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스크린 한국 사극 기대작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를 그린 두 편의 한국 사극 영화가 상반기, 그리고 빠르면 올해 하반기 스크린을 찾는다. 2026년 다채로운 영화 라인업 중에서도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는 작품들이라 개봉을 기다리는 시간도 설레임이 동반된다.
캐스팅부터 믿음직한 유해진 박지훈의 '왕과 사는 남자(장항준 감독)'와 김남길 박보검의 '몽유도원도(장훈 감독)'는 모두 1400년대로 날아가 조선 7대 왕, 세조 시절 이야기를 전한다. 대표적으로 이정재의 3대 등장신을 만들어낸 '관상'(2013)을 비롯해 이미 다방면으로 숱하게 다뤄졌던 시대이지만, 그 안에서 또 새로운 1%를 찾아냈다. 세조를 중심으로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 '몽유도원도'는 안평 카드를 꺼내들었다.
무엇보다 두 작품 모두 영화계 전반이 급격한 투자 난항에 처한 후 바늘 구멍의 심사를 통과하고 최종 프로젝트 착수에 성공했기에 그 자체만으로 절반의 신뢰 점수는 따놓은 셈이다. 쇼박스는 1000만 '파묘' 이후 관객들에게 보답하기 위한 좋은 콘텐트 중 하나로 '왕과 사는 남자'를 택해 개봉 시기도 '파묘'와 같은 2월로 맞췄고, '몽유도원도'는 속된 말로 칼부림을 단행했던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라인업에서 살아남았다.
촬영 현장 분위기까지 배우들이 직접 자랑할 만큼 역대급으로 좋았다는 후문. '왕과 사는 남자'는 장항준 감독을 필두로 유해진 마음에 쏙 든 박지훈과의 케미가 익히 잘 알려졌고, '몽유도원도' 김남길은 20일 팬들과 소통창을 통해 '손에 꼽을 만큼 너무 너무 행복한 현장이었어. 좋은 사람들과 일한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 같다'며 흡족하게 벅찬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고증을 위한 장발 스타일도 어느 팀 하나 지지 않는다.
이에 여전히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상생을 응원하는 영화 팬들에게는 따로 봐도 같이 봐도 흥미로운 콘텐트가 될 전망이다. 일찍부터 배경이 같아도 확연하게 다를 작품의 이미지와 스토리, 등장인물 등을 비교 및 상상하는 재미를 즐기고 있는 팬들도 여럿이다. '왕과 사는 남자' 21일 언론시사회 통해 베일벗고 '몽유도원도' 최근 모든 촬영을 마치고 쫑파티까지 진행했다. 곧 만나게 될 결과물들이 흥미롭다.
◇다시 기록하는 역사 '왕과 사는 남자'
역사는 지우려 했던 기록. 한국 영화 최초 단종의 숨겨진 이야기를 스크린에 박제한다.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전한다. 사전 콘텐트를 공개할 때마다 화제성 폭발, 역사를 스포일러로 '벌써 눈물 난다'는 반응을 내비치자 않는 예비 관객들이 없다. 손익분기점은 약 260만 명으로 타 사극 영화들에 비해 알짜배기로 맞췄다.
'왕과 사는 남자'를 통해 첫 사극 장르 메가폰을 잡은 장항준 감독은 수장의 몫을 톡톡히 했다. 신뢰와 신선함이 공존하는 캐스팅을 완성했고, 큰 그림을 보며 사극에 일가견 있는 베테랑 스태프들을 끌어 모았다. 여론을 누구보다 잘 아는 대중친화적 감독인만큼 역사학자 뺨치는 역사 공부는 필수, 숱한 시뮬레이션과 함께 디테일 하나하나를 신경썼다. 영화 공개 후 '장테일'이라는 별명을 새로 얻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 길을 국사책 찢고 나온 유해진과 단종의 환생이라 평가받는 박지훈, 그리고 유지태 전미도 김민 박지환 이준혁 안재홍 등이 모두 함께 걸었다. 박지훈의 눈만 봐도 울컥한 유해진은 폭풍전야의 인생 연기를 기대케 하고, 캐릭터 포스터 공개 후 모두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던 새로운 비주얼의 유지태표 한명회는 '왕과 사는 남자'의 킥으로 예고된다. 관계자에 따르면 세조는 등장하지 않는다고. 한명회의 몫이 크다.
특히 지난해 10월 타 영화 시사회에 앞서 취재진에게 선공개 됐던 '왕과 사는 남자' 예고편에서 처음 마주한 박지훈의 등장 순간은 흡사 인두로 지진 듯 지울 수 없이 각인돼 있다. 업계에서는 "박지훈이 잘했다. 대단하다더라"는 입소문이 솔솔 나오고 있었던 터, 임팩트로는 '파묘' 이도현, '올빼미' 김성철과 비견되기도 한다. 정태우에서 박지훈으로 바뀔 국민 단종 계보. 넘치게 받아도 될 후손들의 사랑이 기다리고 있다.
◇지상 낙원의 꿈 '몽유도원도'
'몽유도원도'는 꿈 속의 아름답고도 기이한 풍경을 담은 그림 '몽유도원도'가 완성된 후 각기 다른 도원을 꿈꾸게 된 형제 수양과 안평의 이야기다. 세종의 아들 안평대군이 꿈에서 보았던 이상향, 도원의 풍경을 화가 안견에게 구술해 3일 만에 완성된 그림 몽유도원도를 중심으로 드라마틱한 운명을 마주한 조선 왕조를 담는다는 설명이다. 한 겨울 촬영까지 그림같을 조선의 풍광이 또 다른 주인공이다.
'왕과 사는 남자'로 차오른 분노 게이지 끝 만나게 될 '몽유도원도'의 세조는 어떨까. 왕이 되고자 하는 욕망의 수양을 이번엔 김남길이 연기했다. 그림 몽유도원도로 동생 안평의 욕망을 읽고자 하면서 점차 잔혹하게 변하는 인물을 통해 김남길은 스스로의 야심을 깨달아가는 변화, 안평을 향한 의심과 불안으로 괴로워하는 내면을 모두 소화한다. 매 작품 미(美)쳤지만, 더욱 이를 갈고 연기했다는 풍문이 자자하다.
퍼스널 컬러가 한복. '한복을 입고 태어났다'고 해도 믿을 법한 박보검과 사극의 만남은 두 팔 벌려 환영이다. 무려 조선의 풍류왕자다. 박보검은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예술 작품을 수집하는 것을 즐기며 조선을 대표하는 서예가이자 시-서-화에 능했던 예술가 안평으로 꿈에서 본 아름다운 낙원을 세상에 구현하고 싶었던 이상주의자를 현실화 시킨다. 형 수양에 맞서는 곧고 단단한 사상과 내면까지 벌써 캐아일체다.
안평의 예술을 가장 잘 이해하는 예술적 동반자이자 친구로, 몽유도원도를 그린 조선 대표 화가 안견 역의 이현욱과 함께 박원상 최덕문 류승수 차순배 김병철 김태훈 박명훈 김남희 등이 '몽유도원도' 캐스팅 면면도 화려하다. '몽유도원도'의 한명회는 김병철. 유지태와 극과 극을 달린다. 1000만 '택시운전사' 이후 9년 만에 돌아오는 장훈 감독 역시 첫 사극 연출로 의미있는 도전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