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환이 윤현우를 대하는 감정선의 기조는 실망이다
정확히 말하면 윤현우가 지금의 서지환에게 실망한다.
검사라는 꿈을 꾸던 윤현우가 바라보는 지금의 서지환은 범죄자 낙인이 찍힌 죄인이니까.
현우라는 이름을 가진 장현우 검사가 아마도 서지환에겐 어린 현우의 밝을 수도 있는 미래로 보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일까, 8화에서 서지환이 장현우 앞에 있을 때의 표정들이...너무나도 어린 현우가 나를 보는 느낌이 들어.
물론 연적이지만, 내가 되고 싶었던 존재가 장현우고, 이 장현우가 나의 연적이었을 때에 받는 서지환의 타격감과 두려움이 이 작품에선 도드라진다 생각해.
특히 9화 경찰서씬이 대표적이지. 그 두려움. 막연한 두려움.
나의 과거가 나를 지켜보는 듯한 두려움.
과거의 내가 꿈꾸던 존재가 되지 못한 자기 혐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바꿀 수 없는 나의 과거와 현재가 끝없이 실망의 굴레를 만들어버리는
과거를 기억하는, 내 평생 기다려온 이 소녀이자 현재 좋아하는 은하란 존재는 이 혐오를 더 격화시키는 요소인데
그런데 이제 그 굴레의 끈을 무참히 한번 툭 끊어주는 사람이 고은하더라.
당신의 더 이전의 과거와 현재는 같다 말해주면서 그 굴레의 끈을 한 번 탁 쳐주는 느낌이 들어
아버지에게 너는 태어나길 나쁜 사람이라 말하는걸 직격타로 듣다가
서지환씨가 현우오빠라 좋다는 그 말을 은하에게 들었을 때,서지환의 자기혐오가 줄어드는 느낌까지 들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현우란 존재를 아는 사람이자, 이 세상에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은하니까.
그제서야 서지환 속 현우가 지금의 서지환, 그리고 지금의 서지환이 자신 속 현우를 바라볼 용기가 생겨나는 느낌.
그래서 15화에서 아버지에게 당당하게 마주선건 아닐까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