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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은중과상연 [세 정신과 의사의 코멘터리] 동경하고 미워한 '은중과 상연'... 모든 관계엔 '양가감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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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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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469/0000895502


대인관계란 참 어렵다. 어릴 때는 쉬워 보였는데. 인생의 열차에 같이 타고 있던 친구들과 그저 끝까지 쭉 함께일 줄 알았다. 그것이 마냥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수많은 동화와 소설,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평생 이어지는 완벽한 친구 관계들이 자주 등장한다. 삶의 가장 힘든 순간에도 날 버리지 않고 언제나 함께하는 최고의 친구. 진료실에서는 모두가 지니고 있을 그런 영혼의 단짝이 내게만 없다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도, 그렇게 생각해온 인연을 놓칠까 두려워 지나치게 애쓰고 괴로워하는 이들도 자주 만난다. 그럴 때 기차여행을 비유로 들어 말한다. 누군가 내리고 누군가 새로 타며 같은 칸 탑승자들이 계속 변하는 열차처럼, 함께하는 인연들이 자꾸 변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서로의 인생 궤적이 다르기에 그저 자연스럽게 멀어지기도, 마찰이 생겨 하차하는 것도 그저 당연하다. 정신과 의사로 일하며 매일 보는 것은 사람 마음의 헤아릴 수 없는 복잡함이다. 내 마음도 모르는 게 대부분인데, 상대방 마음은 얼마나 알까.


친구들끼리 진료를 같이 시작한 경우도 종종 있다. 내밀한 상처를 공유하며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 온, 마치 드라마에서 볼 법한 이상적 친구 관계다. 저런 친구가 있다니 참 다행이고 부럽기까지 하다는 생각도 내게 든다. 그런데 긴 상담을 통해 안정을 찾아가며 서로의 거리가 더 가까워지기도 하지만, 오히려 반대인 경우도 있다. 몰랐던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되며 과거와 다른 길을 걷게 되는 선택 속에 나오는 자연스러운 결과다. 꼭 누구의 잘못이 아니어도, 둘 다 좋은 사람이어도 틀어질 수 있는 것이 대인관계다.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은 이러한 대인관계의 복잡함을 잘 묘사한 드라마다. 초등학생 때부터 40대까지 이어지며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질긴 인연, 그 속에 흐르는 복잡한 심리를 그려냈다.






‘열등감’에서 피어오른 동경과 혐오


은중: (속으로 ‘나는 너를 좋아할 수밖에 없어’라고 생각한 뒤) “짜증나.”

상연: “왜, 뭐가?”

은중: “몰라… 뭐긴 뭐냐, 너 때문이지.”

상연: “내가 뭘 어쨌는데?”


둘 사이를 잘 보여주는 대화 장면이다. 한 대상에게 서로 대립되는 두 감정이 동시에 혼재하는 것을 ‘양가감정’이라 하는데, 이들은 서로에게 동경과 혐오를 동시에 느낀다. 이는 두 사람이 특별히 별로인 사람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이에게 존재하는 현상이다. 지금의 나 역시 그렇다. 흥미롭고 기대되는 마음에 이 글을 적으면서 동시에 버겁고 놓아버리고 싶다. 당연한 감정 상태이기에 그저 받아들이며 살아야 하는데, 은중과 상연에게는 이 괴리와 충돌이 유독 커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는 그들에게 동경과 혐오를 불러일으킨 불씨의 정체가 인간의 핵심 감정인 열등감이기 때문이다.


은중과 상연은 매력적인 인물이다. 둘 다 어릴 때부터 인기가 많았고 공부도 잘했고, 가진 능력도 좋아서 결국 사회적으로 성공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타인과 비교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찾아내고, 그것에만 시선이 쏠리는 것이 사람의 특성이다. 은중과 상연은 서로에게서 자신의 결핍을 보았다. 은중은 전학 온 상연을 처음 본 순간부터 비교를 시작했다. 부자 집안에 공부도 제일 잘하고 인기가 많은, 자신이 짝사랑하던 남학생까지 반하게 된 상연은 가난한 집안의 자신과 너무도 달랐다. 게다가 아버지가 없는 자신에게 따뜻하게 다가온 선생님이 바로 상연의 엄마이기까지 했으니, 자신의 결핍을 모두 다 지니고 있는 존재가 바로 상연이었다.


그렇다면 상연은 은중에게서 무엇을 보았을까. 자신보다 공부 못하고 가난한 친구로 보았을까.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반지하에 사는 것이 부끄러워 오늘 네가 집에 초대한 첫 친구라는 은중에게 자신은 어머니로부터 미움받는다고 고백한다. 가장 가깝고 소중한 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다 느낄 때 만들어지는 이 결핍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다. ‘심지어 부모님도 그런데 누가 절 좋아하겠어요’라는 말을 진료실에서는 꽤 자주 듣는다.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 상연의 콤플렉스다. 그래서 은중의 입장에서는 믿기 어렵지만, 여러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은중은 상연의 열등감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존재다. 은중과 상연은 남들에게는 숨기고 사는 가장 큰 상처들을 왜 하필 서로에게는 꺼낼 수 있었을까. 이는 이들이 서로에게 강렬한 열등감을 느끼고 있고, 나와 다르게 우월한 상대방의 모습이 빛나 보이며 동경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은중이를 좋아했다. 사실은 나도 그랬다. 좋아하기만 했으면 좋았을 텐데 미웠다. (중략) 너처럼 사랑받지 못해서, 너처럼 사랑하지 못해서, 너처럼은 할 수가 없어서. 아낌없이 줄 수도, 받을 줄도 몰라서. (상연의 편지)


과거 정신과 의사 아들러는 “인간이란 열등감을 느끼는 존재라는 뜻”이라 말했다. 열등감은 날 때부터 존재하는 인간의 보편적 특성이며, 이를 부정할 게 아니라 받아들이고 극복하려는 것이 곧 성장의 과정이라 보았다. 이렇듯 열등감 그 자체는 자연스럽고 건강한 감정이기도 하지만 ‘열등감 콤플렉스’는 또 다른 문제다. 열등감에 지배되어 버린 병적인 상태로, 은중과 상연은 하필이면 서로에게 서로의 강한 결핍과 상처를 거울처럼 반영하는 존재였기에 일반적인 열등감을 넘어서는 콤플렉스를 갖게 된다. 그 강렬한 감정 반응이 낳은 빛과 그림자가 동경과 혐오라는 양가감정이다. 빛만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강렬한 빛일수록 더 진한 그림자를 만드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마음속 그림자를 받아들이는 시간


#너를 좋아하는 것도, 미워하는 것도 나는 힘이 들었다. 그래서 파괴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너를 파괴하고 싶어서. 나를 파괴하고 싶어서. (상연의 편지)


우리 마음은 완전히 상반되는 양가감정을 동시에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스스로 용인하기 쉽거나 남들에게 내보여도 될 것 같은 감정은 수용하지만, 그렇지 않은 감정은 무의식 세계에 눌러 담는다. 정신과 의사 칼 융은 우리 자아가 수용하지 못해 의식 밖으로 밀려난 인격의 측면을 그림자라고 불렀다. ‘상연이가 네 라이벌이었냐’는 질문에 은중은 라이벌 의식은 없이 부럽기만 했다고 느낀다. 닿을 수 없이 우월한 상연에 대한 질투심, 그리고 친한 친구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자신에 대한 혐오는 그림자에 남는다. 상연 역시 그렇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사랑받는 은중을 볼 때마다 자신의 결핍이 또 자극받는다. 게다가 은중은 자신이 감추고 싶어 하는 어두운 기억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존재다.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지 못했다는 결핍과 자신 때문에 오빠를 잃어버렸다는 죄책감을 외면하고 살고 싶지만, 은중과 마주할 때마다 그 그림자들이 다시 떠오르게 된다. 짧은 이 글에 미처 다 담을 수 없는 많은 사건이 그들 사이의 감정을 더 격렬하게 만들고, 은중을 통해 보이는 자신의 그림자를 견디지 못한 상연은 결국 관계를 파괴하려 한다.


점점 더 강한 도파민 분출을 요구하는 최근 트렌드에서 벗어난, 이 잔잔한 드라마가 왜 이리 많은 사람의 마음에 닿았을까. 이는 모두의 마음에 그림자가 있고 모든 관계에 양가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친구, 연인, 심지어 부부, 부모-자녀 사이에서도 시기와 질투심이 자랄 수 있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더 성숙한 사람일수록 이런 그림자도 받아들이지만, 인정할 수 없어 상대방 탓으로 돌리고 원인도 모르는 다툼으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참 많다. 특히나 젊은 날의 대인관계들에는 더 진한 아쉬움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인격의 성숙도가 반드시 나이에 비례하진 않지만, 그래도 더 성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법이니까. 세상의 흐름에 쫓기며 자신을 돌아볼 시간 없이 살던 이들이 30, 40대가 되어 자신의 그림자를 만나고 받아들이게 된다. 사실 진정한 문제는 상대방이 아닌 자신의 마음속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상연의 편지처럼.


지금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도 크든 작든 은중과 상연 같은 관계가 있었을 것이고, 지금도 후회와 아쉬움이 남아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렇다. 그렇게 자책하는 감정을 마음속 어딘가 품고 살던 우리에게 이 드라마는 잔잔한 위로를 준다. 동화 속 이야기처럼 완벽한 관계가 아닌, 현실 속 진흙투성이 관계가 괜한 위로를 준다. 흘러간 인연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마음속 그림자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원래 사람은 다 별로라고, 그러니 과거와 지금의 나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라고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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