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 처음에 아진이의 엄마가 죽은 곳도 계단이었고, 심지어 살려달라고까지 했고 자기 아빠가 죽이는 걸 알았음에도 그 손을 뿌리치는 장면이 마치 족쇄를 풀고 계단을 올라가는 게 첫 장면으로 나왔고, 그런 아진이가 엄마한테 했던 것과 달리 할머니가 넘어지기 전에 손을 내밀었다는 게 아진이는 주변에 사랑만 있었다면 변할 수 있었다는 아이라는 걸 확인시켜주는 장면처럼 느껴졌어.
만약 그 상황의 주체가 학대하던 자신의 엄마였다고 해도 손을 내밀진 않았을 거라고 봐. 살리면 앞으로가 평생 불안해질텐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겪은 부모와는 다르다는 걸 알기에 수술실 앞에서 기도하면서 울 때, 거짓으로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상황을 바꾸기 위해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오로지 할머니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라는 게 잘 느껴졌어.
예전에 아진이는 자신의 대학 입학이 취소되었을 때도 울지 않았던 앤데 그런 애가 자신과는 피 한방울 안 섞인 남 때문에 울었다는 건 아진이가 마냥 감정이 없는 애는 아니라는 거지. 단지 상황이 애를 그렇게 만들었을 뿐, 아진이는 어릴 때 사랑을 주는 좋은 어른만 있었다면 다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전에 아버지한테 모자 주면서 그랬잖아. 자신의 유년시절을 망친 아버지한테 모자를 선물로 주면서 연기였지만 평범한 아빠와 딸처럼 지내고 싶었다고. 난 그게 거짓말은 아니라고 느꼈어. 아마도 아진이가 받고 싶었던 사랑, 아진이가 갖고 싶었던 따뜻한 가정만 있었으면 아마 이렇게 망가지진 않았을 거야.
잘못된 부모 때문에 망가진 유년 시절로 인해 평생을 이용당하진 않을까 버려지진 않을까 의심하면서 살아온 아진이가 최근 1년동안 알고 지낸 할머니한테서 느낀 감정들로 혼란스러워하고 다정함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게 너무 안타까웠고, 동시에 같이 지낸 1년의 다정함으로 이렇게 애가 흔들리는데 좋은 유년시절이었으면 백아진은 진짜로 행복했을 거고 훨씬 더 사람답게 살았겠다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