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오혜원. 일하러 간다.
이건 내 개인 전용 번호야. 다른 이름으로 저장해.
난 네 집이 마음에 들어.
어제 나 혼자 들어갈 때는 좀 겁이 났지만...
위험했지. 가파르고, 비가 와서 미끄럽고.
다시 내려갈까, 계단 하나마다 망설였어.
그런데 그 순간에도, 넘어지면 안 된다. 혹시라도 다리가 부러지면,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해야한다. 그런 생각에
있는 힘을 다해 조심했단다.
그렇게 계단을 무사히 올라, 어둡고 비좁은 통로를 지나가는데
참 좋더라. 여기를 지나면 네 집에 들어간다는게...
불을 켜고, 하마터면 울 뻔 했어.
이제 집이지.
집이란 이런 거지.
난 어디서나 주로 서있고, 때로는 구두를 신은 채로 자는 사람이잖니.
그 공간이 온전히 나한테 허락된 것 같았고, 너희 어머니께 감사했어.
그래서 내 맘대로 막 왔다갔다 했어.
하지만, 또 누가 알면 안되는 일이라, 나도 모르게 까치발을 들게 되더라.
나야 각종 거짓말에 이골이 난 사람이지만,
너까지 그렇게 만들 수는 없잖니. 내가 더 조심해야지, 그런 유치한 생각.
그런데, 너도 많이 조심해줬으면 해. 이건 더 유치한가.
아, 사발면 하나 먹었어.
후룩거리면 너 깰까봐, 옥상에 나가서.
뭘 그렇게 맛있게 먹어본게 얼마만인지 몰라.
네가 한 말이 생각나더라. 어깨가 빠지도록 연습하면서, 라흐마니노프를 파가니니를
끝까지 즐겨주는거. 최고로 사랑해주는거.
그게 무슨 뜻인지 실감이 났어.
난 참 이상하게 살잖니.
그래서 이제 나는, 네 집을, 너라는 애를
감히 사랑한단 말은 못하겠어.
다만... 너에게 배워볼게.
그러니 선재야,
영어, 독일어 잘 몰라도 한없이 총명한 선재야.
세상에서 이건 불륜이고, 너한테 해로운 일이고 죄악이지.
지혜롭게 잘 숨고, 너 자신을 지켜. 더러운 건 내가 상대해. 그게 내 전공이거든.
엄청 오글거렸지. 이제 손 발 펴고, 아침 먹어.
김희애 나레이션으로 들으니까 더 극락이야
대사빨 미친것 같음 ㅠㅠ 진짜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