 구간만 천천히 달려달라고 부탁했지만, 촬영용으로 기차를 세워놓고 찍진 않았어요. 기차가 지나가면 배우들이 직접 뛰어올랐고, 다음 역에서 내려서 차를 타고 돌아와서 다시 찍었죠. 기차 3대를 보내면서 찍었던 것 같아요.



- <고래사냥>은 서울에서 우도로 향하는 인물들의 여정을 담습니다. 고향인 우도로 향하는 춘자(이미숙),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우도까지 갈 수 있게 도우려는 병태(김수철)와 달리 거지인 민우(안성기)는 동기가 불분명해요.
= 처음엔 끌려들어왔다가 점점 병태의 집념과 사랑에 끌려가는 거죠. 순진한 두 사람의 끼니를 챙겨야 하니까 직접 각설이를 해서 밥을 얻어 먹이죠. 그다음엔 히치하이킹에 실패해 걸어가기도 해요. 그 신을 잘 보면 병태가 앞장서고 민우는 할 수 없이 쫓아가요. 노을이 비치면 굽이굽이가 산이에요.



- 그 추운 날 산에 배우들을 데리고 갔을 때는 어떠셨어요. 어디서 찍으셨나요.
= 주로 강원도에서 찍었는데 진짜 추웠어요. 횡계, 정선, 동해, 그다음에 남애항, 묵호 등 다 강원도죠.



- 모두 지쳤을 때 춘자가 눈 덮인 밭으로 달려가 무를 한 뿌리 캐서 아이처럼 좋아하는 신이 있어요. 그걸 보고 활짝 웃는 안성기 배우의 코가 콧물로 반짝여요. 정말 추워 보입니다.
= 한컷 찍고 나면 배우들도 나도 군불을 쬐면서 몸을 녹이고 다시 촬영에 들어가곤 했어요. 서울 분량을 빼면 바다와 산 신은 한달이 안됐을 거예요. 버스 하나에 스태프들 16여명과 배우들이 가족처럼 지내면서 찍었어요. 안형이 진짜 고생한 것이, 내 두 번째 영화 <철인들>이에요. 70년대 사우디 건설 붐을 일으키게 했던 ‘주베일 산업항 공사’라는 실화를 담은 영화인데, 안형이랑 한달 동안 울산 조선소에서 촬영했어요. 태풍으로 커다란 배가 떠내려갈 뻔한 사건을 다루는 밤 신이 있었는데 현장에서 특수효과팀이 비바람에다 파도를 들이치게 하려고 큰 덤프트럭을 준비해서 물을 퍼붓는데…. 진짜 고생했어요. 그 작품으로 안형이 대종상영화제서 처음 남우주연상을 받았어요.



- 12편을 내리 함께한 다음 <젊은 남자>로 처음 안성기 배우 없는 작품을 연출하셨습니다. 안성기 배우 없는 현장이 크게 달랐을까요.
= 비교할 겨를 없이 그 현장에 적응했죠. 아무래도 안형하고 함께하면 든든하고 참 편안했어요. 후배 배우들이라든지, 스태프들의 질서가 딱 섰어요.



- 안성기 배우가 군기를 잡을 스타일은 아닐 듯한데요.
= 절대 아니죠. 하지만 사람들이 모두 안형을 존경하니까.



- 연출자와 배우로서 대립한 적도 있었나요.
= 세상 내색을 안 하는 사람이니까 그런 적은 없어요.



- <씨네21>이 창간한 1995년에 발행한 마지막 호는 안성기 배우 특집호였어요. 안성기 배우가 좋아하는 자신의 영화를 꼽을 때 감독님의 영화를 많이 꼽았어요. <고래사냥> <기쁜 우리 젊은 날> <깊고 푸른 밤>. 감독님도 비슷하신가요.
= 비슷하네요. 그 작품들에 안형의 특성이 잘 나타나거든요. 아, 한 작품 더 추가하자면, <안녕하세요 하나님>이 있어요. <기쁜 우리 젊은 날>다음 작품인데, 안형이 뇌성마비 청년을 연기했어요. 걸음거리부터 참 힘든 연기였어요. 뇌성마비 청년이 경주로 향하는 로드무비인데, 설정은 <고래사냥>의 시적인 버전이랄까. 그 작품에서도 참 즐겁게 강원도를 함께 돌아다녔죠.



- 오랜 시간이 흐른 뒤 2001년 <흑수선>으로 다시 현장에서 만났을 때 어떠셨어요. 이전과 같았나요.
= 그럼요. 무슨 얘기를 나누겠어요. 황석(안성기)이 30대 초부터 70대 후반까지의 모습으로 등장해요. 그래서 안형이 나이 먹었을 때 모습을 4시간에 걸쳐 분장했는데도 어색했어요. 티가 많이 났죠. 안형은 당시 50대에 접어들었으니까 특수분장 없이 70대를 연기해도 되겠다고 판단했어요. 그렇게 안형이 노역을 맡은 모습을 보고 함께한 세월이 많이 지났구나 싶었던 기억이 있어요.



- 마지막으로 그를 추억하며 덧붙이실 말씀이 있을까요.
= 아무리 좋은 배우라도 객관적인 눈을 가지고 연기를 봐주는 감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함께한 시대에 안성기씨는 좋은 배우였고 나는 좋은 배우의 좋은 연기를 볼 줄 아는 눈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의 특성을 잘 살려주고 서로 신뢰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오랜 세월 참 편하게 함께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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