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과정을 지켜보며 마지막으로 남는 감정은 역설적이게도 안도감, 그리고 담백한 위로다. 보통의 로맨스 영화들이 지나간 사랑을 아름답게 포장하거나 절절한 후회로 눈물을 자아내는 것과 달리, <만약에 우리>는 그 시절을 억지로 미화하지 않는다. 그저 그때의 선택이 어떤 마음에서 비롯되었는지, 우리가 왜 헤어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건조하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영화가 후회를 강요하지 않는 태도 덕분에, 우리는 굳이 첫 연인의 안부를 찾아보지 않더라도 마음 한편에서 잠시 옛 기억을 떠올리며 그들을 보내줄 수 있게 된다. 그 상대방도 그때보다는 조금 덜 불안한 어른이 되었기를, 그리고 그 시절의 나보다는 적어도 도망치지 않는 사람이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 인연은 끝났지만 우리가 함께 통과했던 그 불안했던 청춘의 터널이 완전히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음을, 영화는 묵묵히 일깨운다.
아픈 기억 위로 피어나는 색깔, 그리고 배우들
이 영화의 감정들은 배우 구교환과 문가영을 통해 완성된다. 그동안 < D.P. >나 <길복순> 등에서 기묘한 악당이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독특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 온 구교환은 이번 작품에서 처음 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멜로라는 장르에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이야. 특유의 위트와 리듬감은 살리고, 사랑 앞에서 지질해질 수밖에 없는 평범한 남자의 얼굴을 덧입혔다.
영화가 후회를 강요하지 않는 태도 덕분에, 우리는 굳이 첫 연인의 안부를 찾아보지 않더라도 마음 한편에서 잠시 옛 기억을 떠올리며 그들을 보내줄 수 있게 된다. 그 상대방도 그때보다는 조금 덜 불안한 어른이 되었기를, 그리고 그 시절의 나보다는 적어도 도망치지 않는 사람이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 인연은 끝났지만 우리가 함께 통과했던 그 불안했던 청춘의 터널이 완전히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음을, 영화는 묵묵히 일깨운다.
아픈 기억 위로 피어나는 색깔, 그리고 배우들
이 영화의 감정들은 배우 구교환과 문가영을 통해 완성된다. 그동안 < D.P. >나 <길복순> 등에서 기묘한 악당이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독특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 온 구교환은 이번 작품에서 처음 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멜로라는 장르에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이야. 특유의 위트와 리듬감은 살리고, 사랑 앞에서 지질해질 수밖에 없는 평범한 남자의 얼굴을 덧입혔다.
문가영 역시 인상적이다. 아역 출신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팍팍한 서울살이를 견뎌내는 정원 그 자체가 되었다. 아직 문가영이라는 배우의 진가를 모르는 이들에게 보란 듯이 증명하려는 것처럼, 그녀는 꾸밈없고 단단한 생활 연기를 보여준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무너져 내리는 그녀의 눈빛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관객으로 하여금 그녀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 섬세한 감정선을 조율한 것은 김도영 감독이다. 전작 <82년생 김지영>에서 보여주었던, 인물을 향한 따뜻하고도 사려 깊은 시선은 이번 영화에서도 유효하다. 감독은 1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억지로 메우려 하지 않는다. 대신 흑백과 컬러의 대비, 그리고 침묵의 순간들을 통해 관객이 스스로의 기억을 꺼내어 그 빈틈을 채우도록 유도한다.
영화 <만약에 우리>는 원작 영화인 <먼훗날 우리>와 비슷하면서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보여준다. 화려한 기교나 자극적인 사건 없이도 긴 여운을 남긴다. 지금 어딘가에서 현실의 무게 때문에 사랑을 망설이거나, 지나간 인연 때문에 아파하는 이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당신의 불안과 무력감이 결코 당신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지나온 당신은 이제 제법 선명한 색을 띠고 있음을 이 영화가 말해줄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설 때, 문득 올려다본 하늘이 조금 더 맑아 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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