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정과 김선호라는 핫한 '얼굴'들을 전면에 내세운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로코의 기본기를 일단 갖추는 데는 성공했다는 평이다. 서사의 변주가 크지 않은 장르인 만큼, 이야기 자체의 재미보단 '얼굴이 곧 개연성'이라는 로코의 명제를 충실히 따른 것. 시작부터 붙은 두 사람의 투샷에서 이질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얼굴을 더 빛내는 건 로케이션이 큰 역할을 한다. 고윤정과 김선호는 한국과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에 숨겨진 여러 로맨틱 명소를 오가며 '서로가 사랑에 빠지지 않으면 안 될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특히 1회에서부터 낯선 여행지에서의 낯선 인연이 설렘으로 이어지는 두 사람의 얼굴을 찰나의 순간까지도 포착해 낸다. 시청자들은 작품 속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그 특수한 상황에 놓인 듯한 착각과 동시에, 실제 자신의 추억으로도 연결되는 체험이 가능해진다.
그런 비주얼들을 차치하고 나면, 사실 작품 자체는 소위 '아는 맛'의 함유량이 높다는 걸 느낄 수 있겠다. 우연한 만남과 인연의 형성, 갈등과 반목, 재회와 봉합.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그 공식을 오차 없이 있는 그대로 직역한다. 두 사람 인연은 끊임없이 붙고 떨어지고를 반복하며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동화되는데, 이 과정에서 우연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도 한다. 통역사와 연예인의 로맨스라는 독특한 관계 설정으로는 가려지지 않는, 모난 곳 없는 무난함이 곳곳에 배어있다.
그럼에도 이 작품에 나름의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건 역시 통역이라는 소재다. '파파고' 같은 AI가 아닌, 인간 통역사만이 번역할 수 있는 사랑이라는 언어를 작품에서 끊임없이 강조한다. 극 중 주호진이 차무희의 통역을 맡아주다 그녀의 눈물을 숨겨주기 위해 어깨를 빌려주고 속내를 의역해주는 장면에 빗대본다면, 이 행동은 AI 번역에선 절대 이뤄질 수 없는 장면이기에.
통역은 이들의 납작한 '썸씽'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통역 중 서로에게 뜻하지 않은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꽁꽁 감춰뒀던 속내를 들키기도 한다. 통역사의 입이 곧 '내 입'이 되어야 하는 당연하면서도 아이러니한 상황을 로맨스적으로 영리하게 풀어낸 것. 또한 두 사람 사이 일본인 스타 히로(후쿠시 소타)라는 견제 인물을 배치해, 감정선을 고조시키는 장치로 통역이라는 소재를 십분 활용했다. 통역이 필수적인 상황에 놓인 차무희가, 주호진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 자체가 곧 로맨스인 까닭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차세대 로코퀸'을 예약할 듯한 고윤정의 연기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지난해 화제를 모은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 로맨스 연기 시동을 건 그는 이번 작품에서 훨씬 통통 튀는 사랑스러움으로 무장했다. 특히 자신이 극 중에서 연기했던 '도라미'까지 1인 2역에 가까운 연기를 펼치며 '이 사랑 통역 되나요?'의 서사를 거침없이 주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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