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강혁이 환자를 구하기 위해 헬기에서 하강하는 장면은 웹소설에도 있다. 웹소설에서 강혁은 천천히 하강 기구를 착용하고 섬세하게 조작해 구급대원에게 “로프 타고 내려가는 건 완전 정석”이란 평가를 받는다. 이에 비해 드라마에서 강혁은 씩 웃은 뒤 “먼저 갑니다!”라면서 펄쩍 뛰어내린다. 구두를 신은 채 북한산의 절벽 위를 날아다니며 환자를 구할 정도로 판타지적인 면모가 두드러진다.
“중증외상센터에선 눈앞에서 사람이 목숨을 잃어가고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이들이 울부짖는다”며 “‘영웅’이 나타나 뚝딱뚝딱 환자를 살려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코미디를 강조한 것도 드라마의 특징. 외과 펠로우 ‘양재원’(추영우)은 위험한 의료 현장에 파견될 때마다 강혁에게 “살려주세요!”라고 소리치고, 당황할 때마다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시청자에게 폭소를 선사한다.
강혁의 유쾌함도 과장했다. 시종일관 까칠하던 강혁이 나르시시즘에 빠져 잘난 척하는 모습은 마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아이언맨 같다. 실수하고도 시치미를 떼는 등 강혁의 ‘허당’ 같은 면모도 시청자를 사로잡은 비결이다.
이 감독은 “실제 주지훈 배우는 ‘말빨’ 좋고 엄청나게 웃겨서 오히려 드라마 속 강혁보다도 더 ‘아이언맨’ 같은 인물”이라며 “잘난 체하는 모습과 유쾌함을 더해 (현실과) 괴리감이 적은 인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웹툰에선 주로 블러 처리가 됐던 수술 장면을 드라마에선 직접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이에 대해 이도윤 감독은 “수술 장면이 불쾌감을 드릴 수도 있다는 것은 정말 공개 전까지 고민했던 지점”이라며 “연출자로서 이 부분을 상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첫 내부 장기 장면인 ‘카디악 탐폰’ 장면에서 혈액을 배제해 마치 인체 모형 교보재처럼 보이게 했다. 마치 카메라가 몸통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따로 더미를 여러 개 만들 만큼 노력을 기울였었습니다. 수술 장면들은 그래픽으로 마치 수술 도감 같은 이미지가 공중에 떠다니면서 시선을 빼앗게 했거든요. 이 모든 것들이 입에 쓴 약을 당의정으로 감싸 먹기 편한 알약으로 만드는 과정이었어요.”
이 감독은 “수술 장면을 표현한 건 단순히 잔인한 수술 장면으로 나열해서 시선을 잡아끌기보단 강혁이 무슨 수술을 하고 있고 어떤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며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장기의 노출은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가장 애착 가는 장면으로 등장인물들이 나란히 앉아 이야기하는 모습을 꼽았다. 이 감독은 “식당에서 재원에게 너만의 이유를 찾으라고 하는 강혁의 모습이나 원장님께 도움을 요청하며 과거 이야기를 하는 강혁의 진중한 모습들이 사실 더 당기는 맛이 있는 지점”이라고 했다.
“외국 로케이션 장면들을 찍으면서 연출자로서 굉장한 쾌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수백 명의 엑스트라와 드론과 바디 캠을 포함해 7, 8대의 카메라를 동시에 운용하고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보던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장비들을 사용하면서 마치 제가 유명한 감독이라도 된 듯한 우쭐함을 느꼈었죠. 하하.”
‘중증외상센터’는 의학 드라마이지만 동시에 인간적인 감동과 서사가 중요한 작품. 드라마를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묻자 이 감독은 ‘생명’을 꼽았다.
“근래 ‘생명’의 가치가 많이 떨어지지 않았나 생각을 해요. 인간의 생명보다는 돈의 가치가 높아 보이는 이때, 그로 인해 희생될 생명이 우리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한 명 한 명 모두 그 무엇보다 가치 있고 소중한 존재들이에요. 내가 아닌 남도 나처럼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항상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는 시절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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