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지욱의 호적상 엄마는 할머니.
하지만 할머니에게는 엄마가 1순위였어.
엄마는 지욱을 제대로 안아보지도 못하고 쫓기듯 외국으로 갔어야했고, 아버지는 누구인지 알수 없었어.
엄마없는 티 내지 말라는 말에 늘 의젓하고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야했고, 울고싶거나 힘든 일이 있다한들 투정을 받아줄 사람은 곁에 없었어.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결국 지욱은 깨달았을 거야.
자신의 보호자는 결국 지욱 자신이라는 걸.
할머니는, 엄마의 보호자.
자신은 그런 엄마의 보호자를 잠시 빌려쓰는 것이라는 걸.
그리고 곧 할머니의 보살핌이 부채로 다가왔겠지.
할머니와의 약속(유언)을 지키는 건
지욱이가 쌓은 부채를 갚아나가는 것이었어
그리고 이건, 은옥과의 관계에서도 적용되었지.
결국 제대로 된 보호자에 의한 보호를 받지 못한 아이는
도덕관념마저 투철했기에 수많은 족쇄를 몸에 두른 설익은 어른이 된 것 같아.
지욱은 이 족쇄들을 스스로 채운 것이라 버겁다는 생각조차 못했고. 당연히 사랑하니까 짊어져야하는 의무로 착각했던 것 같아. 후에 해영과 장실장님에 의해 이것들이 깨진 건,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