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이후에 장애인, 다문화가정의 이주여성, 톱 아이돌 등 다양한 영역의 인권문제로 뻗어나갑니다. 실제 사건을 채택하는 기준이 있나요.
= 현실에도 공익 변호사가 큰 승리를 이끌어내고 완벽하게 마무리된 사건도 있어요. 그런데 그건 제가 끼어들 틈이 없어요. 빈구석이 있어야 상상할 여지가 있고 할 말이 생기거든요. 그런데 또 머리를 울리는 것들은 대부분 답이 없는 사건이에요. (웃음)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것들이죠. 보통 제 작품은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로 시작해서 동화에 가까운 판타지로 마무리돼요. 아니면 코미디가 끼어들죠. 저는 오랫동안 판사로 일해왔기 때문에 <프로보노>에서 다룬 사건들의 현실적 결말을 알아요. 전부 기각일 거예요. 현실적으로 이기기 힘들어요. 이주여성의 이혼을 다룬 카야 사건(5·6화)도 실제 뼈대가 된 사례에서는 결국 원고 당사자가 추방됐어요. 드라마에서 카야가 비행기 타고 추방되기 직전까지가 현실이고, “난민 신청합니다!” 하고 외치는 강다윗의 등장이 저의 판타지인 셈이죠. 여기서부터는 유엔 난민 연설을 앞둔 한국 대통령의 입장을 건드리면서 법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이 되는데, 저는 정치의 언어 또한 사회운동의 언어라고 생각해요.
- 카야 사건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문화가정을 꾸린 이주여성이 시아버지의 성폭력에 노출돼 이혼을 요구했지만, 시댁은 카야가 과거의 출산 사실을 숨겼다는 이유로 결혼 무효화를 주장합니다. 결혼 무효화가 이뤄지면 카야는 한국에서 추방당할 위기에 놓이고요. 그런데 과거의 출산 또한 괴한으로부터 수개월간 납치 및 감금되어 원치 않은 임신이 된 것이었고, 몰래 도망쳐 집에 돌아갔을 때에도 이를 수치스럽게 여긴 부모가 가해자의 집으로 돌려보낸 것이었죠. 그때 카야는 미성년자였고요.
= 실제 사건은 대법원까지 갔어요. 대법원에서는 처음에 이주여성의 손을 들어줬죠. 아동 성폭력 피해자에게 과거 이력을 미리 고지했어야 했다고 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말한 훌륭한 판결이었죠. 대법원에서 다시 심리하라고 돌려보냈으니 고등법원에서는 피해자가 살았던 현지 국가까지 가서 조사를 한 거예요. 그런데 피해자가 수개월간 가해자와 함께 살았고 부모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성폭력 피해자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거죠. 따라서 혼인은 사기로 인정받아 취소됐어요. 당시 인권변호사들이 재상고했지만 이번에는 대법원에서 기각했고요.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 게 <한겨레>였어요. 그 기사를 보고 크게 분노했거든요. 당시 저 또한 판사로서 사건의 본질이 잘못 짚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동의 약탈혼 자체가 폭력이잖아요. 구조 자체가 폭력인 상황에서 순응했다는 이유만으로 정상적인 결혼 취급하는 게, 그리고 아동 성폭력 피해자에게 그 사실을 미리 고지할 의무를 강조하는 게 너무 기계적이고 무심한 판결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강다윗의 말을 빌려 판사들이 무심함의 괴물이라고,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한 거죠.
에휴...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