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ologue. 배우 공유
"정원이라는 대본상의 인물이 업그레이드 되고 좋은 결로 덧대진 느낌이었다. 현장에서 잘 즐기고 잘 놀고, 극 중 인물에 100% 이입이 되는 과정이 유려한 배우다. 연기톤이 굉장히 자연스럽고 과하지 않고 리얼한 부분들이 보여졌다. 순수미, 자연미가 있고 기교와 테크닉은 크지 않게 보여지는데 그게 되게 고수의 모습이 보였다. (해석한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에서는 농도 측정을 따로 하더라. 화면상의 미묘한 농도를 조절하고 디테일하게 했다."
"왜 공유 공유 하는지 알겠더라."
- 김규태 감독
ⓒ제작발표회
Ep1. 작품 트렁크
[공유에게 트렁크란]
"초반에 감독님, 작가님, 현진 씨와도 그런 대화를 했어요.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구원해주는 얘기일 수 있지 않을까?"
"제작사부터 시작해서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기 때문에 작품이 세상에 나온 거고요. 굳이 말을 안 해도 무슨 마음인지 서로 알 수 있었어요. 한마디로 ‘끼리끼리’ 만나서 만들었어요."
Q. <트렁크>를 꼭 봐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신다면요.
A. 저는 진심으로 서현진 씨의 연기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현진 씨가 불친절할 수도 있는 공백을 메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현진 씨의 대사나 얼굴이 개연성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음악이나 촬영, 편집이 마음에 들어요. 음악 역시 굉장히 세련되었고, 촬영감독님이 촬영 때부터 워낙 잘 해주신다고 느꼈는데 편집된 장면을 보니까 더 좋아요. 또 파편적으로 편집이 된 건 의도였거든요. 4부 정도까지 보면, 전체적인 그림이 드러나는.
[작품을 선택한 이유]
"그리고 작품을 선택하는 데는 자연스럽게 제 취향도 반영이 되겠죠. 사랑은 무궁무진하게 쓰이는 소재잖아요. 사랑을 아름다운 포장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어두운 면을 깊게 들여다보면서 이야기할 수도 있어요. <트렁크>는 관객과 시청자로서 제 취향과도 맞닿은 작품이에요. 일종의 판타지이지만, 그리고 다소 우울할 수도 있지만, 사랑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반가움이 들었어요. 이런 작품은 쉽게 만날 수 없거든요."
"<트렁크>를 선택한 것도 어쩌면 그런 맥락이었어요.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작품이 획일화되지 않게끔 나름대로 소소한 노력을 기울이는 겁니다. 관객들이 이런 장르도 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선택하기도 하고요."
ⓒELLE
"각각의 인물이나 이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내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어 출연을 결심했다."
"다양한 관점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는 것이 재밌었다."
ⓒ맥스무비
“나이를 먹으며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는 중인데, 사실 전 밝은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어떤 이면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좀 더 위로나 치유의 작품이 될 수 있을 거 같았다.”
[인물과 작품에 대한 끌림]
"이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인지, 이 캐릭터가 왜 이렇게 아픈지에 대해 궁금함이 생겨야만 할 수 있는데, <트렁크>의 정원이를 처음 봤을 때 굉장히 궁금했어요. 이 아이를 탐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이 아이가 너무 딱하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전부는 아니지만, 제가 갖고 있는 어떤 부분에 본질적으로 닿아있는 느낌, 동질감을 느끼는 부분도 있었어요."
Q. 무엇에 끌려 이번에는 <트렁크>를 택했을지 안 그래도 궁금했어요.
A. 내가 <트렁크>에서 만든 한정원이라는 역할은 밤에 잠을 못 이루고 늘 악몽에 시달려서 괴로워하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또 유약하다고 할 수 있고 건강하지 못한 사람인데, 그 한정원이를 구원해주고 싶었어요. 큰 연민이 느껴졌어요. 캐릭터에 연민을 느끼면 그 캐릭터한테 끌리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정원이를 구원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차피 내가 정원에 묻어서 정원이 되어야 하지만 저를 묻혀서 정원이를 구원해주고 싶은 마음?
Q. 연민에 끌렸군요.
A. 네. 정원이가 너무 불쌍했어요. 정원이를 자기 성에서 빠져나오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Q. 그 연민은 어디에서 온 걸까요.
A. 내가, 내가 겪고 나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오지랖이 생긴 거죠. 그런 의미에서 정원이가 안 아팠으면 좋겠다, 정원이가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으로 바라봤던 것 같아요. 물론 작가님이 내용은 이미 써놨고 엔딩은 정해져 있지만, 지금의 나의 이런 생각들이 정원이한테 가닿았을 때 정원이가 구원되는 데 일조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트렁크> 대본을 보면서 정원이라는 인물에게서 이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너무 딱하고 불쌍한데?’ 그렇게 시작됐어요. 그 연민이 왜 생겼을까 고민해보니, 다른 작품을 선택할 때도 종종 비슷한 과정이 있었어요. 사람이 겉으로 굳이 드러내진 않는 일면이 있잖아요. 좀 거창하게 말하면 나만이 알고 있는 심연 같은 거요. 그 심연과 맞닿은 부분이 있으면 보통은 그 작품을 하더라고요, 제가. 조금의 동질감을 느끼는 순간 사실 ‘이 작품을 한다’는 답은 이미 정해진 거나 다름없어요. 일의 절차라는 게 있고 신중할 필요도 있으니까 바로 입 밖에 꺼내지 않을 뿐이지. 물에 잉크가 번지는 것처럼 금세 젖어드는 포인트가 있는데, 정원이한테도 그랬어요."
Ep2. 인물 한정원
S#1. 한정원
결혼하고 지독히 외로워진 음악 프로듀서
전 아내의 요청으로 NM을 통해 계약결혼을 하는 남자
1. 성격/성향
-인물에 대한 정의
"과거의 어떤 트라우마 때문에 불면증과, 그리고 수면제에 의존해서 악몽에 시달리며 불우한 나날들을 보내는. 근데 정작 본인은 본인의 어떤 외로움과 결핍에 대해서 좀 무감한, 그래서 자기만의 어떤 성에 어떻게 보면 성장기 때부터 갇혀있는 인물 같다고 저는 생각을 하는데."
"뭔가 늘 악몽 속에서 힘겹게 힘겹게 살아온 인물 같은데 얼마큼 아픈지, 본인이 얼마큼 외로운지를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저는 더 안쓰럽게 느껴졌었어요."
"그런데 정원은 능동적이지 못하고 수동적이에요. 왜냐하면 그렇게 멈춰버렸어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외롭고."
"비주얼적으로 보셔도 느끼시겠지만 정원이 살고 있는 집은 약간 그런 느낌이었어요. 계속 그 안에서 악몽이 되풀이되는, 그렇지만 그곳을 벗어나지 못할 만큼 정원은 뭔가 주체적일 수 있는 존재로 자라지 못한 것 같아요."
“정원은 ‘가구 하나를 새로 들이는 것도 불편하다’고 하는 사람이다. 모든 것에 대해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인물."
"정원은 항상 먹다가 일어나거든요? 뭘 끝까지 먹는 씬이 하나도 없어요. 조금 먹고 한 입 베어먹고 하다가 인지가 옆에서 몇 마디 쿡쿡 찌르면 그냥 자리를 피해요. 그것 또한 정원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한 두 입? 뭐 한 세 입 먹고 항상 일어나는? 그런 패턴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 공유와 한정원 사이
Q. <트렁크> 속 인지와 정원의 로맨스는 정말 ‘버석버석’한 느낌이에요. 그래서 로맨틱 코미디 작품을 했을 때와는 달리, 덜어내야 하는 감정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A. 그런데, 사람들이 바라보는 저와 제가 바라보는 저의 간극이 있어요. 사실 저는 저를 조금 건조한 사람이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정원을 받아들이는 데에 이질감이나 불편함은 없었어요.
"'본질적으로 한정원이 가진 아픔이 뭘까'를 생각했다. 한정원이 굉장히 극단적이지만, 사실 현실에는 더 극단적인 일도 많이 일어나지 않나. 그렇다고 인물을 수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해석하지는 않았다.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밑바닥에 있는 감정들이 있지만 한정원 캐릭터를 연기하며 꺼내는 과정이 있었다. 이 사람이 왜 헤매고 말라비틀어져 있는지 궁금해서 나름대로 탐구하다가 심연의 무언가가 느껴졌다."
"물론 그런 감정을 꺼내는 과정이 불편하고 힘들 때도 많죠. 내가 정원이에게 묻고, 정원이가 저한테 묻는 과정을 통해서 한 인간으로서 가진 부분들이 덧대어지고 섞이는 것 같아요. 그게 상처가 되어서 남기도 하고, 시간이 한참 흘러서 가끔 몰랐던 부분이 발견되는 부분도 더러 있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배우의 숙명 같아요."
ⓒ맥스무비
“스스로 땅굴을 파고 들어갔을 때를 많이 곱씹었다. 이젠 연기적으로 제 실제 삶의 고통을 꺼내 표현할 정도의 굳은살이 생겼다.”
2. 과거
[트라우마]
"정원은 어릴 적에 트라우마가 생겼다. 세상으로부터 단절된 느낌으로 본인만의 성에 갇혀 사는 인물이다.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못 이루고 악몽에 시달리는, 정서적으로 피폐한 삶을 사는 안쓰러운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제작발표회
“유년시절 (아버지의 어머니에 대한) 가정폭력을 경험한 정원이는 그때 성장을 멈췄을 거다. 온전한 사랑을 본 적이 없어 화석처럼 굳어버린 무감각한 인물이다.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서 계속해서 말라간 사람이다.”
"어렸을 적부터 있었던 그 트라우마로 인해서 굉장히 불안과 외로움과, 강박적인 어떤 부분도 있는 것 같고. '건드리면 깨질 것 같은 그런 느낌의 사람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전 아내 서연과의 이야기]
"(파란 약은) 서연과 정원의, 그 전에 둘의 관계가 어땠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중요한 소품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서연은 쉬운 말로 뒤틀린 욕망의 여자인데, 후반부에 차 안에서 ‘난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살았어. 내가 갖고 싶은 건 가져야 되고, 담임 선생님을 바꾸고 싶으면 바꿀 수 있었고, 내가 원하는 짝꿍을 짝꿍으로 만들었어’라고 하는 부분이 서연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정리해 주는 얘기였다고 생각해요."
Q. 한때 결혼까지 했던 서연과 정원의 자세한 전사나 둘 간의 감정은 잘 드러나지 않으니까요. 배우 본인은 어떻게 해석하셨나요?
A. 정원은 그게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 같아요. 서연을 향한 자신의 마음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사실 정원이는 정상적인 인물이 아니잖아요. 어렸을 때의 큰 트라우마를 가슴에 안고 사는 인물이고, 그런 아이가 사실 몸만 컸지 더 이상 주체적인 판단을 할 수 없을 만큼 멈춰버리고 말라버렸어요. 그런데 ‘소유의 사랑’을 믿는 서연이라는 여자가 옆에서 계속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었던 거라, 정원은 아무것도 모르고 ‘이게 사랑인가 보다’라고 끌려간 거 아닌가 하는 해석을 해요.
3. 직업
"헤드폰은 정원의 직업이 프로듀서기 때문에 정원과 굉장히 가까운 물건이고요. 늘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어머니를 계속 보고 자라왔거든요. 그것이 정원에게는 굉장히 큰 트라우마고, 어머니가 고통받는 그 순간에 늘 정원이는 어딘가 숨어야 됐고 귀를 막아야 했던, 그래서 헤드폰을 낄 수밖에 없었던. 정원이한테는 음악이 친구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생각되고요.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수단일 수도 있었을 것 같고, 현실 도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지금 드네요."
S#2. 노인지
"사실 인지도 본인이 사랑했던 양성애자 남자친구를 결혼이라는 제도 속으로 끌고 들어가고 싶어 했잖아요. 그런데 그것도 결국은 소유의 사랑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어요. 인지도 결국은 그걸 깨닫게 되어 자책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인지는 그것을 스스로에게 형벌을 내리듯이 자책하면서 살았다고, 저는 생각해요."
[관계의 시작]
Q. 한정원이 노인지에게 끌린 이유?
A. 동질감을 느낀 것 같다. 이성을 떠나서도 사람 관계에 있어 대화를 섞어보면 호기심이 드는 관계가 있지 않나. 한정원은 (노인지에게) 그런 지점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 같다. 자기방어가 강한 인물들이다. 노인지는 계속해서 한정원을 찌른다. 그렇기에 그도 지지 않으려고 센 척을 한다. 하지만 늘 깨갱한다.(웃음)
ⓒ맥스무비
"인지와 정원은 둘 다 상처받고 아픈 영혼이라고 볼 수 있는데, 조금 비슷하면서도 다른 말이긴 하나 ‘거울 치료’한다는 얘기를 하잖아요. 서로가 느끼는 본능적인 동병상련의 마음, 연민이 생겼다고 생각해요."
[관계의 진전과 성장]
"그런데 사람이라는게 본능적으로 끌린다는 감정이 있다. 인지의 존재가 나를 위로하는 것 같고, 그걸 알아가면서 마음이 어느새 확 열렸을 것”
"정원의 엄마가 잠을 잘 못 이루는 정원을 위해서 켜줬던, 정원에게는 약간 추억이 깃든 그런 소품이고요. 이 무드등을 인지가 악몽에 시달리고 잠을 잘 못 이룰 때 인지를 위해서 켜줬죠. 엄마의 추억을 회상하면서 본인의 얘기를 인지한테 툭 털어놓는."
"한정원은 너무 어릴 때, 상식적으로 보통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트라우마를 겪었죠. 온전한 사랑이 뭔지 모른 채로 크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마도 노인지로부터 처음으로 사랑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맥스무비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몇 안 되는 장면 중에 하나라고 생각이 되거든요. 보통의 연인들이 할 수 있는 소소한 데이트 속에서 인지에게 처음으로 어떤 제 마음이 담긴 선물을 해준 게 이 빨간 목도리라고 생각합니다."
- 나는 솔직해서 더 부러웠어요. 되게 자기 마음에 솔직하잖아요 정원은. 그게 더 어른스러운 거인 것 같아.
- 근데 난 그게 인지 때문인 것 같아. 인지 때문에 정원이 더 솔직해질 수 있는 거야.
- 그런 한정원이 노인지라는 여자를 만나면서, 기간제 결혼이라는.
- 그러면 서현진 씨가 맡은 그 역할 또한 또 변해가나요?
- 그렇죠. 각자의 어떤 성장이 있고요.
Epilogue.
이렇게 만들어간 작품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내준, 한정원이 되어준 배우 공유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다음 설에도 트렁크 보자고 제안(ง *´▽`* )ว
나오고 계절이 두 번 바뀐 오티티드 보다가 정리병 도진 드덬 실존(...)
테스트방에 두고 혼자 보려다가 나처럼 잘 본 덬들한테는 작품과 연기를 다시 떠올릴 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카테에 올려봄!
*GIF: moonsol / blackfactory / VERCHAE
*기사&영상: 본문 링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