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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지옥판사 무능한 인간의 법 대신 ‘정의의 악마’가 심판하리라 (리뷰 기사글 좋아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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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5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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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황진미의 TV 새로고침
지옥에서 온 판사

해방감·카타르시스·로맨스 완비
‘법외 응징’ 딜레마 훌쩍 넘은 설정
‘눈에는 눈’ 직관적 정의 실현 통쾌
지독한 냉소의 역설, 블랙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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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온 판사’(에스비에스, 금·토)는 판타지 세계관을 입힌 정의 구현 드라마다. 방영 초기부터 시청률이 고공 행진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드라마는 지옥의 판관 유스티티아가 판사의 몸에 들어가, 인간의 법이 놓친 죄인들을 심판해 지옥으로 보낸다는 설정이다. 우선 유스티티아의 영혼을 지닌 강빛나(박신혜) 판사 캐릭터가 입체적이며, 이를 소화하는 박신혜의 무지갯빛 매력이 휘황하다. 또한 법체계를 벗어난 응징물의 경우 으레 법과 정의의 문제가 따라붙기 마련인데, 드라마는 신적 세계관을 가져옴으로써 불편한 질문을 건너뛴다.

드라마는 첫 회의 지옥 세계관을 위한 그래픽이 다소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었지만, 현실 세계로 오면서 문제가 정리되었다. 폭력 수위도 1∼2회에 비해 3∼4회에서 잘 조절되는 편이다. 게다가 5회부터는 로맨스가 본격화될 양상이다. 악마는 사랑에 빠지면 소멸한다는 설정이니, 굉장한 금기가 아닐 수 없다. ‘힘센 미녀’ 강빛나 캐릭터에 무한한 해방감을 느끼면서, 신적 정의 실현에 거침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악마와 인간의 금기된 로맨스에 두근거림을 느낀다니, 흥행의 삼박자가 고루 갖춰졌다.

현실의 법 비웃는 신들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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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법이 해결하지 못하는 악을 처단하는 영화와 드라마는 무수히 많다. 피해자가 복수하거나(더 글로리), 자경단을 꾸리거나(모범택시), 영웅이 출현한다(배트맨). 악인을 처단하는 과정에서 카타르시스가 극대화된다. 하지만 정의에 대한 고민이 남게 마련이다. 법이 정의를 실현하고 있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법을 벗어나 실현하려는 정의가 반드시 정의일까?’ 이런 곤혹한 질문이 따라온다. 보통은 주인공의 회한쯤으로 고민을 처리한다. 그보다 깊게 파고드는 예도 있다. ‘국민사형투표’는 정의의 이름으로 악을 응징하는 쾌감이 위험함을 경고하고, 정의가 여론을 등에 업고 얼마든지 포퓰리즘 정치에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수작이다.

‘지옥에서 온 판사’는 현실의 법에 대해 지극히 냉소적이다. 강빛나 판사는 법원의 유스티티아 동상 앞에서 “정의는 죽었다”고 외치며, 심지어 유치원생들에게 복창시킨다. 그는 현행법대로 판결하면 악인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풀려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악인들을 풀어주고 그 앞에 나타나 “이제부터 진짜 재판을 시작할게”라는 말과 함께 ‘신의 재판’을 거행한다. 여기서 ‘법을 초월한 응징이 정의에 부합하는가’ 하는 법철학적 난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가 곧 ‘정의의 신’ 유스티티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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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유스티티아도 무오류는 아니다. 애초 그가 인간 세계에 온 이유도 죽은 강빛나의 말을 들어보지 않고, 오판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유스티티아는 곧잘 성급함의 오류를 저지른다. 인간 세상에 와서도 형사 한다온(김재영)의 하소연을 살인 자백이라 믿고 심판의 칼을 사용했다가 벌칙이 두배로 늘어나는 결과를 얻는다. 하지만 그의 오판은 곧바로 바엘 신에 의해 교정되며, 유스티티아의 판결은 악인의 죄상을 낱낱이 밝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상대에게 돌려주는 방법을 취하기 때문에, 지옥의 심판이 정의에 부합하리라는 점을 의심하기 힘들다. 따라서 시청자는 아주 편안하게, 지옥에서 온 예쁘고 강하고 정의로운 악마가 물리적·마법적 힘을 발휘하여 악인들에게 지은 죄만큼 갚아주고, 정의의 칼을 깊숙이 찔러 넣고, 이마에 불도장을 찍어 지옥으로 보내주길 응원하며 볼 수 있다.

교제 폭력 ‘거울 치료’, 기발한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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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법정이 해결하지 못하는 악인을 신의 법정이 해결한다고 했을 때, 가장 간극이 큰 범죄로 무엇이 있을까. 드라마는 첫 사례로 교제 폭력을 택했다. 유스티티아는 살인범을 지옥으로 보내라는 벌칙을 받았다. 인간 법정에서 교제 폭력은 살인이 아니며, 중형이라고 해야 징역 1년을 선고받을 뿐이다. 강빛나는 교제 폭력범에게 법의 한계를 십분 활용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해 풀어준다. 그러곤 “영혼의 죽음”이란 말과 함께 살인죄로 심판한다.

교제 폭력범은 피해자를 자기 소유물처럼 대하고 마구잡이로 폭행을 저질러왔다. 피해자는 신고해도 소용없다는 생각에 자포자기 상태에 빠졌다.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의 부모가 신고했지만,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보복이 두려워서다. 피해자는 바깥출입을 할 수 없을 만큼 공포에 떨면서도, 부모와 함께 살자는 말에 응하지 않는다. 범죄자가 “부모 집으로 들어가면, 너는 물론이고, 네 부모까지 죽이겠다”고 협박하기 때문이다. 범죄자는 “유죄판결 받아도 길어야 1년 징역 살다 나오면 그만이다” 생각하고, 피해자 역시 “범죄자의 폭력에서 영원히 벗어날 길은 없으며, 경찰이든 누구든 나를 지켜줄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자, 여기서 ‘누군가 죽어야 끝이 난다’는 생각이 과연 극단적인가. 피해자도 피해자의 부모도 그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강빛나도.


강빛나가 압도적인 힘과 광기에 찬 눈으로 교제 폭력범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이 얼마나 소름 끼치는지 ‘거울 치료’ 해주는 장면은 잔혹 코미디의 백미다. 교제 폭력범이 법정에서 “사랑” 운운하며 눈물 짜는 광경부터, 긴박한 순간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어이없이 풀려나는 장면까지, 드라마는 현실 법의 한계를 여지없이 풍자한다.

두번째 사례는 현실의 유명 사건에서 모티브를 딴 것으로 보이는 보험금을 노린 두 남편의 살해와 아동학대를 저지른 악녀다. 악녀 이야기는 대중적 공분을 몰아가기에 좋은 소재이긴 하나, 인간 법정의 한계를 드러내는 사건으로 보긴 힘들다. 경찰 수사가 미진했을 뿐, 살인죄로 기소하면 되는 사건이다. 예컨대 구조적으로 은폐된다거나(가령 군대 내 성폭력) 법의 미비함으로 제대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가령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아니다.

다만 아동학대의 경우 여전히 놓치기 쉽고, 아동의 진술이 법 앞에서 유효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드라마가 이 점을 지적하는 것은 의미 있다. 강빛나는 아이의 그림일기를 눈여겨보아 아동학대의 진상을 알아내고, 보험금을 노린 살인의 진실을 알아낸다. 그는 “난 어린아이의 말은 무조건 믿는다”고 말한다. 이는 한다온 형사의 서사와 맞물리며, 더 의미심장해진다. 한다온은 열살일 때, 살인자에게 3명의 가족을 잃었다. 어린 생존자인 그의 진술은 수사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범인은 15명을 죽인 연쇄살인범이지만, 미제 사건이 되어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있다. 강빛나와 한다온의 공조로 연쇄살인범을 잡고 지옥으로 보내는 서사가 예정되어 있다.

‘맑은 눈의 광인’ 연기 꿀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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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온 판사’에서 강빛나 캐릭터와 이를 표현한 배우 박신혜의 지분이 80%는 될 것이다. 원맨쇼에 가까운 비중이다. 주로 반듯한 캐릭터를 연기해온 박신혜는 인생 캐릭터를 얻었다. 앞의 법신학적 설정은 다 접어두고, 그저 강빛나를 보는 것만으로도 해방감이 느껴지고, 천변만화하는 얼굴만 봐도 ‘꿀잼’이 솟구친다. ‘맑은 눈의 광인’이 이럴 때 쓰는 말인가.

강빛나는 등장부터 병원에서 자신을 악마라고 소개하는 무대 위 모습이었다. 맥락상 망상증 환자지만, 어쨌든 무대 위의 자의식이 충만한 미녀다. 어차피 강빛나 몸에 유스티티아가 들어와 1년만 사는 것이기에 미래를 생각할 필요도 없고, 누구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찌그러진 빌라에 살지만 스포츠카를 타고, 대출을 한도까지 받아 옷을 산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더니, 칙칙한 법원에서 패션쇼를 하고 다닌다. 부장판사가 눈총을 주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빨리 악인을 지옥으로 보내는 실적을 채워야 하므로, 인간 세상의 판결은 대충 하고, 퇴근 뒤 ‘진짜 재판’을 하러 다닌다. 흡사 직장 생활에 얽매이지 않고, 나만의 본업을 하러 다니는 ‘투잡러’ 같다. 강빛나는 판사로서 담기 힘든 말을 툭툭 던진다. 강빛나가 한다온에게 악녀가 죽어서 좋지 않냐고 묻자, 한다온은 “악녀가 죽어서 죽음의 진실을 밝히지 못했고, 아동학대의 진상도 밝힐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강빛나는 “진실이 뭐가 중요한가. 나쁜 인간이 죽었다는 것이 중요하지”라 말한다. 법체계를 깡그리 부정하는 말인데, 판사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걸 보다니, 낯선 통쾌함이 있다. 조직에 충성하지 않고, 개인의 욕망과 신념에 충실한 엠제트 여성들이 꿈꾸는 직장 생활을 보는 듯하다.

강빛나는 힘이 장사다. 그는 범죄자를 번쩍 들어 올려서 때려눕힌다. ‘힘쎈 여자’ 시리즈의 언니들 못지않은 피지컬이다. 당연하다. 인간이 아니니까. 강빛나가 구만도(김인권)에게 반말하는 것도 통쾌하다. 악마가 빙의된 자들은 지옥의 서열을 따른다. 그 결과 젊은 여자 강빛나와 이아롱(김아영)이 낄낄거리며, 중년 남자 구만도에게 하대하고 얼차려 시키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펼쳐진다.

원래 강빛나 판사는 이런 캐릭터가 아니었다. 사고로 지옥에 가기 전 강빛나는 사업가 정태규와 파혼한 적이 있다. 남자의 아버지인 정 의원은 강빛나를 정계로 이끌려 했다. 사고 후 강빛나는 기억을 완전히 잃었다. 그 결과 어쩌면 남편과 시아버지가 될 수도 있었을 사람들에게 강빛나는 아무 거리낌 없이 남처럼 대한다. 이런 태도도 해방감을 준다. 강빛나가 칼에 찔리고 ‘거짓 지옥’에 간 이유도 재개발 사업을 하려는 정태규 부자와 관련 있을 것이다. ‘힘센 미녀’ 강빛나가 이들의 권력형 경제범죄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지옥의 법을 적용하여 신묘한 심판의 칼을 꽂아주길 기대한다. 푹!


https://naver.me/5UEi4V6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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