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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씨네21] '대가족' 강한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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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2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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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한나는 불일치의 여자들을 주로 연기해왔다. <순수의 시대>에선 복수를 품은 채 무인에게 접근하는 기녀 가희를 맡아 이름을 알렸고 <붉은 단심>에선 가슴속에 큰 뜻을 숨긴 채 궁궐 안으로 걸어 들어간 조선의 여인 유정으로 분해 궁중 로맨스 마니아층의 마음을 흔들었다. <간 떨어지는 동거>의 혜선은 격차가 실로 컸다. 실제로는 747살의 구미호지만 22살 여대생이 되어 험난하고 달콤한 인간세계를 겪었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의 정유진 팀장과 <스타트업>의 원인재 대표에겐 이런 수식이 앞에 붙는다. 미모, 실력, 재력을 갖춰 완벽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여자. 사랑이 없어서, 더 높은 자리를 원해서 늘 부족함을 느끼는 여자. 올해 주연작 드라마 <비밀은 없어>에서는 늘 오케이를 외치지만 실은 하나도 괜찮지 않은 예능 작가 온우주 역을 맡아 한 인물의 명암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10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대가족>의 가연 역시 인상은 차가워도 속은 뜨끈한 의사로, 스님이 된 전 남친 문석(이승기)과 그의 가족들이 처한 위기 상황에 손을 보탠다. 이 여자들의 계보는 강한나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다. “한면만 강한 인물에 매력을 잘 못 느낀다. 티 없이 밝은데 상처가 있다든지, 빈틈없을 것 같은데 귀여운 구석이 있다든지 하는, 다채로운 이면을 가진 인물에 항상 끌린다.” 장편 시리즈와 영화를 한편씩 내놓아 풍성한 한해를 보내고 있는 강한나를 올해가 가기 전에 만났다. 맡아온 캐릭터들에 관해 물을 때마다 그는 작별이 아쉬운 사람의 눈을 하곤 했다. 그리고 이내 인물의 뒷모습과 심연을 관찰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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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수로 10년 전, <순수의 시대>의 신인배우로 <씨네21>를 찾았었다. 그때 생각과 조언으로 빼곡한 작업일지를 공개해주었는데 요즘도 기록을 남기나.

= 당시 어느 부분을 펼쳐서 보여줘야 하나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신인 때는 선배님, 감독님의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현장에 적응하는 게 급선무였다. 현장에서 함께 조율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아갈 연차쯤 일지 쓰는 일이 줄었고 요새는 안 쓴다. 여전히 대본에 뭘 많이 적긴 하는데 의지하진 않는다.



- <대가족>은 개봉연도를 기준으로 했을 때 10년 만의 장편영화다. 영화를 만드는 구성원 중 하나로 있던 시간은 어떻게 남아 있나.
= 대본 리딩을 하고 의상을 피팅하는데 그 모든 게 처음 해보는 작업처럼 생경했다. 분장을 받을 때가 특히 남달랐다. 배경이 되는 2000년이란 시대, 맡은 인물의 성격과 내가 확 밀착되는 것 같았달까. 줄곧 해온 드라마도 물론 캐릭터에 맞게 스타일링을 하지만 아름답게 보여야 한다는 게 기저에 깔려 있다 보니 차이를 크게 느낀 것 같다. 리셋하고 새로 시작하는 것 같아서, 그냥 그 인물로 살아 숨 쉬도록 양우석 감독님이 디렉팅을 주셔서 좋았다. 초원에서 뛰어노는 한 마리의 당나귀처럼 오랜만에 현장을 자유로이 누볐다. (웃음)



- <변호인>과 <강철비> 시리즈를 만든 양우석 감독과는 예상 밖의 조합이다.
= 감독님의 시나리오가 내게 왔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나도 놀랐고 신기했다. 감독님과의 첫 미팅날이 떠오른다. 시나리오에서 가연이 시크하고 도도한 의사처럼 느껴져 힘을 빼고 가야 하나 싶었는데 감독님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오히려 과하게 해도 한나씨가 하면 가연이는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일 거라면서 나를 끌어주셨다. 여기에 더해 가연이는 어떤 인물이고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를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는데 명확한 비전이 느껴져 믿음이 갔다. 의지가 되니 나도 내 의견을 마음껏 드릴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가연은 초기 구상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로 완성되었다. 더 많이 화내고 더 많이 좋아하고 더 거침없는 여성이 되었다.



- 문석과 의대생 커플이던 과거에서도 이젠 전 남친이 된 문석의 자식을 찾아주러 다니는 현재에서도 둘 사이의 주도권은 언제나 가연에게 있다는 점이 재밌다. 여러모로 가연은 대범하고 화끈한 여성인데 여기에 배우의 캐릭터 해석을 더한다면.
= 순수하고 정 많은 친구. 감독님과 캐릭터와 관련한 얘기를 나누면서 가연이의 그런 면모를 캐치했다. 같은 유치원의 남자애가 자길 안 좋아해서 마음이 상한 딸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엄마 가연이의 살가운 면이 드러난다. 현재 곤경에 처한 문석을 끝까지, 그것도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하는 점도 그렇다. 과거에 어떻게 헤어졌든 현재 관계가 어떻든 간에 그간 쌓인 미운 정 고운 정을 결코 무시하지 못하는 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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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선 여름에는 고경표 배우와 찍은 <비밀은 없어>가 공개됐다. 늘 괜찮다고만 말하는 사람에게 괜찮지 않다고 말해도 된다는 용기를 주는 드라마였다.

= 처음부터 “괜찮아”라는 우주의 대사들에 마음이 쓰였던 것 같다. 그 말로 우주는 실은 괜찮지 않은 자신을 다독이며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친구였다. 그러다가 기백(고경표)을 만나면서 달라진다. 내게 <비밀은 없어>는 마음이 고장난 사람들이 가면을 벗어도 되는 상대를 통해 비로소 솔직해지는 따뜻한 이야기였다.



- 상심한 기백에게 우주가 자신의 마음을 자신이 지키는 ‘호심술’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 정말 좋아하는 장면이다. 대본으로 접했을 때도 공감을 많이 했다. 바깥에서 불어오는 모진 바람을 어떻게 할 수는 없지 않나. 그러니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 이를테면 자신의 마음과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얘, 너 괜찮니? 정말 괜찮은 거 맞니?”라고 물으면서, 그렇게 자기 상태를 수시로 점검하면서 살아가야 탈이 없다.



- 호심술의 대가 같은 답변이다.
= 나는 내가 붕괴될 때까지 내버려두지 않는다. 기분이 안 좋다 싶으면 왜 기분이 안 좋은지를 생각하고 넘어간다. 이런 덕분인지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다. 보통 어떻게 해결할지 정리하는 과정에서 진정되고 일단 자고 일어나면 회복하는 편이다. 혼자 감당하지 못할 큰일이 닥쳤다 싶을 때는 초기에 도와달라고 말한다. 체감상 그런 큰일은 3년에 1번 정도 찾아오는 것 같은데 뭐 어떤가. 베갯잇을 눈물로 적시는 시간을 한바탕 겪고 나면 개운하다. 다시 파이팅해보자고 인생에 기합도 넣게 되니 정말로 괜찮다!



- <비밀은 없어>는 우주가 “하나도 괜찮지 않아요”라고 내뱉는 순간에 도달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이야기라고도 요약할 수 있겠다. 9화의 이 중요한 장면을 찍을 당시에 어땠나.
= 특별한 날이라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경력이 쌓여도 감정신은 여전히 심리적 부담이 있어서 찍는 당일에는 걱정 상태가 되는데 이번만큼은 달랐다. 자길 버렸던 엄마와 재회하고, 하던 프로그램에서 빠지면서 우주가 느꼈을 ‘하나도 괜찮지 않은 마음’이 애쓰지 않아도 올라왔다. 풀숏으로 찍든 백숏으로 찍든 같은 지점에서 울컥하고 눈물이 고였다. 중요한 날에 내가 괜찮도록 그 신이 내게 어떤 힘을 준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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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중 로맨스 <붉은 단심>에서 유정은 왕(이준)의 사랑만을 기다리는 조선의 여인이 아니다. 준비한 계획을 추진력 있게 실현해나가는 조직의 수장이다. 그만큼 중요한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로 남을 만하다. 그런 유정이야말로 성군이 될 상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기도 했다.

= 지금 좀 신기한 흐름인 게 <붉은 단심>에서도 인물의 마음을 알겠는 순간이 있었다. 극 초반에 유정이 자신이 지켜야 할 사람들을 떠올리며 혼란스러워하는 신이 있었다. 그 신을 찍을 때 감독님이 유정의 감정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릴 테니 충분한 시간을 가지라고 말씀해주셨다. 처음에는 집중이 안됐는데 혹독한 추위에 먹지도 못하고 있을 내 사람들에 집중하다 보니 결국엔 그렇게 되더라. 이후에는 특별히 그들을 생각하지 않아도 가슴이 아파 눈물이 쏟아졌다. 리더라는 하나의 중심축이 초장에 잡히니까 전반적으로 촬영도 잘 풀렸다.



- <스타트업>에선 맡은 역할(원인재)이 스타트업 대표라 프레젠테이션 신이 많았다. 이 신들은 강한나 배우의 강점인 단단한 음색과 정확한 딕션이 두드러지면서 대중의 호평도 컸다. 단순히 발음이 좋다는 걸 넘어 캐릭터의 특질을 목소리에 띄울 줄 아는 배우라는 인상인데, 혹시 맡은 인물의 말투에서부터 캐릭터라이징을 시작하나.
= 목소리 톤이나 말투에 신경 쓰기 시작한 건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에서 원화공주 역을 맡았을 때부터다. 대본 리딩 자리에서 감독님과 작가님이 원화공주는 정확하게 솔 음역대였으면 좋겠다고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셔서 톤을 올려봤는데 원화공주의 묘하게 밉상인 점과 공주의 느낌이 잘 살아서 놀랐다. 무엇보다 재밌었다. 목소리에서부터 캐릭터 구축을 할 수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후 인재는 저음에 또록또록한 느낌으로, 혜선이(<간 떨어지는 동거>)는 우아한 허당이라는 이미지에 맞춰 곡선의 느낌이 들도록 목소리를 디자인했다.



- 2020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진행한 <강한나의 볼륨을 높여요>도 커리어에 중요한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을 것 같다. 당시 실시간으로 들으면서 ‘한디’(DJ 강한나의 애칭)는 사소한 사연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살뜰한 DJ라고 생각했다. 라면 물도, 찌개 물도 못 맞춰서 고민이라는 청취자에게 자신은 대학 시절에 선배들의 커피믹스 물을 못 맞춰 고생깨나 했다는 경험을 고백하고, “생각하는 것보다 항상 물을 조금 덜 넣어보면 어떨까요?”라고 해결책까지 제시하더라.
= 세상에, 그렇게 얘기했던 게 기억난다. (웃음) 대학교를 졸업한 뒤에 데뷔해서 그런지 내가 배우고 연예인이라는 자의식이 덜하다. 그래서 DJ를 할 때도 항상 청취자의 입장이었다. 고민에 대한 사연이 소개됐는데 DJ가 대충 “힘드시죠~” 하고 넘어가면 얼마나 서운하겠나. 그 마음을 알기에 사연 하나하나에 내 모든 정성을 다하고자 했다.



- 라디오라는 매체가 아무리 자신을 포장하려고 해도 결국 자기 자신이 드러나는데 그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
= DJ라는 처음 해보는 역할에 대한 두려움만 있었지 ‘강한나’로서 일하는 건 편하고 즐겁다. 배우로서 한 인물을 잘 빚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는 거니까.



- <런닝맨> 최다 출연 게스트가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웃음) 최근에 팬덤 플랫폼 버블을 시작한 것도.
= 22번인가 출연했다. 주변의 연기자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예능에 나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던데 나는 정반대다. 그냥 나로서 충실하게 즐기다 오면 된다. 버블은 팬들과의 소통 창구가 필요해서 용기를 냈다. 대단한 소식을 전하고 싶은데 늘 소소한 이야기만 띄우고 있다. 그런데도 다들 좋아해주신다. DJ 시절의 기쁨을 요즘 다시 누릴 수 있어 행복하다.



https://naver.me/xQevD7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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