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기 전에 나름의 관전 포인트를 정했었기에 영화의 시작부터 이 관전 포인트를 얼마나 만족시키느냐를 엄격하게 따지며 보게 되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온 지금 기분은 아주 만족!
'인간중독'에서 보여줬던 조여정의 독특한 텐션과 매력은 10년 동안 엄청난 성장을 했다. 그때는 '그런 무늬의 옷을 입은 배우'로 보였다면 이제는 캐릭터 자체로 보였다. 역시 미국 배우 조합상 앙상블상을 거머쥘 자격이 있는 배우였다. 이런 조여정과 상대하는 송승헌 또한 놀라운 연기를 펼친다. 10년 전에 어딘가 어색했던 배드신과 멋진척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척'을 찾아볼 수 없이 자연스러웠으며 외모와 연기 모든 면에서 원숙미가 돋보였다. 이 둘 사이에 끼어 든 미주를 연기한 박지현도 '올해의 발견'이다. 파격적인 노출과 배드신도 배우로서 상당한 도전이었겠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연기는 그저 그런데 파격적인 노출과 배드신만 요란해 잠시동안 사람들의 안줏거리가 되는 배우와는 차원이 달랐다. 반전의 주역으로서 섬세한 감정 연기는 파르르 떨리는 얇은 종이가 찢어지면 어쩌나 긴장하고 불안에 떨며 집중하고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굵고 묵직한 송승헌의 선에 박지현의 가녀린 선이 겹치며 이들의 연기는 멋진 클래식 연주처럼 조화를 이뤘다.
기본적인 스토리도 거듭되는 반전으로 흥미로운데 배우들의 과감하고 섬세한 연기를 더 빛나게 하는 건 매혹적인 미술과 음악이었다. 밀실 스릴러를 실제로 믿도록 해준 미술과 촬영, 디자인들은 클래식하면서도 차분해서 영화에 흘러나오는 슈베르트의 음악과 찰떡이었다. 특히나 대사가 아닌 피아노 연주로 여자를 홀려내는 송승헌의 장면은 '나라도 당장 찾아간다'라는 느낌이 든다. 음악도 좋았지만 연주를 하는 사람의 비주얼이 송승헌이라니! 장면 하나하나마다 앵글도 너무 좋았는데, 결론까지 보고나면 '아까 그 장면을 일부러 그렇게 찍었구나' '아까 그 시선이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를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보는 동안도 즐겁지만 보고 난 뒤에도 한참 동안 생각하며 즐거움의 시간을 연장할수 있다는 게 이 영화의 매력.
당신이 성인이라면, 겨울이 깊어지기 전에 이 영화를 꼭 극장에서 보시길.
'히든페이스'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의 행방을 쫓던 ‘성진’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색(色)다른 밀실 스릴러로 11월 2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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