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옥상
너 요즘 나 너무 따라다니는 것 같지 않아?
그래? 아, 아닌데?
왜 자꾸 따라다녀, 따라다니지마
따라다니는 거 아니야
내가 가는 데마다 니가 있는 거야
너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안 통하네
성아의 귀여운 웃음에 견우가 당황하며 눈길을 피한다.
나 궁금한 거 있는데 물어봐도 돼?
어
양궁 말이야
할 때 기분이 어때? 활 쏠 때 말이야
견우가 회상에 잠긴다.
과거, 양궁대회장
[학부모들의 수군거리는 소리]
견우가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며 활시위를 당기는 순간 어디선가 거센 바람이 불어온다.
견우가 아랑곳없이 화살을 쏜다. 10점이다.
견우의 입가에 승리의 미소가 번진다.
현재, 학교 옥상
좋아
바람이 아무리 세게 불어도 화살 하나로 다 이길 수 있거든
멋지다, 기특하고
성아가 한발 앞으로 다가서는가 싶더니 까치발을 들며 견우의 머리 쪽으로 손을 뻗는다. 그리고는 견우의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준다. 처음엔 당황하던 견우가 이내 성아의 미소 띤 얼굴을 가만히 응시한다. 자살귀가 두 사람보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있다.
왜 따라다니냐고? 원래 애들은 어른이 지켜야 되는데 넌 네가 널 지켜
그래서 내가 좀 잘해 주고 싶어, 그래도 돼?
동정이야?
우정이야
견우가 이제까지의 성아를 떠올린다.
에이 막상 보면 마음 바뀔걸, 싹 바뀔걸 / 어느 손가락이게? 맞혀 봐 / 잘했어
그 순간 흑백으로만 보였던 성아의 모습들이 컬러 화면으로 변한다.
체육관에서 사과를 하던 성아
미안해
회상에서 돌아온 견우가 그제야 성아의 미소 띤 얼굴을 똑바로 마주한다.
성아가 견우의 어깨너머에 있는 자살귀를 본다. 견우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것과 동시에 자살귀가 하늘로 떠오르며 스르르 사라진다.
야, 배견우!
응?
우리 하이파이브 하자!
갑자기?
어, 갑자기
그러든지
빨리!
성아가 기쁨에 겨워 견우의 한쪽 손바닥을 마구 친다. 그러다 손가락끼리 엇갈리는 바람에 견우의 손가락 사이로 깍지를 낀 모양새가 된다.
성아가 당황하는 사이 견우가 손가락을 구부려 성아의 깍지를 낀다. 성아가 놀라서 쳐다보는데 견우의 눈빛이 진지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손깍지를 낀 채 서로를 마주한다.
견우가 깍지 낀 손을 슬쩍 당기자 성아의 몸이 조금 더 가까워진다. 성아가 놀란 얼굴로 깍지 낀 손을 한번 보고는 뒤늦게 견우의 진심을 알아차린다.
두 사람이 눈빛으로 서로의 마음을 전달한다.
첫사랑
시작
옥상 위로 떠오른 따스한 아침햇살이 깍지를 낀 채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성아와 견우를 찬란하게 비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