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의 순간적인 몰입력을 생각했어요. 미동도 하지 않고, 눈 깜빡이는 순간도 아까워하는 재규어를 생각하면서 연기했죠."
'경성크리처' 시즌2에서 차가운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악역을 소화해낸 배우 이무생은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절제의 끝을 보여주는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연기한 쿠로코 대장은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목적을 잃지 않고, 흐트러지지 않는 완벽주의자"라며 "너무 완벽해 보이는 인물을 보다 보면 무너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런 궁금증을 남긴다는 점에서 매력 있었던 캐릭터였다"고 말했다.
최근 공개된 '경성크리처' 시즌2는 1945년 경성에서 진행됐던 일제 군부의 잔인한 생체 실험과 비슷한 일들이 2024년 서울에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설정을 내세운 로맨스 크리처물이다.
이무생이 연기한 쿠로코 대장은 1945년 옹성병원의 지하 실험실을 계승한 듯한 전승제약의 실험실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이다. 전승제약 '신회장'의 충실한 사냥개처럼 보이지만, 알 수 없는 속내를 감추고 있다.
이무생은 "쿠로코 대장은 일제 강점기 시대 경성에서 온갖 실험을 주도했던 가토 중좌(최영준 분)의 아들"이라며 "가토와 일본인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신회장과 달리 쿠로코 대장은 한국인 어머니 아래서 태어났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어떻게든 형한테 뒤지지 않으려고 아득바득 살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승제약의 안녕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듯 보이지만, 여자친구를 치료하겠다는 목표가 생기면서 내면의 갈등을 겪게 된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이 안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짚었다.
캐릭터를 묘사하는 데 있어서 이무생은 절제력이 가장 중요했다고 꼽았다.
그는 "가슴 속에서 깊은 감정들이 용솟음치더라도, 그것을 절대 밖으로 표출해서는 안 됐다"며 "극 초반부에 완벽하게 절제된 모습을 고집했기 때문에 중요했던 후반부 액션신이 더 풍성하게 완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몸짓이 크지 않고, 말수도 많지 않은 캐릭터였기 때문에 이무생은 눈빛에 많은 것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눈 깜빡할 새도 없이 상대를 집중해서 바라보게 되는 장면들이 있었다"며 "예를 들어 윤채옥을 처음 만났을 때, 쿠로코 대장은 찰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눈빛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일부러 눈을 깜빡이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도 아니에요. 촬영할 당시에는 눈이 시린 것도 모르고 부릅뜨고 있었는데, 끝나고 나면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떨어지더라고요. (웃음)"
2006년 영화 '방과후 옥상'으로 데뷔한 이무생은 드라마 '왕이 된 남자', '봄밤', '부부의 세계', '더 글로리' 등에 출연해왔다.
다정다감한 신경정신과 전문의('부부의 세계')부터 자신을 치료해주던 주치의를 살해한 연쇄살인범 역할('더 글로리')까지 선한 역과 악역을 오가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갖추고 있는 배우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무생은 "연기는 편견과의 싸움인 것 같다"며 "단면적인 캐릭터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하나의 인간으로 보이게끔 감정선을 잘 짜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악역도, 선한 역도 나름의 재미가 있기 때문에 선호도는 없다. 여러 가지 색을 표현해낼 수 있는 배우로 남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제게 정말 감사한 일이고 축복"이라며 "작품을 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어떻게 시청자들이 이 작품을 사랑하게 할까 끊임없이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감독님들이 저를 찾아주시는 이유는 별 게 아니라 그저 열심히 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잘 갖춰진, 절제된 캐릭터를 많이 연기한 것 같은데 다음 작품에서는 흐트러진 모습을 한 배역을 맡고 싶어요. 그게 더 인간 이무생과 가까운 모습일 것 같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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