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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손보싫 화면해설 #3 - 가족. 그 가깝고도 먼 이름 (4화 공항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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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0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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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나 지금 공항. 지욱이가 같이 왔어"

[걔가 거기까지 왜?]

"아니이. 안우재 와이프가 공항 버스타는 것까지 지켜봐가지고."

[걔는 왠 오지랖이야.]

"내 업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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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통화를 하며 대기실로 향하던 해영의 걸음이 지욱을 발견하는 순간 멈췄다. 지욱은 한 가족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하하호호 웃으며 선물을 이야기하는 가족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그걸 바라보는 지욱의 모습은 퍽 쓸쓸해보였고, 그걸 보는 해영은 안타까움에 입이 썼다. 해영은 아무렇지 않은 척 지욱에 옆으로 가 앉았다.  

 

"다했다~" 

 

해영의 목소리에 지욱의 고개가 해영 쪽으로 돌아갔다. 

 

 

https://img.theqoo.net/SGrGYu

 

"편 is free~ 이제 가도 돼. 뭐 어떻게, 온 김에 신행도 같이 갈래?"

 

해영의 너스레에 지욱이 픽 웃었고, 해영도 따라 웃었다. 

 

"휴가.. 어머니하고 보낼 줄 알았어요."

 

해영의 입가에 웃음이 사라졌다. 지욱에게 향했던 시선을 거두며, 해영이 말했다. 

 

"나 엄마랑 그렇게 안 친해.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고."

"아, 안 친해? 안 좋아한다고? 어머닐?"

"응"

 

예상치 못한 답변에 놀란 지욱의 입에서 반말이 튀어나왔지만, 해영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어떻게 은옥 엄마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지? 지욱은 햇살같이 따스하고 살갑던 은옥을 떠올리며, 이번 가짜 결혼식의 또다른 목적을 언급했다. 

 

"가짜 결혼식 어머니 위해 한 거였잖아요. 사랑하니까."

"사랑은 하지. 근데.. 좋아해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것처럼, 사랑해도 좋아하지 않을 수 있는 거잖아."

 

엄마니까, 가족이니까. 그래서 사랑은 하지만.. 그 뿐이라는 뜻이 담긴 말을 덤덤하게 뱉는 해영의 얼굴이 퍽 쓸쓸해보였다. 마치 담배와 겨루던 어린 지욱의 모습처럼.  왜 저런 생각을 했을까. 무엇이 손님을 서운하게 했을까. 고민하던 지욱이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이, 서운해서 그런 거예요? 어머니가 손님 기억못해서, 아, 그건 병 때문에~"

"우리 엄마 원래 그랬어."

"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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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해영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관심 줄 데, 신경쓸 데가 많아서, 난 늘 기억 안나는 애. 까먹은 애. 그래도 괜찮은 애. 왜냐? 친딸이니까"

 

순간적으로 자신을 따스히 안아주며, 더없는 애정을 베풀던 은옥의 모습이 떠올랐다. 해영이 말하던 관심 줄 데, 신경쓸 데였던 지욱. 어쩌면 자신은 해영에게 돌아가야했을 애정과 관심을 갈취한 것이었을까. 한편으로 지욱은 조심스레, 진심으로 미안해하며 해영에게 자신이 은옥의 위탁아임을 들키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던 은옥의 모습을 떠올렸다. 

 

'지욱이 비밀 잘 지키니?'

 

왜 그토록 은옥이 자신의 존재를 해영에게 숨기려 들었는 지, 이제는 전부 이해할 수 있었다. 해영에게, 지욱의 존재는 상처가 되기 충분했으니까. 지욱의 표정이 조금씩 어두워졌다. 

 

"헐, 나야말로 까먹을 뻔 했다. 이거, 알바비"

 

그 때 해영이 호들갑을 떨며 제법 두툼한 봉투를 지욱에게 내밀었다. 알바비? 

 

"애기 임보해 주기로 했잖아요"

"노동력의 대가는 무조건 돈이야~ 돈으로 받아. 네가 여기까지 와준 것처럼 나도 임보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해영은 세상물정 모르는 애에게 한 수 가르쳐준다는 듯이, 충고까지 하면서 지욱에게 알바비를 받을 것을 종용했다. 

 

"됐어요."

 

엄마를 위한 결혼인데, 사실은 아무것도 받지 않고 할 수도 있었던 일이라, 지욱은 거절하려 했다. 그러나 해영은 아랑곳하지않고 억지로 지욱의 주머니에 봉투를 쑤셔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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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시급에서 아주 조금만 더 넣었어. 딱, 캐나다 항공권 살 정도로만"

"누가 캐나다에 간대? 캐나다 오라는 소리 듣기 싫어서 결혼한 건데."

"가고 싶어서 듣기 싫은 건 아니고?"

 

말이 전혀 안 통하네. 진짜 그런 거 아닌데. 지욱은 한숨을 푹 쉬고 이별을 고했다.

 

"갈게요. 여행, 잘 다녀와요."

"남편!"

 

채 한 걸음 떼기도 전에 등 뒤에서 들리는 말에 지욱이 멈춰서 돌아섰다. 

 

"할머니는 손자보다 딸이 우선이었지만, 나는 내 남편이 우선이야. 오로지 내 남편을 위해서 말하는 거야, 난. 남편이 가고 싶은 데 가고, 남편이 보고싶은 사람 만나고, 남편이 살고 싶은 대로 살아."

 

어제 내가 한 말이 마음에 걸렸었나. 그런데 그보다, 

 

"왜 자꾸, 남편이라고 불러?"

 

우리의 계약은 결혼식까지였잖아. 결혼식이 끝난 지금은, 이제 아무것도 아니고. 의아해하는 지욱에게 해영이 반지낀 손을 흔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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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직, 가족이야!"

 

당신은 내가 누군지 모르면서, 그저 식이나 같이 올린 가짜신랑에게, 그 잠깐의 인연만으로도 내게, 그렇게 말해주는 구나. 지욱은 자신도 모르게 픽 웃어버렸다. 그리고 결심했다. 

 

한순간이나마 자신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가장 아픈 손가락으로 생각해준 해영이 상처받지 않게 하기 위해, 도망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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