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제목처럼 끝내 도달하지 못한 관계의 가정법을 꺼내 든다. 뜨겁게 사랑했던 두 사람이 10년 만에 다시 마주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는 2008년의 과거와 2024년의 현재를 오가는 구조로 전개된다. 시간의 간극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같은 사랑이 어떻게 다른 얼굴을 갖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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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호 역의 구교환은 ‘연기’라는 경계를 지우고 스크린 속에 존재한다. 말끝을 흐리는 습관, 시선을 피하는 타이밍, 아무 일 아닌 척 넘기려다 실패하는 은호의 모든 순간은 연기된 인물이 아니라 실제 어딘가에 살아 있을 법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특히 치기 어린 과거의 은호와 한 가정의 가장이 된 현재의 은호를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만든다.
정원 역의 문가영 역시 시기에 따라 인물의 온도차를 정확히 짚어낸다. 미성숙한 시기의 정원은 설렘과 불안이 동시에 반짝이는 얼굴을 하고 있다. 반면 성인이 된 정원은 감정을 함부로 꺼내지 않는다. 웃음의 깊이도, 침묵의 무게도 달라졌다. 문가영은 두 시기를 각기 다른 결로 표현하면서도, 그 안에 흐르는 동일한 감정의 뿌리를 놓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만약에 우리’는 가장 기본에 충실한 로맨스 영화다. 거창한 사건도, 극적인 반전도 없다. 대신 사랑이 시작되고, 어긋나고, 끝난 뒤 남는 감정의 잔향을 조용히 따라간다. 그러면서도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은호와 정원의 이야기이면서도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된다는 점이다. 스크린 속 두 사람이 사랑하고, 미워하고, 그리워하는 모든 순간들이 자연스럽게 관객의 기억과 맞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