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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씨네21/특집] 2025 올해의 시리즈 - 로맨틱코미디를 호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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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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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로맨틱코미디의 잦은 등장은 장르의 전성기라기보다 사회적 피로에 대한 반사작용에 가깝다. 올해 상반기는 탄핵과 선거 국면을 거치며 갈등과 긴장이 과열됐고, 드라마는 그 이전부터 수년간 범죄·스릴러·복수 서사와 사이코패스 같은 극단적인 인물형에 기대어 시청자의 주의를 붙잡아왔다. 그 과정에서 현실과 허구 양쪽 모두에서 일상과 감정은 점차 주변부로 밀려났다. 이런 맥락에서 로맨틱코미디는 다시 한번 가장 손쉬운 회복 장치로 소환된다. “드라마 산업의 근간인 로맨틱코미디는 숨 막히는 사회 속에서 과로에 지친 대중에게 끊임없는 도피처가 되어왔다”(피어스 콘란)는 평은, 올해 이 장르가 다시 선택된 배경을 압축적으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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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멀리, 현실은 가깝게


다만 2025년 로맨틱코미디는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작품 다수가 사랑을 서사의 중핵으로 삼기보다 유머와 라이트함을 전면에 내세운다. “억지스러운 로맨스가 기둥을 이루기보다는 코믹한 캐릭터들의 개성으로 서사가 진행되고, 로맨스는 양념처럼 곁들여진다”(진명현)는 지적은 이같은 변화를 짚는다. 이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더 솔직하고 즉각적인 감정을 제공한다는 인식과도 맞물린다. 사랑은 더 이상 설득해야 할 단일한 목표라기보다 은근한 뉘앙스로 조정되며 주변에 머문다.


연애 서사의 비중이 줄어든 자리는 강력한 로코형 남자주인공들이 채웠다. “<지금 거신 전화는>의 백사언(유연석), <폭군의 셰프>의 이헌(이채민), <태풍상사>의 강태풍(이준호)처럼 장르화되고 코드화된 ‘로코 남주’ 역할을 뻔뻔한 기세로 소화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위근우) 개연성이 다소 느슨하더라도 클리셰적 인물을 활용해 전개를 밀어붙이며 연애 관계에만 설득을 의존하지 않는다. “<폭군의 셰프>처럼 개연성을 일정 부분 상실했음에도 사랑받는 사례를 보면 시청자의 욕망을 자극하고 실현하며 그 환상성을 기꺼이 용인하는 장르로서 로맨틱코미디는 여전히 건재하다”(남선우)는 평은 이러한 변화가 시청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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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사랑을 가볍게 다루면서도 현실은 보다 밀착해 반영했다는 것이다. “주거 문제(<우주메리미>), 취업 현실(<키스는 괜히 해서!>), 알코올의존증(<금주를 부탁해>), 코인 열풍(<달까지 가자>) 등 경제·계급 문제와 사회적 이슈를 로맨스와 결합하려는 시도가 두드러졌다.”(박현주) 당대의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경쾌하게 번역해 기꺼이 감당하는 셈이다. 일하는 여성의 전면화도 눈에 띈다. “요리사(<폭군의 셰프> <당신의 맛>), 연구원(<감자연구소>), 상사맨 (<태풍상사>), CEO(<나의 완벽한 비서>) 등 여자주인공들은 연애도 하지만 열심히 일하며, 이들의 노동이 궁극적으로 사랑의 양상에 기여한다.”(정재현) “<폭군의 셰프>와 <태풍상사>의 경우 단순히 로맨스에만 치중하지 않고, 주인공이 시대적 배경 속에서 프로젝트를 단계적으로 완수해나가는 과정이 있어 지루함 없이 볼 수 있었다”(조현나)는 평가가 이를 뒷받침한다. 즉 2025년 로맨틱코미디에서 사랑은 모든 갈등을 해결하는 결말이 아니라 노동의 리듬 속에서 생성되고 유지되는 관계로 재배치된다. 이러한 현실 밀착은 주인공들의 연령 확장과도 맞물린다. “보통의 로코 남녀주인공보다 상대적으로 나이대가 높았던 <나의 완벽한 비서>, 중년 로맨스를 성실히 구현한 <첫, 사랑을 위하여> <금쪽같은 내 스타>”(박현주) 등은 결혼과 커리어 시기가 늦춰진 현실을 반영한다. 20대 청춘의 전유물이었던 로맨틱코미디가 생애주기 전반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시각적·형식적 전략도 주목할 만하다. “요리·판타지·레트로 등 화려하고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장르, 소재와의 결합이 강했다”(이유채)는 관찰은 2025년 로맨틱코미디의 외형적 특징을 짚는다. “제주(<폭싹 속았수다>), 전주(<당신의 맛>), 1990년대(<태풍상사>)처럼 로컬 기반의 상상력과 구체적인 공간성, 시대성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김소미)이 적용되며 작품의 질감은 더욱 또렷해졌다. 이런 시각적 화려함이 효과를 발휘한 배경에는 숏폼 콘텐츠 환경이 자리한다. 본편 감상에 앞서 요약 영상이 먼저 소비되는 상황에서 고백 신이나 키스 신처럼 짧지만 강력한 장면을 다량으로 만들어내기 쉬운 로맨틱코미디는 구조적으로 유리한 장르다. “숏폼에서 호기심을 유발하려면 복잡한 서사보다 단순한 관계와 즉각적인 설렘이 유효하다. <폭군의 셰프>의 음식 장면과 ‘혐관’ 장면이 쇼츠로 다수 바이럴된 이유다.”(김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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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로맨틱코미디를 ‘올해의 흥행 장르’로 단정하기는 힘들다. “딱히 올해 로맨틱코미디가 안정적이었다고 보긴 어렵다”(박현주)는 지적처럼 국내 시청률과 완성도 면에서 뚜렷한 성취를 보여준 작품이 많지 않았다. 다만 이 장르가 비교적 활발하게 제작될 이유는 분명하다. 글로벌 시청자의 보편적 정서를 건드리기 쉽기 때문이다. “<지금 거신 전화는>은 국내에서 중박 수준의 시청률에 그쳤으나 넷플릭스 공개 이후 남미에서 인기를 얻었고, <당신의 맛> 역시 비슷한 반응을 얻었다. <감자연구소>는 해외 순위가 좋았다는 자체 평가가 있다”(박현주)는 사례는 국내 로맨틱코미디가 향하는 제작 방향을 보여준다.배우들의 전략도 이 흐름과 맞물린다. “해외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좋은 로맨틱코미디는 SNS 팔로워 수나 글로벌 팬 확보를 고려하는 배우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었고, 제작사 입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제작비 부담이 적다는 점에서 환영받는다,”(박현주) 해외 성과도 고려하는 제작 환경에서 로맨틱코미디는 효율적인 장르적 해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2025년의 로맨틱코미디는 무엇을 대신했을까.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달콤하고도 유쾌한 로맨스에 기대고 싶어질 때도 있다”(오수경)는 의견처럼, 혼란한 시대 속 사라진 여유와 몇년간 장르물 과열로 드라마가 놓친 감정의 완충 지대를 로맨틱코미디가 다시 메웠다고 볼 수 있다. 2025년의 로코는 새로운 사랑을 발명하지는 않았으나 사랑이 작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상을 다시 꺼내 보였다. 결국 올해 로맨틱코미디를 하나의 경향으로 묶을 수 있다면 그 이유는 성공이 아니라 필요에 있다. 잘 만들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지친 사회가 생활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 반복적으로 소환한 장르였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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