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9일 이른 아침, 서울 중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는 배우 안성기의 추모 미사와 영결식이 진행되었다. 세례명 사도 요한의 이름으로 영면에 든 그를 배웅하기 위해 명동대성당에는 유가족, 영화·예술계 인사와 관계자 600여명이 참석했다. 우직하게 한국영화를 지켜온 그의 빈자리를 슬퍼하는 이들은 그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며 기도의 목소리를 높이 올렸다. 이날 명동대성당 지붕 위로 올라온 낮달마저도 배우이자 신앙인으로 영화의 덕목을 몸소 실천해온 배우 안성기를 향해 작별 인사를 나누는 듯 보였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의 주례 아래 이뤄진 장례미사에서는 그를 향한 그리움의 말로 채워졌다. “안성기 사도 요한 형제님은 모든 이에게 사랑받은 국민 배우이자 겸손하고 인품이 훌륭한 참다운 스타였다. 한평생 우리나라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에 봉사하며 고단한 시절 국민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었다. 지난해 말 위중하다는 소식에 모두가 회복을 바랐지만 하느님께서 지난 1월5일 형제님을 당신 품으로 부르셨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과 오랜 시간 길을 함께한 영화인들, 그리고 고인을 기억하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배우 안성기는 명동대성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1985년 명동대성당에서 혼인성사를 받았고,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그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봉독을 진행하기도 했다. 자녀의 혼인성사 역시 이곳에서 이뤄졌다.
장례미사가 끝난 후 영결식 진행을 위해 영정은 배우 정우성이, 정부가 고인에게 추서한 금관문화훈장은 배우 이정재가 맡아 운구 행렬에 앞장섰다. 그 뒤로 배우 설경구, 박철민, 박해일, 조우진, 주지훈, 유지태 등이 운구를 맡았고, 안성기 배우의 궤적을 같이 걸어온 임권택 감독,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유인촌 전 문화제육관광부 장관 등도 배웅길을 따랐다.

영결식에서는 고인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한 추모 영상이 이어졌다. 이번 공동장례위원장을 도맡은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 양윤호 감독은 <고래사냥> <하얀전쟁> <무사>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라디오 스타> 등 고인의 생전 경로를 추억할 수 있는 작품을 그러모았다. 안성기의 시간을 되짚는 과정은 한국영화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과 같았다. 장면으로 각인된 그의 음성, 눈빛, 말씨와 손짓 모두 한국영화 연대기의 DNA가 되었다. 영결식에는 원로배우 신영균을 비롯해 <잠자는 남자>를 함께했던 일본 감독 오구리 고헤이 등이 참석했다.

5일장으로 치러진 안성기 배우의 빈소를 지켰던 정우성은 그와 함께 보낸 시간을 추모사로 회상했다. “선배님은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늘 누군가의 이름을 따뜻하게 불러주셨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깊이와 철학, 배려와 겸손이 몸에 배어 있었다. 그러나 당신 스스로에게 참으로 엄격하셨다. 그 엄격함은 곁에서 보기만 해도 무거웠고, 때로는 한없이 고독해 보이기도 했다. 모든 사람을 진실로 대하시던 선배님, 배우의 품위와 인간의 품격을 지켜주신 선배님, 늘 무색무취로 자신을 지키시던 선배님은 찬란한 색으로 빛나셨다. 지나간 가치를 잊어가던 시대에 안성기라는 언어로 그것을 표현하셨다. 부디 평안히 영면하시길 바란다. 선배님께서는 제게 살아 있는 성인이셨다.”

마지막으로 안성기의 바른 사랑을 받고 자란 아들 안다빈 작가는 서재에서 발견한, 5살 때 유치원 과제로 아버지가 써준 편지를 낭독했다. “다빈이는 어떤 사람이 될까? 겸손하고 정직하며 남을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시간을 지킬 줄 알며, 평화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되거라. 무엇보다 남자는 야망과 용기를 잃지 않아야 한다. 자신감을 잃지 않고 도전해보아라, 그러면 네가 나아갈 길이 보인다. 내 아들 다빈아, 참으로 바꿀 수 없는 건 ‘착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아라. 1993년 11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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