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씬은 지환이가 눈을 뒤집으며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프레임을 찍어도 저 모양 저 꼴... 이라는 점을 감안해주시길)
"내가 해바라기를 좋아하는 걸 기억하고 있었네?"
"당연하지, 난 너에 대해 모든 걸 기억하고 있어, 안 까먹어"
서지환이 얼굴을 뒤집어 가면서 난 너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며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코믹씬인데 난 이대사가 14화에서 두번째로 슬퍼
23년 전부터 은하의 모든 걸 기억하고 있다는 서지환.
난 너에게 대해서 모든걸 기억할만큼 넌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야!란 의미의 대사잖아.
뭐 두번째 만남 때 취객이 덤벼든 일도 기억할만큼 똑똑한 사람이기도하지만....
어린 시절, 은하가 좋아하던 꽃까지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 엄청 슬펐어
이 때의 기억이 머리를 묶어주고 예쁘네 우리 은하라 말했던 이 소중한 감각이란 것도 있지만
13살 시절 그 몇 달의 기억을 23년간 소중히 간직할만큼 강렬했단 말이 되잖아.
자신의 이름과 성품 그리고 마음조차 잃어버린 16살 서지환은
3년 전, 현우였던 내가 제일 행복했던 기억을 되새기고 또 되새겨서
내가 현우였던 유일한 흔적들을 가진 한 사람만을 기억하며 자신을 버티고 있던건 아닐까.
버티고 견디어야 했던 서지환의 그 시간들을 상징하는 말 같았어.
난 저 대사를 볼때마다 어린 은하에 대해서 기억하며 내가 현우임을 잊지 않고 싶었던
그렇게 견디고 버티고 살았을 어린 지환이가 떠올라서 슬퍼.
+
그리고 첫번째로 슬픈 대사는
"나는 서지환씨가 현우오빠라서 좋은데, 현우 오빠도 서지환씨도 나한태 언제나 좋은 사람이었어"
"그렇게 말해줘서 너무 고마워, 은하야"
난 이 대사도 굉장히 중의적으로 느껴지는 점이
1. (너의 말이 빈말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말해줘서 너무 고마워
2. (난 현우도 지환이도 다른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그렇게 좋은 사람이고 생각하지 않는데) 그렇게 말해줘서 너무 고마워
3. (지금까지 나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 처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텐데 나를 위해서) 그렇게 말해줘서 너무 고마워
4. (저 문장 그대로를 인지하며) 그렇게 말해줘서 너무 고마워
결론적으로는 어떻게 받아들이든
지금의 서지환은 자기와 어린 현우가 다르다고, 내가 좋은 사람은 아닐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단 점이 제일 슬퍼
현우와 지금의 서지환이 좋은 사람이라 여기는 사람은 서지환도 아니고 고은하 한 사람 뿐이란 것 같아서 ㅠㅠ
아버지에게 넌 원래부터 나를 닮아 악한 사람이라 말을 들었던 지환이에겐
고은하의 말을 의지하며 너가 그렇게 말해준다면 현우도 나도 좋은 사람이란 걸 믿고 싶어하는 모습이라 슬펐어
이후 14화 회의실 몽타주에서 이 장면이 등장하는 걸보면
정말 서지환에겐 은하의 저말이 스스로를 지탱해주는 소중한 말이었단거라 더 슬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