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의 '여장 원맨쇼'가 곧 '파일럿'의 전부다. 실제로 뮤지컬 '헤드윅'을 통해 이미 여장을 경험했던 조정석은 특유의 천연덕스러운 코믹 연기로 '파일럿'을 '하드 캐리'한다. 치마를 입고 '쩍벌'을 하는 모습, 자신도 모르게 남자 목소리가 튀어나오는 등의 고전적인 유머도 조정석을 거치면 남다르다. "내가 봐도 예쁘더라"고 자신한 만큼, 비주얼도 손색없다.
여기에 '진짜 한정미' 역의 한선화, 이기적인 '한정우'를 각성시키는 소신 있고 당찬 파일럿 '윤슬기' 역의 이주명의 연기는 '파일럿'을 멱살 잡고 이끄는 조정석의 열연과 이질감 없이 잘 어우러진다.
그러나 재미를 위해 개연성은 포기한 이 용감한 선택이 과연 많은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조한 경력과 자격증으로 항공사에 입사하는 과정, 꽤 가깝게 지내던 남자 후배도 여장한 '한정우'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하는 것, 거기서 끝나지 않고 '한정미'가 된 '한정우'에게 이성적으로 다가오는 점 등이 무리수처럼 비친다. '가볍게 웃고 즐기는 영화'라는 만능 방패를 내세우더라도, 수준 높아진 관객들을 설득하기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 성 평등이나 가족애 등을 다룬 만큼, 앞서 개봉한 코미디 영화 '킬링 로맨스'나 '핸섬가이즈'가 대놓고 B급을 표방한 것과는 그 결이 달라 더욱 집중하기 어렵다. 러닝타임 111분, 12세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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