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공소시효 끝난 사건, 아무도 관심 없어. 너 혼자 떠들어봤자 지루해. 지겨울 뿐이야."(이규한이 연기한 살인마 정태규)
"그래서 나라도 오래 기억하려고. 그게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에 대한 위로야…사과는 의무지만 용서는 의무가 아니라는 것도 지옥에 가서 확실하게 배우길 바래."(박신혜가 연기한 강빛나 판사)
2일 끝난 SBS 금토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 최종회에서 두 사람의 이 대화가 드라마의 주제이자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박신혜는 이 드라마에서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며 메시지 전달은 물론이고 연기 변신까지 완전 성공했다.
판사의 몸에 들어간 악마 '강빛나 역을 맡아 기존과는 다른 이미지를 선보였다. 박신혜는 새로운 역할을 잘 감당해냈다.
주로 선하기만 한 이미지를 연기해온 박신혜가 이번에는 사람을 죽이고도 반성하지 않고, 용서받지 못한 죄인을 '눈눈이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으로 처단했다. 그러다 보니 선악이 공존하는 듯 하기도 했다. 박신혜는 "강빛나가 친절하지 않으면서도 친절하게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신혜는 인간과 악마를 넘나들며, 강약조절 된 연기로 '판타지'라는 장르적 특성을 탁월하게 살리는가 하면 주변 인물들과의 티키타카로 안방극장에 웃음을 선사하고, 클리셰를 벗어나는 대사와 행동으로 캐릭터가 가진 다채로운 매력을 극대화해 시정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특히 죄인을 처단하는 장면에서는 맨몸, 칼, 석궁 등 다양한 액션이 가미된 연기로 하드캐리하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이번에는 박신혜가 당하기만 하는 약한 주인공이 아니라 선악이 공존하는 묘한 이미지의 강한 주인공 이미지를 보였다. 박신혜 같은 모범생 이미지는 섹시하기는 쉽지 않은데, 강빛나라는 캐릭터로 섹시한 이미지까지 보여주었다.
박신혜는 한다온(김재영 분)을 만나 인간의 감정을 느끼며 변화하는 '강빛나'도 안정적으로 그려내 며, 시청자들이 강빛나와 한다온의 관계는 어떻게 흘러갈지, 어떤 엔딩을 맞이하게 될지 궁금케 하고, 극을 더 흥미롭게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트위트 셋업부터 한복까지 박신혜의 '꾸꾸' 패션과 화려한 비주얼은 보는 재미를 더해준 별미 요소가 되기도 했다.
제작진은 주인공이 사람을 죽인다는 설정 자체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정의의 여신이지만 '지옥에서 온 판사'에서는 살인지옥을 담당하는 악마라는 '유스티티아'가 몸속에 들어온 강빛나 판사가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라, 죄인을 지옥에 올려보낸다는 의미를 강화했다.
강빛나가 재판정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것 같아도 집행유예로 빠져 나온 범인을 불러내 가슴에 칼을 꽂고 이마에는 '게헤나'라는 낙인을 찍어버린다. 솜방망이 처벌은 피의자가 국민들의 감정보다 훨씬 가벼운 형량을 받기도 하는 현실에 보내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
이어 자주색 눈빛으로 범인을 응징하는 '악마' 강빛나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그나마 시원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런 인물들의 서사구조는 작가가 로마신화 인물들도 대거 등장하는 단테의 신곡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신혜는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배우임을 입증하며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앞으로 또 어떤 작품으로 대중과 만나며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지 기대감을 모은다.
박신혜는 3일 소속사 솔트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7개월 동안 너무 즐겁고 행복하게 촬영했던 것 같다"라며 '강빛나'로 연기했던 지난 시간들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스태프분들, 배우분들과 열심히 촬영했는데,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이 될 것 같다"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 가득한 마음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박신혜는 “저희가 느끼는 감정들을 우리 드라마를 시청해 주신 많은 분들께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시청자를 향해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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