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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노무진 [씨네21] '노무사 노무진' 정경호X설인아X차학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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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2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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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산업재해 사망률 3위, 한국. 23년 동안 1위를 차지했던 과거에 비하면 이마저도 나아진 현실이다. 2023년 기준, 한국의 노동자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1872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130시간 길다. 우리는 일터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동시에 위험에 쉽게 노출돼 있다. 길 위를 좀비가 점령해도 출근만큼은 해야 한다는 쓰디쓴 농담은 우리의 슬픈 현실을 가리킨다. 김보통·유승희 작가와 임순례 감독이 만난 <노무사 노무진>은 비탄 가득한 우리네 이야기를 직면하면서 모두가 시나브로 익숙해진 것을 재점검한다. 다만 경쾌하고 즐거운 박자로, 카타르시스와 코미디를 유연하게 뒤섞은 리듬감으로 무를 조정했다.


충동적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비트코인에 올인했지만 계획만큼 평탄치 않은 세상살이.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노무진(정경호)은 최근 전망 좋다는 노무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정의 구현이나 세상 개혁 같은 원대한 목표는 없다. 오직 생존을 명목으로 노동 현장에 직면한 그지만, 공교롭게도 조금씩 현실이 기울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다소 회피적 성향을 띤 무진을 돌진시키는 처제 희주(설인아)와 그의 친구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 동료인 견우(차학연)는 각 에피소드를 넘나들며 균형 잡힌 웃음을 자아낸다. 월화수목금금금, 일로 시작해서 일로 끝나는 우리의 삶은 무엇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노무사 노무진>이 그 질문에 화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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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언제나 경쾌하고 진중하다. 얼핏 조합이 어려워 보이는 두 단어는 배우 정경호의 많은 것을 보여준다. 비트코인 투자로 인생 2막을 꿈꾸던 노무진은 오로지 갱생을 위해 노무사가 된다. 어렵게 시험에 합격했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은 더할 나위 없이 가혹하다. 다달이 쌓여가는 사무실 월세에도 그는 조화에 물을 주고 잎사귀를 닦으며 다소 어이없는 희망을 찾는다. <노무사 노무진>은 노동 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고발성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동시에 냉혹한 사회를 유머 코드로 재출력해내는 힘을 지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웃음을 손에 꼭 쥔 채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배우 정경호가 있다.



- <노무사 노무진> 촬영이 진행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다고.
= 임순례 감독님이 <노무사 노무진>을 연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꼭 함께하고 싶었다. 감독님도 일찍이 만나뵈었다. 그게 드라마 <일타 스캔들> 촬영이 끝난 이후니까 실제 촬영에 돌입하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걸린 거다. 제작을 결정하고 편성되는 과정이 의도치 않게 길어졌지만, 그동안 감독님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면서 준비해왔다. 노무사라는 흔치 않은 소재에다 유령의 사연을 풀어준다는 스토리가 신선했다.



- 지금까지 필모그래피를 들여다보면 직업적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물론이고 마지막으로 촬영한 <일타 스캔들>도 로맨스 장르지만 결국 강사로서의 면모를 터득해서 비중 있게 연기해야 했다. 천재 음악가, 형사, 교도관 등 그 파이도 무척 크다.
= 돌이켜보니 그러네. 이게 정말 취향은 아닌데. (웃음) 나는 다양한 장르에 열려 있다. 특히 ‘사’자 붙은 직업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신원호 감독님과 의사 역을 처음 해보고, 유제원 감독님과 강사도 해보고, 이번엔 임순례 감독님을 만나 노무사도 해본다. 지금 한창 촬영 중인 김성윤 감독님과 공익 변호사가 된 판사 이야기를 그린다. 도대체 왜일까? (웃음) 나와 이런 전문직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는 걸까? 정말 감사한 일이다. 내게 그런 이미지가 있다는 게. 나는 사실 작품을 결정할 때 대본을 정독하는 유형은 아니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편이어서 결정된 뒤에 대본을 차근차근 읽는다. 그러다 대사 난이도가 높아 당혹해하는 일도 종종 있다. (웃음)



- 보편적인 변호사물, 검사물은 정의감에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노무진이 노무사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험난한 세상에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에서다.
= <노무사 노무진>은 궁극적으로 인간 노무진의 성장드라마다. 노무사로서 노동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련의 과정은 사회적이고 가볍지만은 않다. 다만 모든 것을 피부로 경험하면서 무진은 비로소 진짜 노무사가 된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무진이 유령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평범한 노동자의 자식이자 노동자를 위해 일하는 사람으로서 왜 혼령을 위로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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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을 준비하면서 노무진의 어떤 점을 강조하고 싶었나. 따로 준비한 게 있다면.

= 촬영 들어가기 전에는 무진을 조금 더 너디하게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여러 의견을 절충하면서 최종적으로 너무 못나 보이지 않게 다듬었다. 전문직이 지닌 이미지보다 사람 냄새 나는 무진이 되고자 했달까.



- 주제가 묵직한 만큼 <노무사 노무진>의 코믹 요소들은 작품의 분위기를 환기하는 데 중대한 역할을 한다. 자연스러운 웃음을 자아내기 위해 어떤 점을 신경 쓰나.
= 코미디 장면을 촬영할 때 너무 코미디에만 집중하려 하지 않는다. 배우들과 리허설을 하다보면 어떤 포인트가 재미있을 거란 판단이 들 때가 있다. 그러면 더더욱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막 웃겨야겠다는 다짐을 하기보다 그냥 그 장면을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데 더 신경 쓴다. 또 그냥 그대로 흘려보내야 재미있는 장면들이 있다. 그럴 땐 편하게 녹아든다. <노무사 노무진>은 김보통·유승희 작가님 특유의 말장난과 재치, 유머가 담겨 있다. 작가님을 자주 만나면서 노무진의 말맛을 어떻게 살릴지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 보통 드라마 촬영 여건상 매 회차 대본 리딩 시간을 갖기가 어렵다. 하지만 정경호 배우가 나서서 노무사 사무실조, 유령조 등 배우들과 리딩할 시간을 마련했다고. 대본 리딩의 필요성과 의미를 잘 알기 때문인가.
= 이번 드라마는 무진-희주(설인아)-견우(차학연) 세 인물의 조화가 유지되지 않으면 끝까지 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일부러 동료들과 시간을 정해 대사를 맞추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대본을 읽으면서 모든 사람이 자기만의 그림을 그려놓는데 그것을 하나로 일치시키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드라마는 많은 사람이 모여 일궈낸 하나의 결실이기 때문에 균형을 잡아둬야 한다. 물론 배우 혼자 잘해도 작품이 잘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높은 확률로 드라마에는 조화의 미덕이 주요하게 작용한다. 한 가지 목표를 향해 100명의 사람이 모일 때 배우는 자신이 이뤄낼 수 있는 조화의 몫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나는 이 말을 지켜왔다.



- 경험에 의한 말처럼 들린다. 그 깨우침을 모르던 시절의 정경호도 있었을까.
= 너무 감사하게도, 또 너무 행운스럽게도 데뷔부터 멋지고 선한 사람들과 일을 해왔다. 현장에서 이 중요성을 첫 번째로 배웠던 것 같다.



- 얼마 전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 특별출연하고, <노무사 노무진> 첫화에는 김대명 배우가 특별출연하기도 한다. 일명 ‘슬의생 세계관’이 정말 돈독해 보이는데.
= 많은 사람들이 미도와 파라솔이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할>에 특별출연했다고 알고 있지만 이는 오해다. 전공의들이 우리 세계관에 들어온 거지 우리가 특별출연한 것이 아니다. (웃음) 우리 모두 그렇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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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실장, 홍보 마케팅, 영업, 재무회계, 비서. 한 사람이 이 많은 업무를 다 소화할 수 있나 싶지만 <노무사 노무진> 속 희주(설인아)는 이 모든 일을 거뜬히 해낸다. 희주의 여러 직무에 반드시 동반하는 필수템이 있다면 그건 호통일 것이다. 외국인노동자를 착취하는 공장주에게, 현장실습 도중 사고를 당한 학생을 나 몰라라 하는 교사에게 희주는 우레와 같은 불호령을 내리며 무뢰한들의 양심을 일깨운다. 희주의 영업력, 결단력은 배우 설인아의 야무진 어조와 만나 살아 숨 쉬고, 설인아 특유의 공간을 가득 울리는 저음은 희주의 선의에 힘입어 시청자의 마음에 메아리친다.



- 처음 <노무사 노무진> 대본을 읽고 받은 인상은.
= 임순례 감독님과 김보통 작가님의 작품이라고 하니 참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내 캐릭터를 봐야 하지 않나. 대본 속 희주의 매력이 상당했다. 단순한 듯 단순하지 않고, 저돌적으로 문제 속으로 쳐들어가다가도 기가 막히게 빠져나온다.



- <비상선언>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 등 영화 촬영 경험이 없지는 않지만 영화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에 함께했다. 임순례 감독의 현장이 지닌 특별함이 있던가.
= “여러 번 해도 괜찮아, 그리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괜찮아.” 감독님이 늘 배우들에게 건네는 디렉션이다. 배우들이 강아지처럼 현장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풀어놓아주신다. 테이크는 세번 미만으로 가는 대신 리허설을 자주 가지며 캐릭터를 체화한 현장이다. 감독님이 주지하는 요소 중 하나가 일상성이다. 개별 캐릭터가 저마다 개성이 넘치더라도 그들의 궤적에 꼭 일상이 묻어 있기를 강조하셨다. 드라마는 워낙에 인물들이 옷을 자주 갈아입지 않나. (웃음) 그런데 <노무사 노무진>에선 대부분의 배우가 같은 옷을 여러 차례 입고 나온다. 상의 네벌, 하의 네벌을 두고 믹스매치하는 식이다. 그리고 <리틀 포레스트>를 연출하신 분답게 음식을 프레이밍하는 디테일이 남다르시다. 종종 등장하는 식탁 숏을 보면 음식을 담은 그릇부터 다른 작품과는 다를 것이다.



- 희주는 앞뒤 재지 않고 불도저처럼 프로젝트에 돌진하고 언니와 껄끄러운 사이인 형부 무진(정경호)에게도 붙임성 있게 다가간다. 희주가 없다면 노무진 노무사 사무실이 굴러갈까 싶다.
= 성격이 급하고 화끈한 캐릭터라 일단 말의 속도를 높였다. 이전까지는 연기할 때 내가 지닌 속성을 끄집어내 캐릭터의 장점을 특출나게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그런데 희주의 독특함을 구현하자니 나 하나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방식으로 캐릭터를 분석했다. 희주의 대담함을 표현하기 위해 나 이외의 레퍼런스를 찾은 것이다. 희주를 연기할 땐 아는 언니를 참조했다. 언니를 장기간 집중해 관찰한 후 언니의 모습을 희주에게 입혔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연기해보긴 처음인데, 언니가 <노무사 노무진>을 본다면 바로 자기인 줄 알 것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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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에도 <사내맞선>이나 <오아시스> 등에서 누굴 만나도 기 죽지 않고 제 할 말을 속 시원히 뱉는, 속칭 사이다 캐릭터를 연기했다. 대본에 쓰인 대사 이상으로 시청자들에게 쾌감을 선사할 수 있는 설인아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 큰 에너지를 요하는 캐릭터들이긴 한데, 내가 워낙 기운이 넘쳐서. (웃음) 그래서 나의 강한 에너지가 자칫 튀어 보이지 않는지 항상 고민한다. 튀는 것과 강한 것은 종이 한장 차이라 그 선을 늘 고민한다. 감독님이나 동료 배우들에게도 곧잘 내가 넘치진 않는지 물어보는데, 이번 현장에서도 오빠들이 막판에 이르러서는 잘하고 있으니 그만 좀 물어보라고 하더라. 대사가 “가자”라면, [카자]가 아닌 [가자]로 발음하되 그 안에 희주의 자신감이 배길 바랐다.



- 공식 홈페이지의 인물 소개를 보니 ‘주짓수 유단자’라는 설정이 있던데.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주짓수를 배우는 모습을 보여준 터라 희주의 액션이 기대된다.
= 근래에 예능프로그램 <무쇠소녀단>에도 출연하다 보니 이미지가 굳어졌는데, 이 기회에 해명하고 싶다. 나는 운동 전반을 두루 좋아할 뿐이다. 주짓수는 정말 잠깐 배웠다. (웃음)



- 작품을 촬영하며 유독 마음이 쓰인 에피소드나 대사가 있나.
= 5, 6부에 대학교 청소 노동자 귀신이 등장한다. 그 에피소드를 찍는 내내 화가 나더라. 부모님 생각도 자연히 하게 됐다. 내 대사도 좋지만 무진의 말들이 참 좋다. 매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무진이 전체 과정을 정리하며 가해자들에게 잘못을 일러줄 때의 대사들이 기가 막히다. 그 말을 들을 때면 저절로 희주의 마음이 된다. 속이 다 시원하고, 형부를 잘 보필해 그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 올해로 배우 데뷔 10년차다. 학생보다도 사회인 캐릭터를 훨씬 자주 맡는 연차가 됐다.
= 신인 때의 연기를 다시 보면 아쉽다. 긴장의 연속 속에 현장으로 출근했고, 분명 최선을 다했지만 카메라 앞에서 준비한 것 이상으로 펼쳐 보이지도 못했다. 그 시절을 거치며 과정과 결과가 늘 일치하는 건 아니라는 교훈을 얻기도 했다. 아직 연기를 한마디로 정의할 단계는 아니지만 그래도 신인 때보다는 확실히 유연해졌고 여유가 생겼다.



- 그렇게 10년을 보낸 후 <노무사 노무진>을 만났다. 이 작품이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나.
= <노무사 노무진>을 통해 팀워크를 배웠다. 무진스의 컴퍼스인 경호 오빠가 한축에서 중심을 잡아주면 세 배우가 합심해 완전한 원을 그릴 수 있었으니까. 피해자들의 사연이 주를 이루다 보니 우리 작품을 무겁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더 많은 시청자와 함께 호흡하기 위해 코미디도 열심히 넣었고 작품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이야기에 온기를 배가하기 위해 힘썼다. 작품을 볼 땐 TV 앞에서 즐겁게 웃고, TV 전원을 끈 후엔 마음 한구석에 사유 하나를 남기는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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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 고취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성공을 꿈꾸는 견우는 희주(설인아)의 권유로 팀 ‘무진스’에 합류해 노무진(정경호)과 함께 몰랐던 한국 사회를 마주한다. 그런 견우를 연기한 차학연은 종종 “지금까지 연기한 배역 중 가장~”으로 운을 떼며 자신의 배역을 설명했다. 아마 시청자 또한 <노무사 노무진>을 보고 나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차학연의 새로운 재능을 발견할 것이다. <노무사 노무진>의 백미는 배우 차학연이 발휘하는 발군의 코미디 감각이다. 애매한 정적을 코미디의 타이밍으로 활용하고, 지극한 외향성과 순수함을 웃음 포인트를 넘어 끝내 캐릭터의 독보적 매력으로 선점해내는 차학연의 모습은 가히 올해의 재발견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 고견우는 그간 배우 차학연이 보여준 적 없던 얼굴을 꺼내 보이는 배역이다. 배우 본인도 흔쾌히 도전해보고 싶었을 것 같은데.
= 배우로 활동하며 접할 기회가 드문 캐릭터였다. 대본을 읽는 내내 무진, 희주와 함께 움직이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혔다. 무엇보다 이야기 속에, 또 세 인물 속에 담긴 견우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처음엔 견우를 표현하기 위해 내가 갖지 못한 속성을 찾아야 했다. 견우는 감정에 따라 큰 고민 없이 직진하는 친구다. 반면 나는 견우보다 잔잔한 일상을 살고, 무얼 결정할 때 오랜 시간을 두고 숙고하는 타입이다. 견우만의 매력이 억지스럽지 않도록, 견우의 말과 행동이 오로지 한 인물의 유쾌한 성격으로 받아들여지게끔 노력을 기울였다.



- 자신과 다른 캐릭터를 체화하기 위해 중점을 두고 노력한 지점은.
= 혼자서 많은 리허설을 거쳤다. 견우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속도감이다. 평소 내 텐션과 말의 속도, 리듬감을 전부 높였다. 집에 삼각대와 카메라를 설치한 후 실제 유튜버처럼 말하는 시간도 거치고, 현장을 생중계하듯 휴대폰을 든 채 걸어다니며 말하는 연습도 거듭했다. 내면으로부터 배역을 체화하기보다는 견우다운 모습을 습관화하는 데 주력했다. 대사의 빠른 템포는 견우뿐만 아니라 무진과 희주에게도 중요했다. 세 캐릭터가 하나같이 말이 워낙 많다 보니(웃음) 이걸 일상의 속도로 뱉는 순간 장면의 장력이 늘어질 수밖에 없더라. 그럴수록 티키타카의 리듬감을 만드는 일이 필요했다. 와중에 노동법 관련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는 일이 관건이었다. 유독 어려웠던 대사가 있다. “안녕 장아찌들, <견짱 TV> 시작할게!” 이 대사가 어찌나 고민이던지! 유튜브 채널을 만든 적도 없고 유튜브 방송을 자주 보지도 않는 터라 불특정 다수에게 건네는 인사는 어떤 분위기로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그래서 이 대사를 틈나는 대로 연습했다. (일동 웃음)



- ‘무진스’라 불리는 세 인물은 좋은 의미로 한패거리다. 작품 속에서 환상의 호흡을 보이는데 오늘 촬영 현장에서도 세 배우의 팀워크가 남달랐다. 동료 배우들과 어떤 시간을 보냈나.
= 일상과 신의 구분이 무의미한 현장이었다. 작품을 찍는 내내 언제나 무진, 희진, 견우로 살았다. 카메라 밖에서 원 없이 수다를 떨고 카메라 안에선 자유롭게 대사를 주고받았으니 말이다. (정)경호 형이 먼저 셋의 화학작용이 중요하니 리딩을 자주 해보자고 권유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드라마 중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가장 대사 합을 많이 맞춘 작품이 됐다. 그 시간이 너무 좋아서 자진해서 서로 만남을 가졌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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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을 미리 본 입장에서 꼭 언급하고 싶은 장면이 하나 있다. 정체를 숨기고 어딘가에 잠입했다가 정체가 발각돼 탈출하는 액션 시퀀스가 기가 막히다. 성룡 버금가게 온갖 지형지물을 활용해 탈출하는 와중에 웃음 포인트까지 챙기더라.

= 사실 그 장면이 그렇게 찍힐 줄 몰랐다. 대본엔 다섯줄 정도의 지문으로만 묘사됐거든. 그런데 전날 리허설을 위해 촬영장에 갔더니 대뜸 와이어를 차라는 것 아닌가. 달랑 다섯줄이 어느새 포위해오는 자들을 물리치고 건물 밖으로 탈출하는 거대한 액션 시퀀스가 된 것이다. 막상 찍으니 재밌고 통쾌했다. 공간의 모든 기물을 사용하는 액션을 언제 또 해보겠나. 그 장면이 견우의 캐릭터를 확립하는 순간이라 오래 기억에 남는다.



- 공개된 예고편을 보니 사건 해결을 위해 매번 다른 곳에 위장취업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 여태껏 출연한 드라마 중 가장 다양한 얼굴을 갈아 끼웠다. 나는 공장 유니폼을 입어도, 의사 가운을 입어도 얼굴은 변하지 않으니 모조리 견우 같던데, 극 중 인물들이 속는 게 재밌다. 내가 외과계 중 어느 분과의 의사로 잠입하는지 기대해달라.



- 극화된 노동자들의 피해 사연을 매회 접하며 내 곁의 사람들을 돌아보게 되던가.
= 그래서 무진의 한 대사가 유독 마음에 남는다. 매번 견우가 한 사건이 끝날 때면 무진에게 “형님, 이제 귀신도 안 보이고 괜찮으신 거죠?”라는 질문을 건넨다. 무진은 늘 “그렇겠지”라고 답을 하는데, 무진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원혼을 보고 무진스는 늘 원혼의 여한을 풀어주기 위해 애쓴다. 무진이 계속 원혼을 만난다는 건, 직장 내 괴롭힘이나 산업재해와 같은 문제는 어느 시대에서든 끝나지 않고 발생한다는 뜻 아닐까. 결국 무진의 “그렇겠지”는 한 사건을 잘 마무리한 작중 세 인물과 비로소 성불한 억울한 피해자 모두에게 건네는 위로다.



- <노무사 노무진>과 함께한 시간 동안 느낀 바가 있다면.
= 이 작품을 통해 나의 외연이 넓어졌다. 비단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서만은 아니다. 경호 형과 인아처럼 좋은 사람을 만나 내가 해낼 수 있는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덕분에 의지하고픈 사람 곁에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누구의 도움 없이 견우를 연기했다면 막막했을 것 같다. 견우의 액션에 리액션하는 사람이 없으니 코미디 타이밍이 하나도 살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나는 여기까지인가 보다’ 하며 도중에 멈춰 섰을지도 모른다. 사람 덕분에 이 모든 걸 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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