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조선에서 광장을 꿈꾸는 여자
드라마 '옥씨부인전'
'여자 노비의 이야기가 이렇게 대담할 수 있나' 하는 감탄은 '그 여자 노비는 과연 어떻게 대담할 수 있었나?'라는 질문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구덕은 노비였을 때부터 남장을 한 채 시장에서 물건을 팔아 돈을 모으고, 다른 동료 노비들의 장부를 대신 관리해 주는 대담하고 영특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구덕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자신의 힘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삶의 고비마다 아무 대가 없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믿어 준 이들의 지지였다. 노비인 자신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해 주었던 첫사랑 승휘, 도피 중인 노비임을 알고도 손을 내밀어 준 주막의 이모, 신분의 한계에 위축되지 말 것을 일러 준 은인 태영, 불리하기만 한 싸움은 없다며 외지부 일을 계속 독려한 고을 현감까지. 구덕이 성밖의 모든 불법적 존재를 대변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든 가치가 있다고 말해 준 사람들의 지지 덕분이었다.
'옥씨부인전'은 구덕을 중심으로 시대에 따라 불법과 합법을 오가는 불안정한 존재들이 어떻게 그 용기를 지켜 왔는지를 말하는 작품이다. 여자로, 노비로, 서자로, 성소수자로. 작품 속에서 교차하는 존재들의 연대는 완전하지 않고 때때로 더 큰 갈등을 빚기도 한다. 그러나 구덕은 중심에서 이 불안정한 존재들을 자신의 '가짜 신분'으로 엮어내며, 서로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배제하지 않는다면 이 불순한 힘만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역설한다. 무엇이 두려운가? 어떤 시간 안에서는 나 역시 가장 불법적인 존재였다. 그 억압을 상상하는 것이 나를 더 자유롭게 할지도 모른다.
복길 대중문화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