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인생 지가 챙겨야지”
사이렌 소리와 재즈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두 여성의 뒷모습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뒤를 돌아보는 미선(한소희), 리듬감 있게 앞으로 나아가는 도경(전종서). 두 사람의 얼굴이 차례로 드러나며 영화는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그리고 장면이 전환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인 궤도 위로 올라선다.
영화 ‘프로젝트 Y’는 화려한 도시 한가운데서 ‘다른 내일’을 꿈꾸며 살아가던 미선과 도경이, 인생의 벼랑 끝에서 검은 돈과 금괴를 훔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프로젝트 Y’는 삶의 바닥에서 “남이 구해주지 않는 인생”이라는 현실을 확인한 두 사람이 결국 자기 방식으로 판을 뒤집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의 범행을 ‘일탈’로만 소비하지 않고 각 인물들의 감정과 욕망을 동력으로 삼아 몰입감을 더한다.
흐름을 지켜보게 하는 서사
이 작품은 등장부터 스스로를 “엔터테이닝 무비”라고 선언했다. 그만큼 ‘프로젝트 Y’는 관객이 기대하는 상업영화의 재미를 정면으로 겨냥했고 실제로 그 목표를 꽤 충실하게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환 감독은 사건의 흐름을 빠르게 전개하면서도 감각적인 편집으로 템포를 끌어올린다. 그러면서도 장면의 목적이 분명하고 리듬이 끊기지 않아 관객은 이야기가 어디로 치닫는지 예측하면서도 동시에 다음 전개를 기다리게 된다.
특히 한소희와 전종서가 만들어내는 일상적인 언어와 욕설은 영화 속에서 직접 설명하지 않았던 이들의 ‘전사(前史)’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고 관계와 결을 드러낸다. 그리고 두 인물이 밑바닥까지 떨어졌을 때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 그 욕망이 어디까지 뻗어 나가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사건과 ‘빌런’을 만나게 되는지까지 영화는 흐름을 놓치지 않고 긴장감을 이어간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는 배우 한소희와 전종서가 각각 미선과 도경이 되어 던지는 말들. 그리고 도경의 행동 하나하나가 만들어내는 개연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들이 이제균, 김신록, 정영주, 김성철로 이어지는 캐릭터들과 만나는 순간, 영화는 가각의 색깔이 더해진다.
그리고, 예상되는 결말이지만 “이 이야기의 끝이 어디까지 갈까” 하는 궁금증을 품고 흐름을 지켜보게 만드는 힘이 보인다는 것이 이 영화 ‘프로젝트 Y’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김신록과 정영주가 만들어내는 살아 있는 캐릭터
이 영화를 관람하고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은 전체 서사를 떠올리면서도, 어쩌면 두 배우의 얼굴만 선명하게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가영 역의 김신록, 그리고 황소 역의 정영주이다.
가영은 도경(전종서)의 엄마로 등장해 현재의 도경을 만든 인물처럼 보이지만, 이후에는 딸과 미선(한소희)을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다. 그 선택의 정점은 영화 속 최강의 빌런 황소와 마주하는 장면에서 폭발한다.
머리를 삭발한 채 등장한 정영주는 관객의 예상치를 넘어서는 ‘해결사 본능’을 드러낸다. 누가 봐도 쉽게 당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압도적인 힘, 그리고 상대를 짓누르는 존재감이 대형 스크린을 장악한다. 하지만 그 앞에서 김신록의 가영은 밀리지 않는다. 그 치열한 순간에도 김신록의 가영은 자신이 어떤 인물인지 확실하게 증명해낸다.
지난 8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김신록은 정영주와의 연기에 대해 “어떤 카리스마로 맞대응을 해야 하나? 얼음이라도 씹어야 하나 해서 그 에너지를 맞서면서 짜릿하고 좋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장면의 투샷은 2026년을 통틀어 가장 강렬한 장면 중 하나로 남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정영주의 활약은 ‘미친 존재감’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경력이 쌓인 배우답게 강렬함을 무기로 삼되 과장되지 않게 제어하고, 이야기 안에서 ‘2인자’의 위치를 가장 빛나게 만드는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준다. ‘프로젝트 Y’가 장르영화로서 재미를 확보하는 데 있어 황소의 정영주는 분명한 한방이 되고 있다.
도시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욕망과 선택
영화 ‘프로젝트 Y’가 완전히 새롭고 독창적인 이야기만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장르적으로 익숙한 문법을 충실히 따르는 편이며, 일부 대목에서는 여성 캐릭터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지점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분명하게 이루려고 하는 점은 상업영화라는 틀 안에서 끝까지 흥미를 놓치지 않는 전개,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배우들의 조화다. 인물들이 사건에 매몰되기 보다 인물의 욕망과 선택이 사건을 끌고 가는 구조로 영화의 몰입감을 단단히 붙잡는다.
김성철이 연기한 비열한 악당 캐릭터는 순간순간 확실한 존재감을 남기며 극의 긴장감을 책임지고 작은 틈을 노리며 먹잇감을 좇는 이제균의 움직임 또한 또렷해 이야기의 흐름을 흔들리지 않게 만든다. 여기에 영화에 데뷔해 작은 역할이지만 충실하게 감정을 담아낸 유아의 존재도 눈여겨볼 만하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휘몰아치는 전개 속에서도 스타일리시한 미술 감각을 놓치지 않는다. 화면이 가진 질감과 분위기가 이야기의 속도감을 받쳐주며, 관객이 끝까지 스크린을 지켜보게 만드는 ‘맛’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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