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덕현] "흐려지면 안됩니다. 감사에 있어 가장 경계해야 하는 건 흐린 눈입니다. 상황을 편견없이 뚜렷하게 보십시오." tvN 토일드라마 <감사합니다>에서 신차일(신하균)이 하는 이 말은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를 압축해 보여주는 것이면서 시청자들에게 하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세상을 바라보는 또렷한 시선. 기업 내에서 벌어지는 '감사'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이 드라마는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특히 부정한 일들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좀더 나은 세상을 향한 길이라는 걸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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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는 JU건설 안에서 벌어지는 감사의 이야기를 통해 이것이 고스란히 우리네 현실의 축소판이라는 걸 암시한다. 사회의 부정부패를 조사하고 척결해야할 공적 기관들이 존재하지만 그들은 저 신차일을 부리려는 황세웅처럼 언제든 권력의 힘으로 그들을 무력화할 수 있는 내부의 적들을 갖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감사합니다>는 그것이 돈키호테처럼 보일 지라도 흔들리지 않고 저 부정한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신차일 같은 인물의 소신과 용기만이 그걸 가능하게 한다고 말하고 있다. 구한수(이정하)처럼 정에 휘둘리기도 하고 또 윤서진(조아람)처럼 사적으로 얽힌 관계로 갈등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잘못된 걸 바로잡으려는 그 한 가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신차일이 끝까지 변함없이 부릅뜬 눈이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 작품이다. 때론 충혈되기도 하고 때론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있어 진실 앞에 흐려지기도 하지만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흐려지지지 않고 뚜렷하게 바라보는 것. 그래서 사회를 좀먹는 쥐새끼의 실체를 끝까지 놓치지 않아야 그나마 살만한 현실을 만들 수 있다고 그 눈이 말하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전문 https://v.daum.net/v/202408111533457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