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이하 '이친자')' 송연화 PD가 연출에 주안점을 둔 부분을 짚었다.
송 PD는 최근 서울 상암 MBC사옥 근처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배우들에게 진범 숨겼다"라며 "부녀 관계는 대칭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친자'는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얽힌 딸의 비밀과 마주하고, 처절하게 무너져가며 심연 속의 진실을 쫓는 '부녀 스릴러' 드라마다.
부녀로 호흡을 맞춘 명품 배우 한석규와 괴물 신예 채원빈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은 물론, 한예리, 노재원, 윤경호, 오연수, 특별출연 유오성까지 배우들의 빈틈없는 연기 차력쇼가 펼쳐지며 호평을 이끌고 있다.
최근 장태수(한석규)의 아내 문지수(오연수)를 협박한 최영민(김정진), 그리고 문지수의 돈을 최영민에게 전달했던 송민아(한수아) 죽음과 관련해 진범이 밝혀지면서 반전을 선사한 바다. 극 초반 시청자들이 추리했던 용의자와 전혀 다른 인물이 진범으로 나타났기 때문. 또 장태수의 딸 장하빈(채원빈) 절친이었던 이수현 살인사건의 전말이 아직 알려지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송 PD는 배우들에게도 진범에 대해 철통 보안, 말을 아꼈다고. "배우들이 (진범이 누구냐고) 가장 많이 물어봤다. 끝까지 숨기느라 고생했다. 저와 범인만 알고 있었다. 잘 숨겨 주셔서 감사하더라"는 송 PD는 "그래서 배우들도 모른 채로 대본 받을 때도 재밌었다. 시청자들도 이렇게 보시지 않았을까. 원래는 5부 정도만 가지고 첫 촬영을 시작했고, 막바지까지 비밀로 했다. 거의 막판에 알게 된 것이다"라고 웃었다.
배우들에게 비밀로 한 이유로는 "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범인과 관계된 분들이 영향을 받게 되니. 해당 배우한테 얘기할 때는 범인 마음을 숨겨서 에둘러 표현해 달라고 했다. 그게 연기를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에는 숨겨야 하니, 자제를 시킨 부분이 있었다. 초반 의심을 받은 하빈이도 마찬가지지만, 이렇게 표현하고 조절하자고 했다"라고 부연했다.
특히 '이친자'는 치밀하게 설계된 극본과 감각적이고 디테일한 연출이 매회 영화 같은 몰입감을 선사하며, '2024년 최고 수작'이라는 반응을 얻고 있다. 송 PD는 하빈의 깊은 속내를 거울 프레임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빗물의 그림자가 장태수 얼굴 위로 흐르게 해 눈물처럼 나타내기도 했다. 또 하빈과 태수의 관계가 무너질 때마다 무언가 깨지는 것을 보여줬고, 서로를 못 믿는 마음을 두 개로 분리되는 그림자로 활용된 바다.
송 PD는 먼저 빛과 그림자 활용에 "그림자나 빛 같은 경우는 좋아하는 소재다. 그림자는 제 개인적을 회차 별로 달랐다. 3회는 그림자로 인물들을 표현하려고 했다. 시청자분들께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을 수 있지만,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 재미가 있을 것 같더라. 하빈이 그림자가 다르게 표현되는 부분이 있어서, 그게 뭘까라는 생각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같은 경감이지만 상반된 캐릭터인 이어진(한예진)과 구대홍(노재원)은 한 앵글에 있지만, 한 명은 서 있거나 한 명은 앉아 있는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하빈과 태수가 집 안에서 얘기하는 장면에서도 긴 식탁을 마주하고 앉아 있는 중에도 대칭과 프레임이 이용되기도 했다.
송 PD는 "얘기 자체가 아빠와 딸 관계도 그렇고, 대칭이 많다고 느겼다. 아빠와 딸이 비슷하게 보이는 것도 그렇지만 대척점에 있는 것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그림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관계를 대칭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대칭이 맞는 게 안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어서, 묘한 긴장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빈과 태수의 집, 하빈의 학교 등도 일반 드라마와 다른 세트 미술을 자랑한다. 송 PD는 "집 같은 경우는 주방을 공간에서 제일 중요하게 다뤄져, 취조실이라고 생각했다. 부엌에서 이뤄지는 대화가 중요하다 보니, 취조실과 비슷하게 만들고 싶었다. 주방 식탁 길이도 취조실 책상도 길이가 같다. 네모 프레임도 취조실과 같다. 뒤에 보면 유리창도 하나 더 있는데, 이도 취조실과 동일한 사이즈를 하려고 했다"고 답했다.
또 "하빈이 방도 사실 한국식으로 말도 안 되지만 긴 복도 끝에 나온다. 방에 숨겨져 있는 게 많은 것 같은 아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그런 장치들을 표현할 수 있는 장소가 중요했다. 학교도 사실 옥외계단이 나오는데, 옥외계단 있는 하교를 찾는 것도 중요했다"고 짚었다.
의미심장한 뜻을 담은 오프닝 시퀀스도 화제다. 이에 대해서는 "우리 조연출이 자신의 모든 상징을 동원해서 만들었다"며 웃었다.
기존 스릴러와 다르게 살인 방법이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송 PD만의 특별한 연출법이다. 송 PD는 "실제로 보는 것보다 상상해서 보는 게 훨씬 더 공포감이 더 든다고 생각했다. 무서운 것을 찍기에 제가 무섭기도 하다"라며 "사실 상상이 더 무섭지 않느냐. 조금씩 피해가면서 찍으려고 했다. 방송 심의보다도 시청자들이 그런 것까지 볼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로라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 정도만 상상할 수 있다면 전달될 것 같았다"고 짚었다.
배우들에게 전한 디렉팅으로는 "배우들에게 자주 얘기했던 것 같다. 이 캐릭터는 이 느낌이 필요하다고. 어진과 대홍은 완전히 다른 것을 보여줘야 하는 인물이라, 둘이 얘기할 때이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을 넘어서서는 배우들이 뭘 해야 할지를 알고 있더라. 저랑 현장에서 리허설 하기 전에도, 강력팀 형사들도 '리허설 1안, 2안, 3안'이 있다면서 자기들끼리 합을 맞추더라. 배우들이 원체 고민을 많이 했었다"고 말했다.
하빈과 태수가 서로 얘기하지 않아 답답함을 느낀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저는 크게 답답한지 몰랐고, 작가님이 부녀관계에서 크게 설정한 게 '물어보지 않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서 살가운 부녀관계도 있지만, 사실 서로 물어보지 못한 경우도 많다고 생각한다. 이게 우리 드라마에서는 극대화 된 부분이 크다. 얘기하지 않는 게 중요한 얘기인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최종회는 특별 확대 편성, 오는 15일 오후 9시 40분부터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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