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욱이는 사실 외모만 가린 게 아니긴 해..
그의 상처 결핍.. 본인에 대한 정보 역시 친절함과 상냥함에 꽁꽁 감춰두었겠지.
분명 지욱이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진작부터 깨우치고 있었을 것 같고,
그래서 척지지는 않지만, 온전하게 믿을 수도 없었을 것 같아.
그는 단순 고아가 아니고.. 사생아였고, 버려진 아이였기 때문에, 자신이 누군가와 진심으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기대는 안했을 것 같아.
분명 자신에 대해 다 안다면 버려질 가능성이 클거라는 생각.. 안했을 리 없지.
그래서 자신의 정보를 다 오픈하지 않고, 그냥 친절하게 사람들을 대해주고, 그 사람들이 원하는 쓸모를 제공하면서 적당히 알아서 생각하게 하는 식으로 대처해오며 해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누구에게나 친절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은 친해질 수 없었을 것같고, 은근히 선을 긋은 태도 때문에, 누구 하나 쉽게 고백하지 못했을 것 같아.
그래서 해영이에게 엄마 이야기 하고, 그런게 굉장히 큰 용기였을 것 같고,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는 해영이가 더 좋지 않았을까.
늘 사람 사이를 부유하던 지욱이라, 진심으로 자신의 편이 되어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에게 속수무책이었을거야.그리고 그런 자신의 마음은 김지욱 본인이 잘 알아챘을 것이고.. 그래서 더 좋아지기 전에 숨어버린 거 같고.. 그치만 그 기억을 잊고 싶지는 않은 마음 반.. 그리고 웨딩링을 계속 끼고 다닐 그 사람과 가족으로 엮이고 싶은 마음 반 해서.. 반지를 사서 숨어버린 것 같아.
그래서, 한편으로 정말 자신에 대한 모든 정보를 오픈했을 때, 이제 넌 자유야.라는 말과 함께 자신이 해영에게 속해있다는 징표를 뺐겼을 때 그 무너지는 모습이 참 마음에 많이 남아. 의도치 않게 마지막 비밀까지 오픈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다른 때와 다름없이 자신을 이해해줬다고 생각했고, 자기도 해영을 위로해줬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 사람을 아껴주고 사랑받고 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버려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싶어.
그래도 그 부탁을 억지로 들어줄 수밖에 없었겠지. 사랑하는 사람의 부탁이니까. 그리고 알고 있었을거야. 해영이 자지 않고 자신이 떠나는 소리를 듣고 있었을 거라는 걸. 그래서 뒤를 돌아봤지만, 결국 잡지 않는 모습에, 이렇게 끝내야하는 구나. 깨달았을 것 같고.
그치만 세계를 돌아다니고, 엄마를 만나러 갔어도, 자신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자신의 전부를 가져간 해영을 잊을 순 없었을 거야.
다행히도, 해영도 같은 마음이었고, 첫담배 이야기로 인해 그 마음을 확신하게 되서 (+ 술기운) 마구 앙탈 부리면서 다시 그 옆자리를 꿰찰수 있었기는 하지만. 나는 이 아이의 순탄치 않은 사랑이 계속 머릿속에 남더라구. 경계심 많은 팔척고양이.. 제대로 된 주인 만나서 너무 다행이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