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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북극성 3화 소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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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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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이 잘리는 작은 소리 하나가, 마치 포탄이 터지는 소리 같았다. 

죽음은, 불과 몇 분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결국 입 밖으로 다스리지 못한 한숨이 새어나올 때,

그의 손이, 그녀의 뺨에 와닿았다. 

-날 봐요. 

감정의 동요라고는 없는, 평탄한 톤의 목소리. 

밤바다 같은 사내의 눈동자가, 오로지 문주만을 보고 있었다. 

-난 급박한 임무일수록, 모든 동작을 천천히 해요. 

그가 천천히, 문주의 옆좌석에 앉았다. 

마치, 지금부터 같이 여행이라도 갈까요? 하는 것처럼. 

일상적으로. 평범하게. 편안하게.

-지금 우린, 평범한 대화를 하는 겁니다. 

그는 좌석 깊이 몸을 기댔다. 

그저 그가 옆 자리에 앉았을 뿐인데, 

끝도 없는 공포, 불안, 외로움이 잠시 문주의 감은 눈 아래로 가라앉았다. 

-…맥주

예상치 못한 단어에, 산호의 눈에 드문 의아함이 스쳣다. 

-여기서 무사히 나가면, 차가운 맥주부터 한 잔 딱 마실 거예요. 

과연. 

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패닉에 빠졌을 텐데.

그 강단에 유쾌한 웃음이 났다. 

지금 웃어? 하는 표정으로 문주가 눈에 힘을 줬다. 

예상할 수 없는. 재밌는 여자.

그래서, 산호는 결심했다. 

살리자. 

-이제, 문주씨는 저랑 자리를 바꿀 겁니다.

그리고 이 기차에서 나가는 거예요.

-저도 여기 있을게요.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문주 씨가 돌아오길.

-아니요, 없어요, 아기가 죽은 후론.

갑자기 보여진 상처. 그 상처를 아마 오랜 시간, 아물지 못하게 되씹고 되씹었을 여자. 

-난 아무도 없어요. 

닮았다. 그 지독한 외로움이.

한낱 용병 나부랭이. 

대한민국의 유력 대선 주자. 

남자와 여자. 

무엇 하나 닮지 않은 당신과 내가, 

이토록 닮았다는 걸 깨닫는 순간. 

산호는 문주의 손을 쥐었다. 강하고, 따뜻하게. 

-지금부터 내가 하는대로 하는 겁니다. 하나도 어렵지 않을 거예요. 

산호는 문주의 어깨 뒤로 팔을 두르며, 서서히 문주에게로 다가갔다. 

긴장으로 딱딱한 그녀의 다리를 부드럽게 들어올려, 그의 무릎 위로 포갠다. 

그렇게 그녀의 공간으로, 그가 비집고 들어간다. 

저울을 속일 수 있게. 이 무게 이동은 섬세하게 이뤄져야만 했다. 

그녀의 몸 전체를, 그의 위로 올린다. 

서로의 체온과 심장박동이 얽히는, 짧고도 긴 찰나를 지나

그녀가 천천히, 원래 산호가 있던 자리에 내려 앉는다. 

안전지대에 내려선 그녀가, 산호를 바라보았다. 

-금방 나갈게요.

문주는 삶에서 수많은 거짓말을 보아왔다.

그리고 영화건, 삶이건, 보통 이런 말들은 다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그 실체조차 알 수 없는 사내의 말에서 

무엇보다도 강한 진실과 의지를 느끼게 되는 건 왜일까. 

그럼에도 그 약속을 믿고 나와서 땅위로 구두굽이 내리닿는 순간,

죽음과 그가 함께 있는 그 칸으로부터, 발도, 시선도, 그 무엇도 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붉은 램프가 점멸한다. 

죽음이, 무엇보다도 확실한 예고로 다가오고 있다. 

 

-뒤로 좀 나오세요!

-후보님, 위험해요!

 

역사 안에서 사람들의 부르짖음이 문주를 당겼지만, 문주는 그 곳을 떠날 수 없었다. 

그가, 그 곳에 있으니까. 

 

산호는 심호흡을 했다.

지금 그를 살릴 것은, 오로지 자신 뿐이었다. 

수백번의 훈련과 실전, 그 안에서 갈아진 그 감각. 

생존을 향한, 그 본능. 

요란한 기계음과 함께, 그의 몸이 천장을 향해 쑥, 솟구쳤다. 

천장의 수하물칸에 매달리는 순간, 

그 아래로 펑! 소리와 함께, 죽음의 불꽃이 터졌다. 

 

-아악!

사람들의 비명이 터졌다. 

기차 안에서 검고 뿌연 연기가 매캐한 탄내를 내뿜으며 역사를 채웠다. 

폭음에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던 문주가,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흔들리는 시야 속에 들어오는 건, 

새까맣게 타서 뼈대만 남아버린 의자. 

그는 그곳에 없었다. 

없었다. 

지독한 외로움, 고통, 절망,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의 파도가 문주를 덮쳐오려던 그 때,

바닥에서 피투성이 손이, 망가진 의자의 골조를 그러잡았다. 

깨진 유리 사이로 서서히 올라오는 검은 인영. 

멀쩡하게 서서, 창 밖의 문주를 바라보는 사람. 

그다. 

산호. 

약속을 지켰다. 그가. 

 

문주는 연설장으로 향했다.

오늘 그들은, 문주를 위해 죽음을 준비했지만, 그녀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들이 준비한 죽음을, 그녀는 대중을 향한 가장 화려한 의장으로 걸치고 설 것이다. 

실패한 공격은,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는 법이니까.

 

그녀는 죽지 않는다. 적어도 오늘은. 

그가 구해준 목숨이니까. 

그가 지켜주는 목숨이니까. 

그리고 앞으로, 그녀는 그 무엇도 빼앗기지 않을 심산이었다. 

그녀의 이념, 삶, 그리고 사람. 

단 하나도. 이 불의 앞에서 스러지지 않으리라. 

 

그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희망을 향해서 달려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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