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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특집] 2025 올해의 한국영화 - BEST 10

무명의 더쿠 | 01-02 | 조회 수 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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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 <세계의 주인>


아마도 올해 가장 뜨거운 논의를 이끌어낸 한국영화가 아닐까. <우리집> <우리들>에 이어 <세계의 주인>에 이른 윤가은 감독은 “자타의 고통을 대하는 태도를 향해 새롭게 열린 영화적 세계”(송형국)를 꾸려 우리 앞에 등장했다. 그의 세 번째 장편 <세계의 주인>은 18살 주인(서수빈)의 밝음과 호기심의 이면을 살피는 작품이다. “어른이 된 감독의 눈”(김영진)으로 빚은 신작은 “이중, 삼중의 고심이 숏마다 느껴지는 연출”(이유채)로 “비현실적인 소재와 문법을 취하지 않고도 대단히 깊은 감정”(배동미)을 전한다. 윤가은 감독이 “세 작품에 걸쳐 관점과 방법론을 정립”(김혜리)했음을 실감하게 하는 영화로, 신작에서 느껴지는 그의 성장은 “우리가 한국영화에서 만날 수 있는 아동·청소년 캐릭터 스펙트럼의 확장”(남선우)과 다름없다. “겹겹이 촘촘하게 짜인 윤가은 감독의 세계에 선뜻 들어서기 어렵지만 발을 딛는 순간 빠져나올 수 없다”(홍은애)는 데에 여러 필자들이 긍정했다.


<세계의 주인>에서 성폭력 피해를 다루는 방식이 “온화하고 현대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성폭력 피해자를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마주하고 함께해야 하는지 동시대적 관점으로 골몰”(이자연)했기 때문이다. 유사 주제를 다룬 영화들이 “사건에 집중하느라 인물(의 마음속 응어리진 감정)을 한편에 미뤄둔 것과 다르게 편견에 희생당하지 않도록 모든 인물을 보호하고 존중한 연출의 세심함”(허남웅)은 어쩌면 영화 밖에서도 우리가 견지해야 할 태도일지 모른다. 요컨대 <세계의 주인>은 우리가 “상처받은 사람의 곁에 있는 법을 배워야 한다”(김혜리)고, “상처와 더불어 세계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는 법”(황진미)에 관해 나직이 목소리를 내는 작품이다. <세계의 주인>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메시지와 의도가 전면에 드러나고 모든 인물이 목적을 향해 돌진”(최선)하는 등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작위”(최선)에 관해 지적하는 필자들도 존재했다. “더 논란이 됐어야 할 올해의 문제작”(김철홍) <세계의 주인>에 관해 더욱 다양한 시선과 목소리가 얹혀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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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 <3학년 2학기>


2위는 <세계의 주인>과 각축을 벌인 이란희 감독의 <3학년 2학기>에 돌아갔다. 창우(유이하)를 비롯한 특성화고 학생들은 수능 준비를 위해 책상 앞에 앉는 대신 공장에 출근해 실습 과정에 들어선다. “입시 경쟁이 아니라 노동 현실을 배경”(허남웅)으로 현장 실습생을 조명하면서, <3학년 2학기>는 “사회 진출과 성장을 동시에 스스로 이뤄야 하는 한국사회 사각지대 청춘들의 초상”(이현경)을 그려낸다. “세상의 절대다수인 성인 노동자가 그동안 간과하고 놓쳐온 것들을 현실적으로 일깨우는”(이자연) 셈이다. 더불어 짚어야 할 것은 “사고나 고발의 현장이 아닌 일상 속에서 일하는 청소년”(이유채)을 묘사하는 영화의 시선이다. 긍정과 부정 중 한축으로 기울지 않고 균형을 이루는데, “현장 실습생을 보호하지 못하는 교육·노동 환경을 향한 손쉬운 비판 대신 도리어 청소년의 일상으로 들어가 구조를 직시하게 하는 각본”(남선우)과 “심사숙고의 리듬을 실감하게 하는 카메라”(김영진)의 조화가 돋보인다. 어쩌면 이것이 “노동영화가 해낼 수 있는 최선의 ‘조치’”(정재현)가 아닐까. 그렇게 <3학년 2학기>는 “사회의 얼룩진 곳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거룩한 발걸음”(문주화)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운다. “과도한 설정, 과몰입, 과장 없이, 과정을 밟아나가며 체득하는 일과 나날”(정지혜)이 담긴 <3학년 2학기>는 “넷플릭스 학원물이 장르의 스테이지로 바꿔놓은 한국 10대의 세계에 리얼리티를 돌려주”(김혜리)었다. “최악 대신 (아마도) 지속 가능할 위태로운 현재와 미래를 응시”(듀나)하는 이란희 감독의 시선이 미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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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 <어쩔수가없다>


“나를 위한 자리가 없다면, 내가 만들어서라도 취업에 성공하겠다.” 재취업을 향한 만수(이병헌)의 간절함은 <어쩔수가없다>를 견인하는 강인한 동력이며 그 저변엔 가족과 그에 얽힌 욕구가 자리한다. 박찬욱 감독이 오랜 기간 원작 소설의 영상화를 꿈꿔왔고 마침내 이뤄낸 <어쩔수가없다>는 “가족을 유지시키는 힘은 가족애 이외의 욕망들이라는 사실을 언제나 그랬듯 입증”(김혜리)하는 작품이다. “대체와 감축, 파괴라는 구조적 폭력을 박찬욱 특유의 미장센과 리듬으로 번역”(이유채)해낸 영화의 언어가 결국 다수의 평자들을 납득시켰다. “허술하고 충동적인 인물들은 가차 없이 베어지는 생존의 세계”(최선)에서 만수는 그의 계획에 따라 경쟁자를 차례로 처단하고, 이상하게도 그 살풍경은 어느새 “가장 인간적으로 그려진 인간 벌목의 현장”(최선)이 된다. 살인이 과연 최선의 선택이었냐는 의문이 동반될 만큼 “‘어쩔 수가 없다’는 말로 참 많은 양보가 일어나”(황진미)는 작품이지만 “그런 양보를 통해서 결국 발밑이 썩어가고 삶은 뿌리가 뽑힌다는 것을 우화적으로 잘 보여”(황진미)주기도 한다. 언제나 그렇듯 디테일을 잃지 않은 숏들은 <어쩔수가없다>가 “각 분야 최고 권위자들이 합심해 세공한 의지의 산물”(정재현)임을 실감케 한다. 그중 “배우를 날아오르게 만드는 편집과 촬영”(정재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이렇게 접붙여도, 저렇게 가치쳐도 그럴싸해지는 해석의 이파리가 무성해 별의별 분재가 가능하게 만드는 박찬욱 연출의 힘”(허남웅)이 여전히 건재함을 <어쩔수가없다>가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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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 -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


홍상수 감독을 향한 평단의 지지는 올해도 굳건했다. 4위에 오른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는 젊은 시인 동화(하성국)의 하룻밤을 펼친 작품이다. 애인 준희(강소이)를 데려다주려다 그의 부모 집에 머물게 된 동화는 준희의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술도 한잔 기울인다. 우거진 산세 속에서 오가는 대화엔 동화를 향한 준희네 가족의 은근한 잣대가 섞여 있지만 그럼에도 동화는 자신의 자유로움을 잃지 않고자 한다. 홍상수 감독의 신작을 두고 홍은애 평론가는 “한정된 공간과 시간, 그리고 ‘우연’으로 빚어낸 소박하지만 달콤 쌉싸름한 캉파뉴(Campagne)”에 비유한다. 그만큼 “영화만이 할 수 있고, 영화를 예술로서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우연”(홍은애)의 연속이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준희 가족의 집과 주변의 전경은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은 곳”(이우빈)이지만, 동화는 좀체 그곳을 벗어나지 못한다. “타인을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과 어설픈 확신 사이에서, 거짓 없이 솔직한 자연을 정처 없이 어슬렁”(문주화)대는 영화의 특성은 그런 동화의 언행에서 비롯한다. “안으로 들어섬과 밖으로 나섬”(정지혜)이라는 “그 운동, 구조, 시간을 지나 마주하는 허망의 흔적”(정지혜)은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속세의 신랄한 언어와 자연의 신비 속에서 방랑하는 젊은 시인의 놀랍도록 솔직한 생의 체험기”(홍은미)는 마지막까지도 생동력을 잃지 않는다. 자신의 34번째 장편으로 홍상수 감독은 “자신이 가장 창의적이고 예리한 작가라는 것”(김철홍)을 이번에도 증명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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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 <굿뉴스>


“한국 상업영화의 위기 속 변성현이 남아 있다는 굿 뉴스.”(김철홍) 1970년, 실제 일어났던 일본 항공 351편 공중 납치 사건을 소재로 한 변성현 감독의 <굿뉴스>가 5위에 안착했다. 한국영화 베스트10에 오른 유일한 OTT 플랫폼 공개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상영을 끝으로 극장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 통탄스러울 만큼 시네마틱한 쾌감으로 가득”(남선우)하다. 북한을 공산 혁명을 위한 군사기지로 삼기 위해 ‘적군파’ 조직이 하이재킹을 시도하고, 비행기가 북한에 도달하기 전 대한민국 정부는 서울을 북한이라 속여 이들을 한국에 불시착시킨다. “일종의 ‘국뽕’으로 흐를 수 있는 소재를 끝까지 블랙코미디로 풀어내는 능력과 집념이 감탄”(배동미)을 자아낸다. 뿐만 아니라 “콘티뉴이티 설계, VFX 세팅, 편집을 계산한 현장 운용까지, 준비에 성공하는 것은 성공을 준비하는 것임을 증명”(송형국)해낸 연출력이 돋보이고 “스타일리시하게 진지한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변성현 월드의 진일보를 공고히”(남선우) 한다. “실화와 상상이, 희극과 비극이, 과거 배경과 현실 비판이, 달의 앞면과 뒷면이, 굿 뉴스와 배드 뉴스가 양쪽에서 팽팽하게 잡아당기며 진실을 쟁취하겠다고 대결하는 줄다리기 전개의 묘미”(허남웅)가 극의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작전에 참여한 아무개, 서고명을 연기한 배우 설경구와 홍경의 존재감이 더욱 빛을 발하며 “이질감 없는 미술, 리드미컬한 편집, 적재적소에 등장한 조연들의 활약까지 무엇 하나 허투루 볼 구석이 없어 만족스럽다”(남선우)는 평단의 찬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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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위는 조희영 감독의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가 선정됐다. 수진(공민정)과 정호(감동환)를 비롯한 다섯 캐릭터의 복잡한 인연을 기반으로 “인간은 관계 속에서 정의된다는 감각을 실감”(이유채)케 한다. 사건과 관계가 “어긋나며 맞붙는 상태를 이미지로 실험”(정지혜)하는 영화적 시도가 인상적으로 각인됐다. 7위는 박준호 감독의 <3670>이 이름을 올렸다. “퀴어와 탈북이라는 두 소수자성을 이토록 자연스럽게”(황진미), 전형성에 갇히지 않은 채로 풀어낸 <3670>은 “올해 가장 인력(引力)이 강력한 신인감독의 영화”(이유채)이자 “한국 퀴어영화의 희귀한 성취”(홍은미)다. 올해의 신인 남자배우로도 호명된 배우 조유현, 그리고 김현목 배우의 연기 에너지는 이들의 다음 행보를 궁금하게 만든다.


8위는 이종수 감독의 장편 데뷔작 <부모 바보>다. 실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했던 이종수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반영되었으며 특유의 “비상한 유머 감각과 첨예한 현실 감각으로 기워낸 이상하고도 평범한 이야기”(홍은미)이다. “무료해진 한국영화계의 틈에서 자생한 기이한 원근법”(문주화)이 요철처럼 튀어나와 시선을 사로잡는다. 9위는 강미자 감독의 <봄밤>이다. <푸른 강은 흘러라> 이후 16년 만에 카메라를 든 강미자 감독은 “차 떼고, 포 떼고, 혹독한 현실에 놓인 두 사람의 관계에만 집중”(허남웅)하며 “숏의 매서운 떨림, 그 압력을 온전히 감당하는 몸들”(정지혜)을 적나라하게 기록한다. “정교한 편집과 겸허한 몸짓들의 몽타주”(문주화)에서 느껴지는 처연함과 쓸쓸함이 오래도록 감돈다.


마지막으로 “저자성의 신화를 부수는 쾌감”(김예솔비)을 안긴 정재훈 감독의 <에스퍼의 빛>10위에 안착했다. 한국영화 베스트10에 오른 유일한 다큐멘터리로 테이블톱 롤플레잉게임(TRPG)을 즐기는 10대 청소년들의 서사를 담았다. 대본 없이 가상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이들에 관한 “스토리텔링은 불친절하고, 관객은 끊임없이 맥락과 캐릭터를 기억하고 이해하려 애쓰며 관람”(김연우)해야 한다. 하지만 “전자기기를 들여다보며 타이핑하는 10대들은 스스로 만든 허구의 캐릭터들과 동일시되지 않”(김연우)으며, “그 간극의 인식까지가 ‘다큐멘터리’ <에스퍼의 빛>이 시도하는 작업”(김연우)이다. 관객의 노력을 요구하는 <에스퍼의 빛>의 실험에 반드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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