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서 10대부터 40대까지 반복해서 나오는 말이 있다.
燕 제비 연.
"어느날 갑자기 아무런 예고도 없이."
첫 만남인 1992년을 제외하고는 상연은 늘 봄에 은중의 앞에 나타난다. 은중의 입장에서는 상연은 예고 없이 은중의 삶에 나타나는 사람이다. 하지만 상연의 입장에서 보면 다르다. 오빠가 전학을 가야했으니, 오맹달을 만나기 위해, 경승주를 따라 왔을 뿐인데 그 자리에 늘 은중이 있을 뿐이다. 상연이 은중을 만나기 위해 찾아온 건 2024년 봄이 유일하다.
제비는 봄이 되면 같은 둥지로 돌아오는 새이다. 그래서 상연은 2002년 봄, 2013년 봄, 2024년 봄 11년마다 은중이라는 둥지에 돌아오는 것이다. 제비는 1년 만에 돌아와도 이전 둥지를 정확하게 찾아낸다.
어린 은중은 상연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반지하에 사는 게 쪽팔려서 아무도 데려오지 못한 은중이 처음 집에 들인 이가 상연이다. 그 순간 은중과 상연은 계속 될 운명이 되었다. 천상연 생애사를 보면 '오빠가 죽고 나는 매일 은중이 집에서 지냈다. 은중이 없었다면, 나는 어디를 방황하며 그 시간을 보냈을까. 그때의 나에겐 정말 은중이밖에 없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부모님과 살고 있는 집은 있지만 상연의 마음의 집은 없었다. 그런 상연에게 따스한 마음의 집이 되준 게 은중이다.
21살 재회 때, 은중은 상연의 집에 다녀온 후 김상학에게 '좀 외로워 보였어. 상연이도, 상연의 방도.'라고 얘기한다. 은중은 상연의 남다른 재능에 내가 가진 게 초라해보이면서도, 휴대전화를 주워서 닦은 뒤에 돌려주는 상연에게 애정을 느낀다. 그러니 외로워 보이는 상연을 어떻게 은중이 모른 척 할 수 있을까. 10대 은중이 머물 수 있는 집을 내주었다면, 20대 은중은 동거를 통해 상연에게 같이 살아가는 집을 준다. 비록 동거가 은중과 상연이 좋은 친구로만 남지 못하고 서로가 달라 싸우기 시작한 지점이 되었지만. 제비에게 완연한 새로운 둥지가 생겼다.
제비는 동료 제비가 죽으면 근처를 떠나지 않고 같이 있어준다. 또한 죽은 제비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그러니 상연이 가족의 죽음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는 건 어쩌면 이름에서부터 예고되었을 지 모른다. 가족이 죽고 둥지가 무너진 제비가 방황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상연이 죽음을 앞두고 하늘로 떠나기 전에 자신의 또다른 둥지였던 은중에게 찾아온건 봄이면 둥지로 돌아오는 제비와 같다.
덧붙이면 이들의 첫 만남은 2학기 개학 첫날이다. 봄이 아닌 가을인데 상연이 은중의 앞에 나타날 때 은중을 만나기 위해서든 아니었든 직접 움직인 거지만 전학의 이유는 다르다. 천상연 생애사를 보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엄마는 오빠를 전학시켰고, 나도 같이 원하지 않는 전학을 가게 되었다'고 나온다. 제비는 봄에 돌아오는 새라면, 학은 가을에 돌아오는 새이다. 어떻게 보자면 천상학의 전학이 은중과 상연을 만나게 한 셈이다. 학은 고고한 새이며 속세를 초월한 신선과 함께 하는 모습이 옛 그림이나 문학에서 볼 수 있다. 학은 하늘로 떠났고 이후 여러 불행이 겹쳐서 상연은 은중의 곁을 말도 없이 떠났다. 이들이 5년 후 다시 만나게 되는건 천상학으로 인해 알게된, 이름이 같은 김상학 때문이라는 건 어찌보면 재밌는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