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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조명가게 [씨네21] '조명가게' 김희원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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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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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degE



배우로 데뷔한 지 36년, 김희원은 언젠가 자신의 생각을 담은 작품을 연출하고 싶다는 꿈을 늘 품고 있었다. 창작 뮤지컬 <빨래>의 제작자로도 잘 알려진 그가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조명가게> 연출자로 낙찰됐을 때, 주변에서는 “언젠가 감독이 될 줄 알았다”고 반응했단다. “내가 연출을 한다고 하면 무슨 일이냐며 전화가 많이 와야 하는데 전화도 별로 안 왔다. (웃음)” 그리고 <조명가게>는 그에 대한 믿음을 직접 작품으로 증명한, ‘배우 출신’이라는 전제를 떼어놓고 봐도 꽤 준수한 신인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 <조명가게> 영상화 소식은 십수년 전부터 들려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떻게 연출을 제안받았나.
= <무빙>이 끝날 때쯤 <귀>라는 단편영화로 감독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강풀 작가님이 내 소식을 어떻게 전해 들었는지 먼저 연출 제안을 했다. 고민이 많았다. 시리즈 연출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큰 작품을 왜 나한테 맡기려고 하는 걸까. 작가님이 <무빙> 때 배우들과 연기 이야기를 하면서 배우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하더라. <조명가게>가 워낙 정서가 센 드라마다 보니 배우 출신 감독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단다.



- 첫 작품으로 하기에는 큰 프로젝트였는데 결과적으로 수락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 감독을 하고 싶다고 막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른 사람 돈 갖고 하는 일인데 결과물이 좋지 않아서 사람들을 실망시키면 곤란하다. 기본적으로 재미있고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사람들이 많이 봐줄 텐데 내가 할 수 있을까? 촬영과 조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무섭거나 웃기거나 슬픈 장면의 미장센이 신마다 떠오르는 능력이 과연 나에게 있을까 의심을 많이 했다. 나중에는 일단 하다 보면 될 거라고, 흘러가는 대로 놔두자고 생각했다. (웃음)



-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한 회차에서 미스터리가 풀리지 않는다. 4회 마지막까지 가야 우리가 지금까지 본 내용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점프 스케어 같은 장치 없이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상당히 난이도 높은 작업이었을 텐데.
= 뭔가 기분이 나쁘지만 그 정도가 심해서 감상을 포기할 정도는 아닌 선을 잡아나가야 했다. 1화는 스릴러물로, 2화는 <슈퍼 내추럴> 같은 호러물로, 3화는 스펙터클하게 끝내고 4화 마지막에 비밀을 밝히는 흐름으로 구성을 짰다. 1화부터 4화가 1막, 5화와 6화가 브리지, 7화와 8화가 2막에 해당한다. 연극을 오래해서 그런지 이런 구조를 취하게 됐다.



- 조명가게, 학교 등 특정 공간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들의 미술이 곧 작품의 무드를 완성한다.
= 이들 공간 자체에도 반전이 담겨 있다. 조명가게부터 학교까지 모두 같은 동네에 있는 것처럼 보여야 나중에 병원에서의 반전이 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진짜 사람들이 사는 공간처럼 평범하게, 하지만 너무 평범하지는 않게 수위를 계속 조절했다.



- 빛이 있는 곳과 어둠이 있는 곳의 대비가 중요하다. 조명을 쓰는 방식을 눈여겨보게 되던데.
= 항상 동서남북을 생각했다. 전체 동네의 그림을 생각하며 조명가게가 있는 방향에서 빛이 오게끔 조명을 설치했다. 배우들이 걸어갈 때 그림자도 전부 그렇게 설정된 것이다. 음영의 구분이 확실하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멋진 그림도 꽤 많았다.



- 그렇기 때문에 집에서 큰 화면으로 집중해서 봐야 하는 작품 같다.
=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보면 어떤 호러영화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 또 이런 장르는 소리가 중요하다. 그래서 사운드 믹싱에 신경을 많이 썼다. 집에서 TV로만 봐도, 머리를 말리거나 청소기를 돌리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즐기실 수 있을 것이다. (웃음)



- 동료 배우들에게 직접 연기 디렉팅을 해보니 어떠하던가.
= 다들 친한 선후배들인데 평상시와 일할 때 모습은 참 달랐다. 그동안 난 어떤 모습으로 비쳐졌을까? 이 생각도 많이 하게 되더라. 촬영 끝나고 집에 갈 때 배우들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고생이 많았다”며 격려했다. 그런데 아까 제작발표회에서 (주)지훈이가 자기한테는 연락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 자식, 분명히 했는데! (웃음) 촬영 첫날에는 모든 배우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훈이는 “형, 낯간지럽게 뭐 이런 일로 전화해~”라고 하는 스타일이고, 내 기준에 (박)보영이나 (김)민하는 마음이 좀 여리다. 그런 친구들에게는 연락을 더 자주 했다. 현장에 있으면 배우가 하고 싶은 연기가 있는데 잘 안 나오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일 때가 있다. 내가 그 역할이 됐다고 이입하면 지금 연기가 잘 안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렇게 배우가 편하게 연기를 끌어낼 수 있도록 유도했다.



- 다른 작품에서 모두 단독 주연을 할 수 있는 배우들이 한 작품에 모였다.
= 작품이 좋고 캐릭터가 임팩트 있다면, 모든 배우가 혼자 많이 나오는 것을 꼭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분량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배우는 별로 없다. 이 또한 내가 원래 배우이기 때문에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조명가게>는 배우들의 촬영 회차가 거의 똑같다. 다 같이 작품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기분 좋게 찍었다.



- 원작 웹툰과 맞는 이미지도 캐스팅 당시 고려 대상이었나.
= 웹툰을 그대로 재현해야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하지 않았다.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는 게 1순위였다. 만화는 컷과 컷이 나뉘어져 있고 우리는 그 사이를 상상력으로 메꾼다. 영상은 그 중간을 찍어야 한다.



- 4화 마지막 시퀀스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흘러나온다.
= 원작에는 없던 신이다. 1막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대목에서 질문에 대한 답을 줘야 했다. 내 나름대로 심은 반전을 어떻게 보여줘야 사람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맞춰 디자인된 카메라워킹을 떠올리게 됐다. 원작 웹툰에도 등장하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마치 이 곡 때문에 <조명가게>를 쓴 것처럼 가사가 잘 맞아떨어진다. 노래를 틀어놓고 카메라의 움직임을 상상하며 콘티를 만들고 CG로 제작한 뒤 그대로 찍었다. 배우들은 누워만 있으면 되는 신이라 배우들 없이 카메라워킹 연습만 이틀을 했다. 실제 촬영은 다섯 테이크 정도 갔다. 배우들은 마지막 날 와서 한 시간 동안 푹 자고 퇴근했다. (웃음)



- 역시 같은 배우라서 배우들의 마음을 잘 알아준 거네. (웃음)
= 카메라워킹만 미리 시간 들여 연습하면 되는데 굳이 리허설 때 배우들을 불러 고생시킬 이유가 없다. 그래서 배우들이 참 좋아했다. (웃음) 영하 14도 날씨에 비 맞는 연기를 계속하면 배우가 죽어나간다. 몸이 힘들면 연기도 잘 안 나온다. 카메라를 몇번 바꿔야 원하는 컷을 빨리 찍고 끝낼 수 있을까? 신의 감정에 따라 카메라 방향을 바꾸다 보면 몇번에 있다는 계산이 된다. 그렇게 배우 입장에서 생각하면 촬영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직접 연기를 하면서 카메라 감독과 콘티 작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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